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저에게 마지막 팀이라 생각하고 뛰겠습니다”
- 남자프로배구 / 대전/김하림 기자 / 2022-01-19 06:00:23
삼성화재의 봄배구 불씨도, 한상길의 불씨도 꺼지지 않았다.
2009-2010시즌 현대캐피탈에 2라운드 2순위로 입단해 어느덧 11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상길. 현대캐피탈을 거쳐 OK금융그룹, 대한항공에 이어 삼성화재까지. 어느덧 4번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삼성화재에게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OK금융그룹 경기는 분수령이었다. 이날 경기부터 5라운드 3경기까지 고희진 감독은 봄배구 진출을 가르는 중요한 경기로 판단했다.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한상길은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블로킹 3개, 서브 1개를 포함해 이번 시즌 최다 득점인 11점을 뽑아냈다. 공격 성공률은 88.9%에 달했다.
‘인생 경기’ 활약을 보여주며 인터뷰실도 오랜만에 찾은 한상길은 “마지막으로 언제 인터뷰를 했는지 기억에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터뷰를 한 게 손에 꼽을 정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겨서 너무 좋다. 3라운드 때 주춤하고 2연승했지만 직전 현대캐피탈한테 무기력한테 졌다. 경기를 준비할 때 마음을 다 잡고 각오를 다지고 들어간 게 경기력으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OK금융그룹을 상대로 승점 3점을 획득하며 6위로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753일 만에 상대 10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고희진 감독은 “한상길이 OK금융그룹에 오래 있다 대한항공을 거쳐 우리 팀으로 왔다. OK금융그룹 경기는 항상 자신 있어 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한상길은 “아무래도 같이 연습을 했던 선수들이라 눈에 익은 게 있다. 하지만 레오는 워낙 막기 힘들더라”라고 했다.
그럼에도 본인이 이날 기록한 블로킹 3개 중에 2개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공격이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레오의 백어택을 막아냈다. 3세트에는 러셀을 도와 레오의 공격을 두 번이나 차단했다.
한상길은 “러셀과 특별히 이야기 나눈 건 없었다. 죽어라 뛰어도 레오의 공격이 잡히지 않았는데 운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삼성화재로 넘어온 한상길은 시즌 초반 허리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상길은 “의욕이 많이 앞서면서 스스로 관리를 못하고 부상을 당했다. 몸 관리를 잘 해야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그때 생각하게 됐다. 연습을 더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말리는 것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부상을 딛고 삼성화재에서 주전 미들블로커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한상길을 보면 고희진 감독은 마냥 흐뭇하다. 고희진 감독은 “우리 팀 중앙이 약해 한상길이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연습을 할 때 깜짝 놀랄 정도로 잘했다. 시즌 전에 근육이 다쳐 어려운 거 아닐까 걱정했지만 부상에서 돌아오고 나선 확실히 중앙에서 해줘야 할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고희진 감독은 특히 한상길이 코트 안에서 보여주는 ‘파이팅’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상길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만 나 역시 승부욕이 강하다. 코트 안에서 사인도 많이 외치고 소리도 많이 질렀다. 이 부분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두 번째 셧아웃 승리를 따내며 4라운드를 3승 3패, 5할 승률로 마무리 지었다. 13일간의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낸 뒤 다시 봄배구에 도전한다.
한상길은 “준비는 항상 열심히 하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 아쉽지 않게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경기 분위기는 항상 다르고 수 싸움도 달라진다.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고 상대 분석, 우리 팀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삼성화재가 나에게 마지막 팀이라는 생각으로 뛴다.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고 솔선수범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라고 본인의 각오를 드러냈다.
사진_대전/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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