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과 그 너머의 기적을 위해, 대표팀이 네팔전에서 돌아봐야 할 부분들 [아시안게임]
- 국제대회 / 김희수 / 2023-10-02 13:21:53
셧아웃 승리를 거뒀지만, 선수들도 세자르 감독도 돌아봐야 할 부분들이 많다. 고쳐야 할 것들은 고쳐야 4강 진출과 그 이상의 기적을 노려볼 수 있다.
한국이 한국 시간 2일 중국 항저우 HZNU 체육관에서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예선 C조 경기에서 네팔을 세트스코어 3-0(25-21, 25-14, 25-11)으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한국은 1세트에 네팔의 거센 저항을 받으며 고전했지만, 2세트부터는 체급 차이를 증명하며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승리에도 불구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은 적지 않았다. 특히 진땀을 뺐던 1세트에 다양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미들블로커들의 잦은 네트터치가 눈에 띄었다. 이다현과 정호영은 전위에서 번갈아가며 1세트에만 총 3개의 네트터치를 기록했다. 네팔의 공격 결정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실점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랠리들을 허무하게 끝내버리는 범실이었다. 범실은 나오더라도 공격수의 공격에서 나와야 한다. 그 이외의 범실들은 보다 섬세한 플레이를 통해 억제할 필요가 있다.
중앙에서 생긴 문제는 네트터치뿐만이 아니었다. 김다인의 A속공 패스도 불안정했다. 정호영과 호흡을 맞출 때도, 이다현과 호흡을 맞출 때도 계속해서 패스의 높이가 너무 낮았고 그러다보니 A속공이 네트에 걸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백어택 옵션이 아직 부실한 한국으로서는 속공 옵션을 반드시 살려야 경기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경기 전반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은 더 존재했다. 베트남전에서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던 김연견은 이날도 수비에서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2단 연결에서는 유독 기복이 심한 모습이었다. 박정아나 표승주가 목적타에 고전하게 됐을 때나, 김다인이 수비 과정에서 첫 터치를 했을 때 2단 연결을 책임져야 하는 김연견이기에 8강부터는 좀 더 차분하게 연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매 세트 나왔던 서버들의 의미 없는 서브 범실도 줄여야 한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 역시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교체 타이밍에 아쉬움이 컸다. 이미 1세트 초반부터 목적타 서브에 고전하며 리시브가 흔들린 데다 공격에서도 효율이 좋지 않았던 박정아를 굳이 10점대 중반까지 끌고 갔다가, 사라소티 차우다리에게 서브 득점을 내준 뒤에야 교체한 판단은 아쉬웠다.
그런가하면 세트스코어 2-0 상황에서 10점 차까지 점수 차가 벌어진 3세트에는 대표팀의 실질적 에이스인 강소휘를 빼지 않고 끝까지 뛰게 하기도 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강소휘에게 조금이라도 휴식을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물론 한국은 이날 경기를 셧아웃으로 승리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도, 세자르 감독의 애매한 판단들도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과 감독 스스로는 반드시 이날의 아쉬웠던 순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8강부터 치를 경기들은 지금까지의 경기들보다 훨씬 부담스럽고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의 리버스 스윕 패로 싸늘해진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2023년의 마지막 국제대회를 후회 없이 끝내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냉철한 복기 역시 그 중 하나다.
사진_A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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