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MG컵] 선수들의 성장, 유쾌한 분위기…차상현 감독이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09-06 11: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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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제천/이정원 기자] 모두가 놀란 우승, 그야말로 대반전이었다.

GS칼텍스는 지난 5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흥국생명과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23, 28-26, 25-23)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이후 3년 만에 거둔 컵대회 우승이었다.

모두가 놀란 우승이었다. 사실 GS칼텍스의 우승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물론 GS칼텍스의 전력도 강했지만 상대는 흥국생명이었다. 이재영-이다영에 비시즌에는 김연경이라는 국가대표 에이스가 팀에 합류했다. 리베로 자리가 약점으로 뽑혔지만 그마저도 도수빈이  대회를 치르면 치를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약점을 잘 메웠다. 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결승에 진출했다.

반면, GS칼텍스는 조별예선 첫 번째 경기 KGC인삼공사전부터 삐거덕거렸다. 1, 2세트를 먼저 따고 3세트도 21-16으로 앞서고 있었음에도 막판 뒷심과 집중력 부족으로 2-3 대역전패를 당했다.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 한국도로공사전도 승리를 거뒀으나 뭔가 안 맞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차상현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이런 경기를 해봐야 선수들도 성장할 수 있다." 당장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이런 경기 경험이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었다.

차상현 감독의 말처럼 GS칼텍스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성장하고 있었다. GS칼텍스 선수단은 다소 어린 축에 속한다. 차상현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성장하고, 그 성장한 경험을 리그에서 보여주길 바랐다.

특히 안혜진이 부담감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차상현 감독은 매 경기 "혜진이가 부담감 없이 경기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혜진은 중요한 결승전에서 차상현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완벽한 패스웍을 보여줬다. 고른 공격 배분으로 러츠(25점)-이소영(18점)-강소휘(14점) 삼각편대가 57점을 합작했다. 2년차 조커 권민지도 한국도로공사전과 현대건설전에서 각 11점을 올렸다.

분위기도 한몫했다. 평소 차상현 감독과 선수단의 분위기는 굉장히 유쾌하다. SNS 콘텐츠에서도 많이 나왔다.

준결승전 승리 후 차상현 감독에게 이런 질문이 나왔다. '좋은 분위기, 결승전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이에 차상현 감독은 "지금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준결승 경기가 늦게 끝났다. 경기 초반 좋은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초반에 분위기를 잘 잡으면 좋은 내용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하루만큼은 선수들에게 화를 안 내보려고 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경기 끝날 때까지 화 안 내고 재밌게 해보겠다."

차상현 감독은 결승전에서 미리 말한 것처럼 선수들과 재밌는 배구를 했다. 선수들이 실수를 해도 다독여주고, 잘 한 플레이는 박수를 쳐가며 칭찬했다. 선수들은 이에 보답하듯 끈질긴 수비,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흥국생명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재밌게 배구하길 바랐다.

그 결과, 1-2세트를 따내며 흥국생명의 무실세트 기록을 깼고 계속해서 재밌는 경기, 신나는 게임을 했다. 결과는 달콤한 우승이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모두가 얼싸안으며 우승을 만끽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린 선수도 보였다.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싸워줬다. 우리 선수들에게 경기를 이기고 싶어 하는 눈빛과 힘이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칭찬한 뒤 "우리 선수들에게 휴가를 주고 싶은데 코로나19때문에 쉽지 않다. 고민을 해봐야한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강소휘는 "첫 경기 패배가 우리에게 약이 됐다. 그 경기를 3-0으로 이겼으면 자만했을 것 같다"라며 "흥국생명에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미친개 작전, 즐겁게 웃으며 뛰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차상현 감독의 휴가 이야기를 들은 강소휘는 "코칭스태프도 선수들과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라고 웃었다. 좋은 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한마디였다.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한 차상현 감독. 그 안에는 선수들의 성장을 믿고 좋은 분위기로 대회를 이끈 차상현 감독의 시나리오가 있었다. 차상현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그려갈 미래가 더욱 기다려진다.


사진_제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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