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최홍석과 OK금융그룹의 요란스러운 정 떼기. 그 불편한 이면
- 남자프로배구 / 김종건 / 2022-07-18 09:02:02
OK저축은행과 최홍석이 참으로 요란하게 이별을 했다.
2021~2022시즌 V리그를 마친 뒤 감독으로부터 전력 외 통보를 받고 짐을 싸서 나간 선수와 구단이 새로운 시즌 선수 등록을 앞두고 연봉조정신청을 내자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OK금융그룹은 “새 시즌에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해 연봉 협상을 진행했지만, 액수를 놓고 의견 차이가 컸다. 선수가 짐을 싸서 나간 것은, 선수단 내부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수단의 중심인 감독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선수를 구단이 꼭 잡아야 하는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구단은 "김웅비의 군 입대를 포함, 레프트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독의 시기별 전략에 따라 하반기에 투입할 자원으로 평가해 계약을 추진했지만 의견 차이가 컸다"고 했다. 연봉조정신청도 "최홍석이 먼저 하겠다고 해서 구단이 대응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결정은 만에 하나 연봉조정신청에 패해서 최홍석이 구단과 억지로 계약할 상황이 오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여지도 있었다. 또 선수단과 프런트의 의사소통이 모자라거나 '따로국밥'처럼 논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연봉조정신청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구단과 석진욱 감독과의 재계약 때의 일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사안이 예사롭지 않았다. 구단은 3년 계약이 만료된 감독과의 재계약에 뜸을 들였다. 3시즌 동안 팀을 각각 4~4~5위에 올려놓고 한 차례 봄 배구에도 진출 시켰지만, 구단은 그 성적에 만족하지 않았다. 한동안 외국인 감독 이름이 자주 들렸다. 결국 돌고 돌아서 석진욱 감독의 유임이 결정됐다. 조건은 좋지 못했다. 1년계약이었고 연봉도 많이 줄어들었다. 성적으로 말하는 위치였기에 석진욱 감독이 자존심을 굽히고 도장을 찍었지만,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다른 팀에 갈 기회가 있었던 석진욱 감독은 "꼭 이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이런 가운데 최홍석의 처리 문제가 떠올랐다.
최홍석은 2019년 장준호 이승준과의 1-2 트레이드 때 한국전력에서 OK금융그룹으로 이적했다. 석진욱 감독과 장병철 당시 한국전력 감독이 합의했다. 최홍석은 V리그 통산 3394득점(토종 선수 12위)을 기록한 베테랑답게 활약했지만, 세월을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부터 출장 기회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감독은 함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감독으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은 선수는 다른 팀을 알아보고 구단은 함께 한 인연을 감사하며 깔끔한 작별을 하겠지만 OK금융그룹은 달랐다. OK금융그룹은 몇년 전 1차 지명 신인 천종범의 조기 은퇴로 팀이 시끄러웠다. 자유신분으로 풀어준 그가 대한항공에 가면서 여러 사람들이 불편해졌다. 이후 OK금융그룹은 쉽게 선수를 자유신분으로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아무런 보상이 없이 최홍석을 자유신분 선수로 풀기는 아까워 그를 묶어둘 방법으로 연봉조정신청을 생각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상 연봉조정신청에서 구단이 이기면 선수는 구단이 제시한 마음에 들지 않은 금액에 도장을 찍거나 계약을 거부하고 임의해지 선수가 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어느 구단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은퇴했던 베테랑 선수가 1년 만에 마음을 바꿔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겠다고 했다. 그 선수는 계약을 앞두고 그 팀에서 훈련도 했다. 하지만 이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자유신분으로 풀어줬던 구단이 반발했다. 그 선수에게 다양한 압박을 넣었다. 상대 구단에도 “이 선수를 데려가면 우리 프런트 여러 사람이 다친다”며 속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 바람에 그 선수는 결국 컴백을 포기했다.
최홍석의 연봉조정신청은 OK금융그룹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KOVO 연봉조정위원회에서 뜻밖에도 최홍석의 손을 들어줬다. 구단이 제시한 연봉 4000만원 대신 최홍석이 주장한 연봉 7000만원을 받아들였다. 연봉조정신청 최초로 선수가 구단을 이긴 사례였다. OK저축은행은 즉시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원하는 만큼의 효과는 없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OK금융그룹이 어떤 말을 해도 여론은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OK금융그룹은 결국 정해진 시한인 15일 오후 6시까지 연봉조정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연봉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했다. KOVO는 즉시 규정대로 최홍석을 자유신분선수로 공시했다. 이 바람에 OK금융그룹은 최홍석과 깔끔한 이별은커녕, 비난만 받으면서 원하는 것을 하나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번 일로 구단의 이미지에 크게 상처만 났다.
아쉽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유독 OK금융그룹에서는 자주 발생한다.
그동안 유성처럼 사라진 단장들과 사무국장 등 30여 명이 팀을 떠날 때마다 끝이 좋지 못했다. 모두 불만에 가득 찼고 몇몇은 “세상이 이런 곳이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이 가운데 누군가는 팀의 은밀한 비밀을 폭로했고 아직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승패 조작과 관련한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당사자가 입을 닫고 있지만, 창단 사령탑이었던 김세진 전 감독도 이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이후 비난을 무릅쓰며 현직 국가대표팀 감독을 영입하려다 비난이 쏟아지자 자신들은 전혀 가담하지 않은 척 꼬리 자르기를 했던 것이 2019년 김호철 감독 파동의 본질이었다. 이제 최홍석도 악 감정을 가지고 팀을 떠난 사람에 포함될 것이다.
OK금융그룹은 항상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팀을 떠나는 사람마다 나쁜 얘기를 하고 환멸을 느낀다면 그 조직의 문화는 뭔가 큰 이상이 있는 것이다. V리그 전체 이미지에 부정적일 이번 사안을 놓고 몇몇 단장들은 OK금융그룹의 행보를 마뜩잖게 바라본다. 그동안 아르바이트생 고용하듯 너무 구단의 책임자가 자주 바뀌는 데다 운영의 실권도 없어 대화 상대로 잘 끼워주지도 않으려고 한다. 왜 남자부에서만 웰뱅 랭킹포인트를 사용하지 못하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리그 소속이면서도 공동체 의식은 없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자주 하는 이해하기 힘든 팀, 이것이 지금 V리그에서 ‘OK금융그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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