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남매란 이런 것! 이준X이현 남매 [김하림의 배구는 사랑을 싣고]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6-30 20:30:06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우리가 처음 맺는 인연이다. 하나의 인연이라고 한들 서로 간 연결고리는 다양하다. 배구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가족들이 있다. <더스파이크>가 이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흰 티에 검은 바지’
말하지 않아도 통했던
찐 남매의 텔레파시
두 살 터울 남매 이준, 이현은 그야말로 현실남매다. 남매간 다정한 말투와 행동은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텔레파시는 통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흰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똑같이 입고 왔다.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찍으면 찍을수록 두 선수 얼굴엔 똑 닮은 미소가 번졌다.
Q. 두 선수 모두 <더스파이크>와 길게 인터뷰하는 건 처음입니다. 사진 촬영과 함께 인터뷰를 나누게 됐는데 소감은 어떨까요.
이준 사진 찍는 것도 처음이라 어색했는데, 그만큼 저희가 관심을 받는 거라고 느꼈어요.
이현 저도 오빠처럼 사진 찍는 것도, 인터뷰도 처음이에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고 뭔가 새로운 느낌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Q. 어렸을 때부터 함께 같은 종목을 운동한 만큼 좋은 부분, 힘들었던 부분이 함께 있었을 것 같아요.
준 함께 운동하니 공감대 형성이 많이 됐어요. 초등학교 땐 집에 자주 갔으니 서로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힘든 점은 서로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오랜만에 만나면 동생한테 어색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현 저는 배구를 할 때 먼저 했던 오빠가 있으니 배구를 물어보면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저 역시 오빠랑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어색함을 느끼더라고요.
Q. 배구로 대화를 자주 나누실까요.
준 아무래도 포지션이 다르다 보니 자주 안하게 돼요. 현이가 고등학교 때 공격수를 잠깐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저한테 많이 물어봤는데 그 이후론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잘 없어요.
Q. 두 분은 자주 연락은 하실까요.
현 자주는 못 하고 가끔 연락해요(웃음).
집에선 2살 오빠,
코트에선 동생이 2년 선배
Q. 이현 선수가 비록 동생이지만 프로에선 위치가 다릅니다. 연차가 더 많은 선배인데 두 선수 모두 어떠신가요.
준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현이가 이미 프로에 있었잖아요. 현이가 가끔 용돈도 보내주고 만나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해서 고마웠어요. 지금은 저도 돈을 버니까 이젠 제가 사려고 많이 하고 있어요.
현 저는 제가 먼저 온 만큼 오빠도 열심히 해서 프로에서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오빠 드래프트 때 점심시간에 낮잠도 안 자고 실시간으로 보고 뽑히자마자 축하한다고 메시지 남겼죠.
Q. 시즌이 겹쳐 매번 보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시간이 나면 서로의 경기를 보실까요.
준 현이가 GS칼텍스에 있을 땐 장충에 직접 가서 몇 번 봤어요. 이젠 홈이 광주라 너무 멀어서 갈 거면 시간을 확 비우고 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광주에서 현이 경기를 본 적은 없어요.
현 지난 시즌 여자부가 먼저 끝났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엄마랑 같이 오빠 챔피언결정전 경기 다녀왔어요.
Q. 서로가 바라봤을 때 배구선수 이준, 이현은 어떤가요.
준 현이의 장점은 서브랑 수비가 좋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신장이 낮다 보니 블로킹 높이가 아쉬운 건 있는 것 같아요.
현 오빠는 키가 작은데도 점프력이 좋잖아요. 또 발도 빠른 것 같지만 서브는 많이 약한 것 같아요.
남매 사전에
티격태격이란 없다
Q. 그럼 서로가 바라보는 오빠 이준, 동생 이현은 어떨까요.
준 현이는 착한 동생이에요. 제 말도 잘 따라주고 크게 싸운 적도 없어요. 서로 양보하면서 지낼 수 있는 착한 동생입니다.
현 저도 오빠랑 싸운 기억이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많이 떨어져 지냈다 보니 사이가 더 좋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잘 챙겨주는 오빠예요.
Q. 이현 선수가 누나, 이준 선수가 동생이었으면 어땠을 것 같으세요.
준 제가 동생이었으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저는 장난기가 많아서 자주 까불거리지 않았을까요.
현 저는 오빠가 동생이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지금이랑 똑같이 대할 것 같아요.
Q. 어릴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준 저는 딱 하나 기억에 있는 게 있어요. 집 베란다에 화분이 있었는데 현이가 화분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제가 그 뒤에서 똥침을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방구를 껴서 제가 역으로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한 5살인가 7살인가 하여튼 엄청 어렸어요.
현 저는 오빠 따라서 자전거 타거나, 인라인 탔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우승 남매의 소망
‘코트 위에서 오래오래’
Q. 배구를 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언제일까요.
준 대학교에서 첫 우승 했을 때랑 이번에 챔피언결정전 우승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대학교 때 했던 우승은 제가 배구를 시작하면서 주전으로 이뤄냈던 우승이라 뜻깊게 와닿았어요. 대한항공 와서 정규리그 1위와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해봤는데, 챔피언결정전 3차전 때 질뻔했잖아요. 그걸 역전해서 이기는 걸 코트 밖에서 보면서 프로 우승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현 저도 GS칼텍스에 있을 때 트레블을 달성한 것과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 후 첫 승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트레블이라는 게 쉽지 않은데 언니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내서 그 때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 후 기회가 생겨 제가 주전으로 뛴 경기였고 어렵게 승리를 챙겼기에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밖에서 바라봤던 우승과 안에서 느낀 우승, 승리는 어떻게 달랐을까요.
준 대학교 때는 제가 코트 안에서 뛰었기에 잘 몰랐는데 웜업존에서 봤을 때가 더 긴장되고 마음 졸였어요. 코트 안에서 집중하면 주위를 잘 못 느끼는데 밖에서 보면 모든 게 다 보이니 그게 제일 다르게 다가왔어요.
현 확실히 코트 밖에서 보면 단순히 긴장하는 것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코트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심적으로도 힘들었던 것도 있고, 마음고생도 했어요. 함께 고생했던 언니들이랑 같이 코트 위에서 승리할 수 있어서 더 뜻깊었습니다.
Q. 서로가 안쓰러웠던 적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준 현이가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을 때 제일 안쓰러웠어요. 창단팀인 만큼 대중들한테 관심도 받을 거고 그 관심 속에 보여줘야 했기에 되게 힘들 거라고 느꼈어요. 또 연패 기간이 길었으니 혼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 안쓰럽게 생각했어요.
현 저는 오빠가 대학교 갔을 때 조금 안쓰러웠어요. 고등학교랑 대학교 수준도 차이가 있잖아요. 오빠가 대학교 올라갔을 때 지금보다 훨씬 왜소했어요. 그래서 신장 차이랑 힘에서 힘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Q. 배구를 할 수 있기까지 부모님의 도움도 많았을 텐데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떨까요.
준 운동선수 한 명 키우는 것도 힘든데 두 명 뒷바라지해주신 거 생각하면 항상 감사한 마음만 들어요. 다치지 않고 프로에 오래 있으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요. 항상 부모님 먼저 챙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현 부모님이랑 저를 도와주신 분들한테 이제 저희가 해드릴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조금씩 해드리고 있고 저도 프로에서 계속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요.
Q. 오빠 이준이 동생 이현에게 무슨 말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준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힘든 부분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저한테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부상 당하지 않고 지금처럼 열심히 해서 저랑 프로에 오랫동안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동생 이현이 오빠 이준에게
현 오빠 역시 힘든 게 있으면 저한테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대한항공에는 잘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그래도 오빠를 코트에서 더 자주 보고 싶고, 부상 안 당했으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어떤 배구 선수로 성장하고 싶은지,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준 저는 매번 생각하는 건데 윙스파이커 형들 기량이 워낙 좋고 기복도 심하지 않아 신인들이 들어갈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그래도 들어가게 된다면 코트 위에서 하나는 무조건 보여주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를 본다면 제가 형들 자리에 서서 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현 저도 이제 고은 언니가 왔잖아요. 코트에서 잘 못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코트에 들어간다면 저한테 오는 기회를 꼭 잘 잡아보겠습니다. 항상 자신 있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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