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를 했는데 받아온 선수가 없다? 여자부 두 건의 트레이드 돌아보기
- 여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01-16 09:00:28
마감 기한을 1주일 남기고 일어난 두 건의 트레이드가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각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흥미로운 이적이 성사됐다.
3일 18시 부로 선수 등록 기간이 마감되면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의 트레이드 시장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3일 18시 이후로는 외국인 선수 교체와 군 전역 선수 추가를 제외한 로스터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팀들이 마감 전까지 전력 보강에 골몰하던 중, 마감 기한을 일주일 앞둔 지난 12월 27일 GS칼텍스가 두 건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세터 이원정을 흥국생명으로, 리베로 오지영을 페퍼저축은행으로 보냈다. 그런데 받아온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과연 GS칼텍스는 왜 선수를 받아오지 않았을까. 또 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은 어떤 이유로 이원정과 오지영을 영입했을까. 마감 1주일 전 단행된 두 건의 트레이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원정 트레이드(2022/12/27)
-흥국생명 GET: 이원정(S)
-GS칼텍스 GET: 2023-2024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왜 일어났는가?
흥국생명은 박혜진의 시즌아웃으로 김다솔이 예상보다 많은 플레이타임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다솔은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차 좋아지는 모습이긴 했지만 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에게 세터 보강은 필수였다.
한편 GS칼텍스는 시즌 후 FA 시장에 좋은 자원들이 많이 풀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샐러리캡 여유를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주전급 선수를 다른 팀에 내주기엔 당장의 순위 경쟁이 너무 치열했다. 따라서 팀 내에서 3옵션이었던 이원정을 세터가 필요한 흥국생명에 내주면서, 샐러리캡을 비움과 동시에 23-24 시즌 지명권까지 획득하면서 미래까지 바라봤다.
*무엇을 얻었는가?
① 흥국생명: 김다솔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즉시 전력감 세터를 구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의 전력 누수 없이 우승 도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00년생인 이원정은 당장의 전력 보강과 동시에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자원이다. 이원정의 활약 여부에 따라 향후 몇 년을 책임질 세터를 지명권 한 장으로 얻은 셈이 될 수도 있다.
② GS칼텍스: GS칼텍스는 현재 중위권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향후 성적에 따라 다음 시즌의 신인선수 지명 순서가 원하는 순서보다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 장이라도 지명권을 더 확보하는 것은 유의미하다. 가능성이 높진 않겠지만 운이 따라준다면 다음 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김세빈(MB/OP)을 품으며 팀의 최대 약점인 높이를 순식간에 보강할 수도 있다. 또한 샐러리캡 여유를 만들었다.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배유나, 김수지, 김채연 등 높이 보강을 노릴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샐러리캡 여유는 반드시 필요했다.
*무엇이 걱정일까?
① 흥국생명: 이원정은 장기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다. 무엇보다 몸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세터는 전술의 핵심인 포지션이다. 팀원들과 합을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새로운 세터를 영입하는 것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중상위권 경쟁 팀의 제3세터에서 우승 도전 팀의 제2세터로 역할이 바뀌는 상황 역시 이원정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② GS칼텍스: 이원정의 이적으로 GS칼텍스는 안혜진-김지원의 투 세터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한다. 안혜진이 올 시즌 초중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투 세터 체제가 끝까지 순조롭게 운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남자부 한국전력의 경우 하승우-김광국의 투 세터 체제를 운영하던 도중 하승우의 부상 이탈로 연패에 빠진 전례가 있다.
*트레이드 이후의 상황
이원정은 합류 후 첫 경기였던 3라운드 현대건설전부터 교체로 바로 경기에 나섰다.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음을 감안하면 준수한 경기력이었다. 4라운드 GS칼텍스전에서도 매 세트 교체로 코트를 밟으며 계속해서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원정 합류 후 흥국생명은 연승 행진을 달렸지만, 11일 현대건설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이원정도 첫 패배를 맛봤다.
이원정에게는 경기력이나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보다 시급한 과제가 있다. 바로 멘탈적인 부분을 다잡는 것이다. 권순찬 전 감독 경질 사태의 여진은 아직도 흥국생명을 괴롭히고 있다. 뒤늦게 합류한 이원정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동료들과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모든 것은 그 다음이다.
GS칼텍스는 애초에 안혜진-김지원 투 세터 체제나 다름이 없었던 만큼 당장의 전력 누수를 느끼고 있지는 않다. 다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이원정과의 첫 대결이었던 4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GS칼텍스에게는 남은 시즌을 두 명의 세터와 함께 무사히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상에 유의해야 한다.
페퍼저축은행 GET: 오지영(L)
GS칼텍스 GET: 2024-2025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왜 일어났는가?
페퍼저축은행은 기존 리베로 자원 문슬기와 김해빈이 모두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오픈 공격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리시브의 중축인 리베로가 흔들리면 니아 리드의 오픈 공격은 강제될 수밖에 없었다. 수비 보강을 위해서도, 공격 보강을 위해서도 리베로의 영입은 불가피했다.
GS칼텍스는 이원정 트레이드와 비슷한 이유로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다만 페퍼저축은행의 팀 사정을 고려한 차상현 감독이 신인선수 지명권을 다음 시즌이 아닌 24-25 시즌 지명권으로 요청했다. 차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의 팀 사정 상 다음 시즌 지명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그 다음 시즌 지명권은 어떻겠냐고 말씀을 드렸고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밝혔다.
*무엇을 얻었는가?
① 페퍼저축은행: 고민거리였던 리베로 포지션을 단숨에 팀의 강점으로 바꿔버렸다. 오지영은 주장·국가대표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선수다. 리베로로서의 수비 능력은 물론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돕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상술했듯 오지영의 영입은 공격력 강화로도 연결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준비된 공격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오픈 공격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지영이 리시브를 안정화시킨다면 니아 리드가 오픈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을 줄이면서 전반적인 득점력 향상을 노려볼 수 있다. 또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채원과 최가은의 중앙 공격 옵션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② GS칼텍스: 똑같이 선수가 아닌 신인선수 지명권을 받아온 만큼, 흥국생명과의 트레이드에서 얻은 것과 큰 골자에서는 비슷하다. 특히 오지영의 경우 이원정보다 더 많은 연봉을 수령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당장의 재정적 여유는 더 크게 벌 수 있었다(오지영 2억 5000만원, 이원정 5500만원). 다만 2023-2024 시즌이 아닌 2024-2025 시즌 지명권을 받아온 정도가 차이다.
*무엇이 걱정일까?
① 페퍼저축은행: 오지영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즉 오지영과의 재계약이 불발될 시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을 반 시즌 쓰기 위해 2024-2025 신인선수 지명권을 내준 셈이 된다. 현실적으로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이 아닌 페퍼저축은행이기에, 오지영의 반 시즌에 미래를 희생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서로가 납득 가능한 재계약은 사실상 필수다. 또한 합류하자마자 팀의 맏언니가 된 오지영(1988년생)이 비교적 젊은 선수들이 많은 페퍼저축은행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을지도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② GS칼텍스: 이원정을 내주고 투 세터 체제를 가동해야 하는 것처럼, 오지영이 빠진 상황에서 GS칼텍스 로스터에 리베로는 한다혜와 한수진 밖에 없다. 게다가 차상현 감독은 한수진을 서버 겸 리시버로 기용하기 위해 아웃사이드 히터로 등록하고 미들블로커 윤결을 리베로로 등록하는 전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으면 시즌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2023-2024가 아닌 그 다음 해의 지명권을 얻은 것도 조금은 아쉽다. 당장 2023-2024 드래프트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다음 해는 너무나 예측하기 어려운 먼 미래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이후 상황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 영입 후 2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리면서 ‘오지영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상술했던 오지영 영입을 통한 공격력 강화는 실제로 경기에서 나타났다.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오지영은 60%가 넘는 리시브 효율로 팀을 빠르게 안정화시켰고, 이에 부응하듯 니아 리드는 38점을 터뜨리며 팀 첫 승을 견인했다. 특히 확실한 세트 플레이가 중요한 중앙 백어택의 빈도가 늘어나면서 니아 리드의 장점인 탄력과 타점이 극대화됐다. 뿐만 아니라 오지영은 수시로 팀원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맏언니다운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후 펼쳐진 4라운드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팀의 0-3 패배를 막진 못했다. 그러나 오지영은 각각 43.48%, 60%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제몫을 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21개의 디그를 잡아내며 과거의 페퍼저축은행이라면 쉽게 실점했을 상황을 끈질긴 랠리로 이어가기도 했다. ‘오지영 효과’는 분명 확실하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의 각성이 더해지면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GS칼텍스의 경우 이원정과 마찬가지로 오지영 역시 주전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의 공백이 느껴지는 상황은 없었다. 그러나 23일 펼쳐질 페퍼저축은행과의 4라운드 맞대결은 GS칼텍스에게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을 듯하다.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의 리시브와 수비를 안정화시키면서 GS칼텍스가 공략할 수 있는 페퍼저축은행의 약점 하나가 옅어진 상태인데다가, 오지영이 GS칼텍스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이원정을 내준 뒤 흥국생명과의 첫 맞대결 결과는 GS칼텍스의 패배였다. 과연 오지영을 내준 뒤 처음 만나는 페퍼저축은행과의 승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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