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미래가 될 선수는? 2023-2024 KOVO 여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 프리뷰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3-09-07 15:20:26
2023-2024 한국배구연맹(이하 KOVO)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9월 10일 여자부가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그동안 이날만을 기다리며 많은 땀을 흘려온 아마추어 선수들과 새로운 팀원을 맞이할 구단에게 운명의 날이 차츰 다가오고 있다. V-리그의 새로운 일원으로 2023-2024시즌에 인사할 뉴페이스는 누가 될까.
2023 KOVO 여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9월 10일 진행된다. 드래프트에 앞서 여자부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은 8일부터 9일까지 KGC인삼공사 신탄진 체육관에서 트라이아웃을 진행한다. 2020년 코로나19로 대회가 줄어들어 선수들의 정확한 기량 파악이 어려워서 시작했던 트라이아웃이 올해도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여자부는 뽑을 선수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선수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탓이었다. 올해도 프로 팀의 주전감으로 평가되는 선수가 적은 건 사실이다. 이번 시즌부터는 각 팀이 아시아쿼터 선수를 활용하면서 국내 선수들이 코트에 들어갈 기회는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프로 무대에서 오랜 기간을 버티며 경험을 쌓은 베테랑 선배들과 견줬을 때 바로 경쟁에서 이기고 뛸 수 있는 선수의 폭은 좁지만, 시야를 넓혀 성장 가능성과 빠른 시일 안에 프로 선수로 경쟁력을 갖출지 여부로 평가한다면 눈여겨볼 유망주들이 여럿 있다.
확신의 1순위
예상 가능한 1라운더들
올해 드래프트는 2019-2020시즌 드래프트 때와 비슷하다. 당시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은 선명여고 3학년 정호영을 여러 구단이 탐냈다. 일부러 팀의 성적을 떨어트리는 탱킹을 방지하고자 이 해 드래프트부터 하위 3팀에게만 추첨 확률을 주는 방식을 모든 팀에게 추첨 확률을 주는 것으로 바꿨다. 결국 2018-2019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KGC인삼공사가 35%의 가장 높은 확률을 얻어 1순위 지명권을 차지했고, 원하던 대로 정호영을 잡았다.
올해 확신의 1순위는 단연 한봄고 김세빈(MB, 188cm)이다. 미들블로커 출신의 한국전력 김철수 단장과 실업배구시절 한일합섬의 간판공격수이자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남순 씨의 둘째 딸이다. 부모님의 우월한 배구 DNA를 물려받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주목받았다.
지난해엔 U18, U20 연령별 대표팀에 모두 발탁돼 두 번의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경험했다. 여자 U18배구선수권대회에서 베스트 미들블로커로 뽑혔다. 올해는 여자 U19 대표팀 소속으로 2023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여자유스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현재 고교생 신분으로 유일하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50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봄고의 7관왕을 이끈 주역이다. 미들블로커로 큰 신장이 매력적이다. 중앙에서의 속공뿐만 아니라 오픈 공격까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블로킹도 좋다. 다만 올해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해 작년에 보여줬던 기량보다 다소 떨어졌다. 부상 여파는 세계선수권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올해 드래프트의 핵심인 김세빈을 지명하기 위해 여러 구단이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비시즌 동안 박정아의 FA행 보상 선수로 이고은을 지명한 뒤 페퍼저축은행에 다시 돌려주면서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덕분에 2장의 1라운드 지명권을 가졌다. 디펜딩챔피언으로 가장 낮은 1%의 추첨 확률을 36%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드래프트 지원자 가운데 미들블로커에서는 김세빈을 제외하곤 뚜렷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또래 선수 중에선 가장 눈에 띄는 기량을 가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프로에서의 성공여부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는 평가가 있는 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7개 구단은 김세빈과 함께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U19 대표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또래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낸 연령별 대표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신은지(선명여고3, OP, 175cm)는 왼손잡이 공격수로 서브가 강점이다. 이번 세계선수권 모든 경기에서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과 세르비아전에선 서브로만 각각 5점을 따내며 기량을 과시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리시브도 좋아졌다. 2학년까지는 아포짓에서 리시브 면제를 받았지만, 올해는 리시브에도 가담한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이주아(목포여상2, OH, 180cm) 대신 리시브 라인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시브 가담 이후 라이트 공격을 하는 플레이도 자주 나왔다. 후위에 있을 때는 간간이 라이트 백어택을 시도하면서 팀에 다양한 공격 옵션을 만들어줬지만, 공격수로서는 다소 작은 신장이 아쉽다.
아웃사이드 히터 중에는 일신여상 곽선옥(OH, 178cm)이 괜찮은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OH에서 필요한 리시브와 수비 능력에서 높은 점수다. U19 대표팀에선 리시브 비중이 높아 공격에서의 역할이 크지 않았지만, 소속팀에선 살림꾼으로 활약한다. 전주근영여고 전수민(OH. 177cm)도 공격은 매력적이다. 강한 파워로 블로커를 뚫어내는 게 강점이다. 반면 아웃사이드 히터로서는 리시브에 자주 빠진다는 점이 아쉽다.
포항여고 박수빈(S, 176cm)는 세터 포지션 가운데 가장 준수한 기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속 팀이 우승권과 거리가 멀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U18 아시아선수권부터 올해 U19 세계선수권까지 유일하게 세터로 두 대회를 모두 경험했다. 비록 주전은 아니더라도 교체로 코트를 밟았을 때 상대의 흐름을 끊는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공 밑을 빨리 찾아다닐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세팅 자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가람(제천여고, 168cm)과 정수지(한봄고, 165cm)는 리베로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간다. 특히 유가람은 지난해 U18 아시아선수권을 비롯해 AVC컵, 올해 세계선수권까지 3차례의 국제대회를 모두 경험했다. 올해 초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경기 대신 재활에 매진했다. 다행히 빠른 회복 덕분에 2023 내장산배에 출전했고, 세계선수권까지 다녀왔다. 정수지는 올해 처음으로 주전으로 활약했다. 안정적인 플레이로 한봄고의 7관왕을 이끈 주역이다. 두 명 모두 수비에서는 합격점을 얻었지만, 리시브는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는 평가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눈길이 가는 선수들
이밖에 U19 대표팀은 아니지만 소속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도 여럿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주전 세터로 활약한 서채현(선명여고, 173cm)도 준수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페퍼저축은행 서채원의 동생이다. 빠른 패스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속공 활용, 백패스에 강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여고부 경기에서는 속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픈 공격이 대부분이지만, 서채현은 속공을 활용하려고 한다”며 높게 평가했다. 한봄고 최서현(176cm)과 중앙여고 이윤신(174cm)도 신인 드래프트 지명 경쟁자다. 이윤신은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진 기량을 보여줬다.
아웃사이드 히터로는 선명여고 강다연(182cm)이 또래 중 최장신이다. 큰 키를 활용한 공격과 블로킹 능력은 좋다. 다만 아웃사이드 히터로 반드시 갖춰야 할 리시브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반면 한봄고 주연희(170cm)는 비록 낮은 신장이지만, 리시브에선 안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참고로 역대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장 180cm가 넘는 아웃사이드 히터는 어떤 식으로든 지명을 받았다.
전주근영여고 서지혜(174cm), 이태민(177cm)도 후보에 속한다. 이들은 전수민과 함께 삼각편대를 꾸려서 전주근영여고를 오랜만에 정상에 올려놨다. 서지혜는 팀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담당한다. 이태민은 한국도로공사 문정원을 연상케 하는 서브를 구사한다. 서브의 위력도 좋을 뿐만 아니라 세리머니도 다양해 코트 안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선수다.
아포짓 가운데 한봄고 송아현(176cm), 최호선(181cm)도 지명 가능성이 있다. 모두 왼손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출전하며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았다. 송아현은 지난해 여자U18 대표팀에, 최호선은 2022 AVC컵 대표팀으로 국제 무대도 경험했다. 프로 팀에서 원하는 리시브에도 가담하면서 자신의 활용 가능성을 늘렸다. 최호선은 높은 신장이 메리트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한국중고배구연맹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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