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원 감독 "무릎이 붓고 통증이 있었다"…그럼에도 김희진은 도쿄 코트를 지켰다
- 여자프로배구 / 용인/이정원 / 2021-08-16 00:49:18
김희진이 도쿄올림픽에서 보여준 투혼, 서남원 감독은 제자의 투혼을 응원하면서도 때론 걱정하며 한국 경기를 지켜봤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보여준 투혼과 열정은 배구 팬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예선 도미니카공화국전, 일본전 그리고 8강 터키전은 물론이고 모든 경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1차 목표였던 8강을 넘어 2012 런던올림픽 이후 다시 한번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비록 4강에서 브라질, 3·4위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하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국민들은 여자배구 대표팀에 박수를 보냈다.
김연경(상하이),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등은 물론이고 정지윤(현대건설), 박은진(KGC인삼공사)까지 12명의 선수가 빛나고 모두에 기억에 남는 올림픽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 김희진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특별했다. 김희진은 2012 런던, 2016 리우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가기 전, 부상이 발견되는 악재가 발생했다. 왼쪽 무릎 뼛조각이 튕겨져 나가며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남원 감독은 "공격 후 착지, 공격 후 착지가 계속되다 보니 왼쪽 무릎에 무리가 왔다. 뼛조각이 튕겨져 나갔다더라. 검사를 해보니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뼛조각이 나간 자리를 다듬고 그 안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큰 수술이다. 이는 재활하고 복귀하는 데 최대 8개월을 걸리는 대수술이다. 두 번째는 이번에 한 뼛조각 제거 수술이다. 이 수술은 재활 기간이 덜했기에 택했지만, 그래도 수술을 받고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김희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선수였다. 대표팀이 2021 VNL에 간 사이, 김희진은 뼛조각 제거 수술 후 빠르게 몸을 만들었다. 무릎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 재활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결국 하동 코호트 훈련에서 경기에 뛸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임을 입증했고, 도쿄올림픽 명단에 최종 승선했다. 라바리니 감독 및 코칭스태프는 김희진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걸 알았음에도, 아포짓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김희진뿐이기에 그녀를 선발했다.
서남원 감독은 "희진이가 올림픽에 대한 꿈이 있기에 뼛조각 제거 수술을 택했다. 100%가 아닌 상황에서 대표팀에 갔기에 염려를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희진은 도쿄에서도 수시로 구단에 자신의 상태를 보고했다. 무릎이 붓고, 통증이 수반할 때도 분명 있었다. 경기가 없을 때는 걷기 힘들 정도로 무릎 통증은 심했다.
하지만 코트 위에만 올라가면 무릎 통증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기복 있는 플레이가 있었어도 필요한 순간 득점을 책임졌다. 무릎 통증으로 인해 완전한 점프를 하지 못함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대표팀에 힘을 줬다. 동료가 득점을 올릴 때는 그 누구보다 기뻐했고, 자신의 실수가 나왔을 때는 반성하며 이내 다음 플레이를 준비했다.
서남원 감독은 "희진이가 득점을 잘 해 기분이 좋다가도, 무릎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던 게 사실이었다. 도쿄에서도 무릎이 붓고 통증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전보다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9일 한국에 들어왔다. 김희진은 팀에 합류 후, 5월에 무릎 수술을 받았던 주치의를 통해 정기적으로 무릎 검사를 받는다. "지금의 무릎 상태로는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출전은 힘들 것 같다"는 게 서남원 감독의 말이다. 어쩌면 자신의 무릎을 희생하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뛴 김희진의 헌신이 대단해 보인다.
김희진은 물론이고 김수지, 표승주까지 이제 IBK기업은행은 완전체가 되었다. 서 감독은 "희진이는 물론이고 (김)수지, (표)승주까지 모두 수고했다는 말 전하고 싶다. 몸 상태를 계속해서 체크하며 회복 훈련을 가진 뒤, 팀 훈련 합류 날짜를 정할 계획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오는 24일 오후 7시 현대건설과 컵대회 조별예선 첫 경기를 가진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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