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한국전력, 반등의 기회 있을까 [3R 리뷰 ②]

남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01-04 13: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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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는 하위권 팀들에게 기회의 라운드였다. 트레이드 후 나란히 하위권으로 처진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심지어 개막 후 1승도 거두지 못하던 페퍼저축은행도 3라운드를 의미 있게 보냈다. 단 한 팀, 한국전력만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3라운드 일정이 여자부는 3일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 남자부는 같은 날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경기로 마무리됐다. 남녀를 통틀어 3라운드를 전패로 마무리한 팀은 단 한 팀, 바로 한국전력이다. 앞선 2라운드까지 6승 6패로 중위권 다툼을 벌이던 한국전력이 갑작스럽게 추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또 반등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속공 1위 팀의 약점은 속공? 하승우의 부상이 불러온 나비 효과
한국전력은 3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리그 속공 1위 팀이다. 62.8%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 미들블로커 자원도 풍부하다. V-리그 역대 최고를 다투는 미들블로커인 신영석을 필두로 날카로운 속공수 조근호와 지난 시즌부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박찬웅이 있다. 여기에 정성환, 박지윤과 부상에서 복귀한 안우재까지 뒤를 받친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연패 기간 동안 속공 활용, 더 정확히는 신영석의 속공 활용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는 주전 세터 하승우의 부상 이탈에서 시작된 나비효과이기도 하다. 하승우는 블로킹 도중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지난 12월 20일 삼성화재전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승우를 대신해 경기에 나선 김광국은 날개 공격은 무난하게 활용했지만 미들블로커들과의 속공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신영석의 속공은 연패 기간 내내 찾아보기 어려웠다. 속공을 구사하더라도 빗맞거나 타이밍이 어긋나는 등 불안함을 노출했다. 27일 KB손해보험전에서는 아예 속공 득점이 없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전력을 상대하는 팀들은 신영석이 전위에 있어도 속공을 배제한 채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나 서재덕 쪽으로 블로커들을 집중시켰고 이는 전반적인 한국전력의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다. 하승우의 부상이 불러온 거대한 나비 효과였다. 결국 하승우는 12월 30일 우리카드전에서 전격 복귀했다. 당초 4라운드나 돼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위기의 팀을 구하기 위해 복귀를 자청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경기에서 아쉽게 2-3으로 패하며 연패 숫자를 8로 늘리고 말았다.

좋은 공격력을 상쇄해버리는 불안한 수비력
한국전력은 분명 좋은 공격력을 갖춘 팀이다. 3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득점 1위, 공격종합 3위, 오픈 4위에 올라 있다. 타이스라는 확실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고, 서재덕과 임성진, 박철우까지 언제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날개 자원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불안한 수비력이 이런 좋은 공격력을 상쇄해버리는 문제가 있다.

이번 시즌 한국전력의 수비 불안은 지표상으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리시브‧수비종합 7위, 디그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순위로만 봐도 공격의 강력함보다 수비의 불안함이 더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의 한국전력은 좋은 공격력으로 어느 팀과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지만, 부실한 수비가 어느 팀에게도 공략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은 약점이 강점을 잡아먹고 있다.

특히 리시브는 리그 유일의 20%대 효율을 기록할 정도로 한국전력의 최대 약점인데, 이는 절체절명의 5세트에서 항상 발목을 잡았다. 12월 15일 대한항공전에서는 리그 1위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5세트에 돌입했지만, 4-7에서는 곽승석에게, 11-14에서는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에게 서브 득점을 헌납하며 패했다. 12월 30일 우리카드전 5세트에서도 9-9에서 리버맨 아가메즈(등록명 아가메즈)의 서브에 연속 실점하며 흐름을 내줬고 결국 패했다.

반등의 열쇠는 하승우와 장지원이 쥐고 있다
결국 한국전력이 4라운드 반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올 시즌 신입생인 하승우와 장지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승우는 우선 부상 부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승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중앙 활용의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난다. 블로킹이나 수비 가담을 다소 줄여주더라도 하승우가 경기에 꾸준히 나설 수 있게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전력 수비의 중심 장지원은 첫 시즌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전임자 오재성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엔 아직은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존재감이 다소 아쉽다. 그러나 장지원은 젊고 재능 충만한 선수다. 연패의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코트 위에서 더 자신 있게 임한다면 팀의 연패 탈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오재성의 뒤를 이어 한국전력의 간판 리베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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