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MVP 동반자' GS 이지언 통역 "러츠, 한국에 다시 오면 좋겠어요"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기자 / 2021-04-01 01:05:46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챔프전의 별로 등극한 러츠의 옆에는 든든한 짝꿍, 이지언 통역이 있었다. 

 

GS칼텍스는 2020-2021시즌 통합우승의 주인공이다.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우승까지 합치면 여자부 최초의 트레블이라는 역사를 썼다. GS칼텍스가 올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러츠다. 

 

러츠는 올 시즌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29경기, 854점, 공격 성공률 43.89%, 세트당 블로킹 0.559개를 기록하며 삼각편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챔프전 3차전에서도 37점을 올리며 이소영과 함께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사실 외국인 선수가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홀로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다른 곳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도 한국에 올 수 없다.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크지만 가지 못하는 이 상황이 답답하다. 

 

그런 상황에서 러츠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이 있다. 바로 GS칼텍스 이지언 통역이다. 러츠가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이지언 통역의 도움이 컸다고 구단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지언 통역은 2017-2018시즌부터 GS칼텍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시에는 듀크의 통역을 맡았다. 2018-2019시즌은 건너 뛴 이지언 통역은 2019-2020시즌에 다시 돌아와 러츠의 통역으로 활약했다.

 

 

챔프전 우승 직후 기자와 전화 통화를 가진 이지언 통역은 "러츠는 역시나 잘 하는 친구였다. 굉장히 성실하다. 2년차인데도 불구하고 새롭게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선수들이랑 케미도 좋아지고 서로 더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말을 이어가며 "나 역시도 영광스럽다. 트레블이라는 역사를 우리가 썼다. 자랑스럽다.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좋다. 그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게 영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챔프전 MVP로 러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이지언 통역은 '다행이다'라는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이 통역은 "소영이가 받아도 좋았고, 러츠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 중에 한 명만 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둘 다 받아 기분이 좋았다"라고 웃었다. 

 

지난 시즌 러츠와 올 시즌 러츠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부분으로는 '적응'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한 이지언 통역이다. 

 

"지난 시즌은 적응하느라 무언가 바쁘게 흘러간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녹아든 느낌이 들었죠. 달라졌어요.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배구에 집중했어요. 또한 선수들과 소통도 좋았어요. 러츠가 한국말을 많이 배우기도 했고 선수들도 비시즌 영어를 배웠죠. 완전한 소통이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선수들의 영어 실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한)다혜, (강)소휘, (한)수지 언니, (김)유리 언니, (문)지윤이까지. 이젠 영어를 조금씩 해요."

 

선수들이 영어를 배운다면 러츠는 한국말을 배운다. 이미 여러 영상에서도 나왔듯이 러츠는 한국말을 곧잘 하는 외인이다. 

 

 

이지언 통역은 "이번 시즌에도 많은 단어들을 배웠다. (차상현) 감독님이 훈련 막바지에 '한두 번만 더 하고 끝내자'라고 하면 러츠가 '뻥이에요. 뻥쟁이'라고 말한다(웃음). 그런 소소한 추억이 남아 있다. 매시간을 함께 즐겁게 지내다 보니 없으면 허전하다"라고 웃었다. 

 

러츠도 사람이다. 코트 위에서 항상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분명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 통역은 "한두 번씩 기복이 있다. 시즌 중·후반쯤에 힘들어했는데 역시나 현명하게 그 위기를 벗어나려 하더라. 정말 힘들 때는 감독님에게 가 말씀을 드린다. 그러면 감독님께서 휴식을 주신다. 또한 경기 전 러츠가 마시는 특정 음료수가 있는데 그걸 마시면서 회복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러츠는 이지언 통역에게 많이 기댄다. 말이 통하고 자신의 정서나 기분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지언 통역이기 때문이다. "러츠가 정서적으로 나에게 많이 기댄다. 그럼 나는 러츠의 말에 공감해 주려 노력한다. 이제는 서로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러츠와 이지언 통역은 함께 있을 때 배구 이야기는 잘 안 한다. 배구를 안 하는 휴식일에는 주위 맛집 탐방을 한다. 지난해 러츠가 다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김밥에 푹 빠졌었다고 했다. 요즘 러츠가 빠진 음식은 무엇일까. "그래도 미국에서 먹는 집밥을 그리워한다(웃음). 최근 한국에서는 돈가스 김밥이나 감자 수제비에 빠졌다."

 

사실 외인과 통역의 관계는 비지니스 관계의 일종일 수 있다. 국내 선수들과 달리 외인은 장기적으로 V-리그에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러츠와 이지언 통역은 다르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지언 통역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니 러츠도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비즈니스 관계로만 남으면 시즌을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내가 마음을 다주고 러츠가 적응을 하는 데 힘을 주고 싶었다. 정말 기쁘게 일을 했다. 내가 항상 진심으로 대했다는 것을 러츠가 알아줬으면 좋겠다(웃음)." 

 

러츠가 개방적인 성격을 가졌기에 이지언 통역과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김유리도 "러츠가 재밌다. 러츠가 (강)소휘랑 (안)혜진이 한테 “인성 쓰레기”라고 말하는데 너무 웃기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이지언 통역은 "러츠는 개방적이고 바르고 매너가 좋은 친구다. 그래서인지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성숙하다. 또한 큰 경기에 떨지 않는다. 부담과 긴장감을 즐긴다. 선수들에게도 파이팅을 해주고 공격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믿음 있게 득점을 올려준다"라고 칭찬했다. 

 

러츠는 조만간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러츠의 다음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GS칼텍스와 재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새로운 해외 리그 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러츠를 주목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끝으로 이지언 통역은 "러츠는 나에게 정말 고마운 친구다. 때어낼 수 없는 사이다. 잘 맞았다. 러츠도 나에게 마음을 담아 잘 해줬다.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GS칼텍스에 다시 오면 좋겠지만(웃음) 어딜 가더라도 행복하게 잘 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이지언 통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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