[V-ray] "세계 무대에 오를 수조차 없는 현실"…위기의 여자배구, 언제까지 '풀 타령'만 할 건가①

국제대회 / 송현일 기자 / 2025-07-31 15: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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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강소휘(한국도로공사)는 14일 인천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간절하게 이기려 노력했지만, 결국 잔류 목표를 이루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최근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부에서 강등당하자, 팀을 이끈 캡틴으로서 무거운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한국은 이번 VNL에서 전체 18개 참가국 가운데 1승11패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잔류에 실패했다(VNL에서 가장 순위가 낮은 팀은 다음 대회 자동 출전권을 잃는다). 더욱이 FIVB의 대회 간소화 기조에 따라 지난해 챌린저컵(VNL 하위 리그)이 사라지면서, 이번에 한국은 아시아배구연맹(AVC) 네이션스컵으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게 됐다.

VNL 재진입을 위해서는 FIVB 랭킹 포인트를 쌓아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데, 31일 현재 FIVB 랭킹 37위에 자리한 한국으로서는 이조차 쉽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020 도쿄 하계올림픽 4강 신화를 썼던 한국 여자배구가, 이제는 세계 무대에 오를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도 언젠가부터 옛말이 됐다. 중국(4위)·일본(5위)·태국(20위)과 라이벌 구도는커녕, 과거 한참 아래로 봤던 베트남(27위)과 카자흐스탄(34위)보다도 FIVB 랭킹이 낮은 것이 한국 여자배구의 현주소다. 중국·일본·태국이 VNL 참가로 빠질 내년 AVC 네이션스컵에서도, 냉정히 말해 한국은 도전하는 입장에 가깝다.

한때는 올림픽 단골손님이었던 한국 여자배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많은 전문가는 풀(Pool) 약화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저출산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선수층 자체가 예전보다 크게 얇아졌고, 그 탓에 세대교체 동력도 함께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중고배구연맹에 등록된 여고팀은 모두 18곳이었으며, 전체 선수는 211명에 불과했다(대한배구협회 자료). 평균으로 따지면 팀당 12명도 채 되지 않아, 6대6 자체 연습 경기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입지가 굳건한 일본 여자배구는 현재 3,000개가 넘는 고교팀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총 인원은 약 6만 명으로, 엘리트와 부카츠(部活·부활동) 선수가 혼재된 수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 규모가 상당하다(일본고교체육연맹).

이처럼 워낙 배구 인구가 많다 보니 세대교체의 속도 또한 그만큼 빠르다. 대표팀 에이스 니시다 사리나가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했지만, 일본은 이번 VNL에서 또 한 번 4위라는 성적을 거두며 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04년생의 젊은 피 와다 유키코(NEC 레드 로켓츠)가 있었다.

이대로면 한국와 일본의 수준 격차는 더 벌어질 일만 남았다. 그렇다고 다시 선수 수급을 안정화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저출산으로 선수 수급이 어려워질 것은 이미 2000년대부터 예견된 사실이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지만,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대비한 장기 프로젝트는 결국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선수가 없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이제부터라도 엘리트 클럽 확대 등 현실에 맞는 대안을 꾸려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풀 확대를 그리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선수 육성의 효율성을 제고할 방법은 무엇일지 다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2편에 계속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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