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다섯 번째 꽃을 피운 경일대학교 여자배구부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7-29 11:00:51
반갑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대구·경북 지역에 유일한 여자대학배구부가 탄생했다. 단국대, 목포과학대, 우석대, 호남대에 이은 다섯 번째 여자대학부 경일대의 창단이다. 누구나 믿을 수 있는 信, 언제 어디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新, 무엇이든 도전하는 伸이라는 학교의 신인재상을 코트에서 실현하기 위해 대학배구계에 새롭게 발을 내디딘 경일대. 첫걸음부터 심상치 않다.
한 편의 시트콤처럼
진행된 배구부 창단
경일대는 2020년 스포츠단을 창단하면서 축구, 야구, 태권도, 컬링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학생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여자배구부는 2021년 10월 12일, 비치발리볼팀과 함께 창단됐다. 창단 감독으론 수원시청 배구팀 코치와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던 경일대 스포츠학부 김연 교수가 맡았다. 김 감독은 비치발리볼 선수로 활동할 당시 2008년 전국해양비치발리볼대회와 세계여자비치발리볼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비치발리볼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다.
선수단은 3학년 신지은(172cm, WS), 이호빈(180cm, MB), 김연정(160cm, S), 김나연(174cm, WS), 이가연(181cm, MB)을 비롯해 1학년 백채림(174cm, WS), 박지현(180cm, OPP), 김세연(173cm, WS), 문선화(172cm, OPP), 강지민(171cm, L), 한지현(170cm, L)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김연 감독은 “창단이 갑작스럽게 되는 바람에 작년에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우리학교로 많이 와줬고, 또 잘해주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배구부 창단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한 편의 짧은 드라마 전개를 보는 듯한 창단이었다.
“작년 1학기가 끝날 때쯤인 6월이었다. 어느 날 스포츠단 단장을 하고 계시던 교수님이 ‘배구부는 몇 명이면 창단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시길래 ‘12명이면 될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교수님이 ‘그럼 우리 배구부 창단합시다’고 하셨지만, 운동부를 맡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웃고 넘어갔다. 비치발리볼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었던 만큼 비치발리볼팀 창단을 생각하고는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며칠 뒤, 수업을 끝내고 걸어가고 있는데 총장님 차가 내 앞에 섰다. 창문이 내려가더니 총장님이 ‘배구부 만든다면서~ 창단해~’라고 말씀하시곤 떠나셨다. 그렇게 전혀 마음의 대비도 없이 창단을 준비하게 됐다.”
‘즐겁게 배구하자’라는 모토를
디딤돌 삼아 만들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기란 언제나 어려운 법. 경일대 배구부 역시 창단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학교에 배구를 전문적으로 한 교직원이 없었고, 김연 감독도 배구를 그만둔 지 오래된 만큼 아마추어 배구의 흐름을 모르는 터라 창단까지 제대로 된 과정을 밟아나가기가 어려웠다. 이전에 창단을 준비하다 포기한 다른 학교도 있었기에 주변으로부터 경일대도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을 거란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도움도 함께 있었다.
'즐겁게 배구하자.' 경일대 배구부의 모토다. 김연 감독은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역시 배구할 때 승패에 연연해하면 힘들고 인상을 쓰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하고, 즐겁게 하다 보면 배구도 잘할 뿐만 아니라 학업에도 열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게 정착되어 많은 선수가 오고 싶어 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배구부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배가 존재해도 뱃길을 잘 아는 사공이 없으면 쉽게 나아가지 않는 법. 선수 수급이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 가운데 진학을 택한 선수들은 본인이 갈 대학교를 이미 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직접 발로 뛰었다.
“부탁 안 하고 본인이 스스로 학교를 찾아온 선수는 없다. 6년간 V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던 선수들 리스트를 다 뽑았다. 대학에 갔는지 확인하고 직접 전화해보면서 모은 결과, 지금 있는 선수들이 오게 됐다. 특히 백채림 선수나 한지현 선수는 많이 부탁해서 왔는데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한 곳에 모인 선수들이 잘 융화가 되어 지금까지 잘 해주고 있다.”
편입과 신입생 입학을 통해 선수단이 구성됐다. 2년제인 목포과학대 배구부 선수들이 졸업 후 편입으로 경일대에 들어온 경우도 있었고 백채림과 한지현은 프로 선수로 활동했지만, 신입생으로 경일대에 입학해 대학배구선수로 활약하게 됐다.
김 감독은 “열 한 명의 선수가 우리 학교에 처음 온 날부터 든든하더라. 내 편이 되게 많아진 느낌이 들었는데, 운동 만 아니라 학교생활도 열심히 한다. 성적도 상위권에 자리하고 학교를 너무 좋아해 줘서 선수들이 더욱 고맙다. 복 받았다.”
창단 첫 해
경일대가 일으킨 돌풍,
그리고 희망
경일대는 창단 첫해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2022 KUSF 대학배구 U-리그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2021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첫해부터 우승의 역사를 쓰며 신흥강자로 성큼 올라섰다.
김 감독은 “지인 분이 창단 첫 해에 몇 등 할 것 같냐고 물어보시더라. ‘목표는 4강입니다’고 했더니, ‘너희 처음에 무조건 5등이야’고 하시더라. 하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즐겁게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대학배구부 창단을 통해 유소년 여자 선수들이 다양한 장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프로가 엘리트 선수들의 최종 목표지만, 프로뿐만 아니라 실업, 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배구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 선수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배구를 한 만큼 본인들도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서 배구와 공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15개가 등록된 남자대학부와 비교한다면 현저히 적은 수다. 여자 배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더불어 인기도 유지하기 위해선 아마추어 선수들의 저변 확대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김 감독 역시 “모든 게 프로에 많이 집중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아마추어는 대학뿐만 아니라 중, 고등학교도 열악한 부분이 있다. 프로 팀과 각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학교에서도 운동부를 축소하지 않고 투자를 많이 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여자 아마추어 배구 발전에 경일대 역시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 “우리가 우승을 하면서 말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학교에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혜택을 부탁할 수도 있고, 학교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면 선수들이 계속 배구를 할 수 있는 실업팀을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도자에 앞서 배구를 했던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끔 많은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
경일대 배구부의 역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첫걸음부터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준 경일대가 보여줄 활약들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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