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세터로 자리잡을까 성장세 '주목' 한국도로공사 김다은
- 여자프로배구 / 류한준 기자 / 2025-01-14 11:26:26
"그렇게 물으실 줄 알았어요." 지난달(12월) 24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와 흥국생명 맞대결이 끝난 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인터뷰 도중 이렇게 말했다.
당시 현장을 찾은 취재진은 도로공사 신인 세터 김다은과 관련해 김 감독에게 질문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흥국생명에게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겼고 김다은은 2점을 기록했는데 서브나 블로킹으로 올린 점수가 아니었다. 그는 2단 공격과 패스 페인트로 점수를 냈다. 흥국생명 수비 허를 찌른 과감한 시도였다.
김다은은 지난 1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다시 만난 흥국생명전과 경기에서도 '공격 본능'을 또 선보였다. 그는 이날 6점을 기록했고 블로킹 2개 외에 나머지 4점은 공격으로 올렸다. 패스 페인트도 있었지만 2단 연결된 공을 과감하게 스파이크로 때렸다.
도로공사는 이날 흥국생명과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지난 3라운드(12월 24일)에 이어 4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흥국생명에 웃었다. 김다은은 이날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중계방송 인터뷰에도 나섰다.
김 감독이 '그렇게 물을 줄 알았다'고 얘기한 이유는 있다. 김다은의 과감한 공격 시도를 보면 V-리그 전, 현직 세터 중 가장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황동일(은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황동일은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세터로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09-10시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소속으로 2010년 1월 2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12점을 올렸다. 공격으로 6점, 블로킹으로 5점, 서브로 1점을 냈다.
황동일은 2014-15시즌에도 한 경기 두자리수 득점을 낸 적이 있다. 2015년 2월 3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LIG손해보험전으로 공격 8점과 함께 블로킹과 서브로 각각 1점씩을 더해 총 10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때는 세터로 코트로 나와 올린 점수는 아니다. 왼손잡이인 황동일은 당시 아포짓으로 선발 출전했다. 삼성화재에서 당시 주전 세터는 유광우(현 대한항공)이 나왔고 이민욱이 뒤를 받쳤다. 황동일은 당시 54점을 올린 레오(쿠바, 현 현대캐피탈)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당시 경기는 5세트까지 진행됐고 삼성화재가 3-2로 LIG손해보험에 승리했다).
'세터'로 황동일에 이어 두자리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KB손해보험 황택의다. 그는 2022-23시즌이던 2022년 11월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서 10점을 올렸다. 공격 득점으로 3점을 올렸고 블로킹과 서브로 각각 4점씩 냈다.
여자부에서 세터 최다 점수는 이다영(현 샌디에이고 모조)이 갖고 있다. 그는 2019-20시즌이던 2019년 11월 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에서 10점(공격 4점, 블로킹 4점, 서브 2점)을 올렸다. 이다영에 앞서 종전 최다는 9점으로 김사니, 한수지, 이영주, 이재은이 달성했다.
여자부에서 공격형 세터 '원조'격으로 꼽힌 김사니는 도로공사 소속으로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 겨울리그인 2005년 4월 16일 현대건설전에서 공격 7점, 블로킹과 서브 각각 1점씩을 기록했다. 그는 2005-06시즌이단 2006년 1월 8일 현대건설전에서도 9점을 올렸는데 당시에는 공격으로만 8점을 냈다. 공격 점수만으로는 김사니가 지금까지도 최다 기록이다.
김사니는 KT&G(현 정관장) 소속이던 2009-10시즌 2009년 11월 18일 열린 흥국생명전에서도 다시 한 번 9점을 올린 적이 있다. 한수지도 현대건설과 KT&G 소속으로 각각 2007-08, 2011-12시즌 두 차례 9점을 기록한 적이 있다.
한편 김 감독은 김다은의 '공격'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김다은은) 좋은 세터로 가능성과 실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며 "신인 선수로서 그 부분은 맞다"고 얘기했다.
김 감독은 "물론 수비쪽으로 더 보완해야할 점이 있고 경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차분함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인다운 패기를 앞세워 패스 페인팅과 2단 공격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지만(세터로 작은 키가 아닌 신장 179㎝도 김다은이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다) 그래도 세터 본연의 임무인 볼 배분과 연결에 좀 더 집중하고 신경을 써야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내가 공격형 세터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도로공사 지휘봉을 잡기 전 대한항공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황동일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한편 도로공사는 15일 김천체육관에서 GS칼텍스를 상대로 팀의 4라운드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글_류한준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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