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놓친 IBK기업은행, 성장이라도 잡아야

여자프로배구 / 송현일 기자 / 2025-02-28 15: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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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래 실력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것 같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의 진단은 정확했다. 그가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IBK기업은행은 3위에 올라 있었는데, 지금은 5위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이미 완전 소멸된 지 오래다.

IBK기업은행(승점 37)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선두 흥국생명(승점 76)에 세트 점수 1대3으로 져 포스트시즌의 꿈이 산산조각났다.

IBK기업은행은 남은 경기에서 최대 승점 15점을 더 쌓아도 52점에 그친다. 3위 현대건설(승점 57)에 5점 모자란다. V리그에선 3위 팀과 4위 팀의 승점 차가 3 이내일 때만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된다.

전반기 때만 해도 봄배구를 가시권에 두고 있었던 IBK기업은행은 후반기 들어 급속도로 추락했다. 4라운드부터 1승12패를 기록한 것이다. 아시아쿼터 세터 천신통이 시즌 도중 부상으로 갑자기 팀을 떠난 점을 고려해도 상식밖의 부진이다. 천신통 한 명 빠져나갔다고 팀 전체가 무너지면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다.

어떻게든 끝 모를 하락세를 막아야 하는데,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에이스 이소영이 어깨 부상으로 제 몫을 못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애초에 그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기대 이하였다. 이소영이 자신의 연봉값을 제대로 치렀는지는 지금 IBK기업은행의 '번지점프'와는 또 다른 문제다.

어쨌든 이미 시즌 농사는 망쳤다. 현재로선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게 팀과 사령탑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 최선이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챗바퀴를 돌고 있다.

일단 이소영부터 살아나야 한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와 3년 총액 21억 원이라는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정관장에서 IBK기업은행으로 둥지를 옮긴 이소영은 개막 직전 어깨 부상을 입은 뒤 지금까지도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적어도 이번 시즌만 놓고 본다면 실패한 투자가 맞다. 팀뿐 아니라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소영은 잔여 경기에서 팬들에게 다시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세터 뎁스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천신통이 이탈하면서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은 말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백업 세터 김하경이 흔들리면서 급한 대로 김윤우에 이어 신인 최연진까지 코트를 밟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들이 천신통과 비교해 부족함을 보였더라도 그게 성적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없다. 더욱이 김호철 감독은 현역 시절 이탈리아 무대를 경험한 세계적 세터였다. 그런 만큼 이들 세 명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끌 책무가 있다. 당장 궤도에 올리진 못하더라도 이들을 한 경기 한 경기 나아지게끔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 공격수 빅토리아에게 쏠리는 공격 점유율도 손볼 시점이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쫓기보다는 안 되더라도 '실전을 훈련처럼' 다양한 패턴 공격을 시도해 봐야 한다. 지금의 몰아주기식 배구가 반복되면 다음 시즌도 '우상향'을 기대하기 어렵다. 앞선 세터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황민경 등 베테랑들도 무너진 팀 분위기에 대한 책임을 안고 가야 할 것이다. "지금 IBK기업은행에는 분위기를 다잡아 줄 선수가 없다"고 자주 토로하는 김호철 감독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긴 연패를 끊기 위해선 위닝 멘탈리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젊은 후배들을 고무시키는 선배들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개선할 점이 있겠지만 결국 본질을 성적이 아닌 성장에 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성난 IBK기업은행 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남은 경기에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원팀이 돼야 한다.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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