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의 승패 가른 외국인 선수의 클러치 능력 차이
- 여자프로배구 / 대전/김희수 / 2022-12-31 11:00:42
2022년의 끝자락을 장식하기 충분한 명경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외국인 선수의 클러치 능력 차이가 결국 승패를 갈랐다.
KGC인삼공사가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16-25, 25-22, 25-22, 26-24)로 제압했다. KGC인삼공사는 이날 승리로 IBK기업은행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GS칼텍스는 1세트를 가볍게 따냈지만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며 아쉽게 연승 행진을 마쳤다.
이날 경기는 5세트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엄청난 혈전이었다.
1세트를 제외한 모든 세트마다 후반부에 대접전이 펼쳐졌다. 블로킹(13-13), 서브(6-6), 범실(20-20)까지 모두 같을 정도로 두 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공격 득점에서 54-53으로 GS칼텍스가 단 1점 앞섰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승점3은 KGC인삼공사가 차지했다.
승패를 가른 요인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 선수의 클러치 능력 차이였다.
KGC인삼공사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와 GS칼텍스의 모마 레티치아 바소코(등록명 모마)는 공격 성공률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엘리자벳이 39.39%, 모마가 37.21%의 공격 성공률이었다. 범실은 엘리자벳이 12개로 모마(6개)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그러나 이날 엘리자벳과 모마는 결정적인 순간의 해결사 능력에서 차이가 났다. 엘리자벳은 2세트 9-11로 뒤지다가 이소영과 정호영의 연속 득점으로 11-11이 되자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팀의 역전을 이끌었다. 24-22 매치 포인트에서는 퀵오픈으로 2세트를 끝내며 포효했다.
반면 모마는 2세트 12-14 상황에서 연타 공격을 시도했지만 박은진의 블로킹에 걸렸다. 이어진 18-21 상황에서는 이소영이 발로 공을 간신히 넘길 정도로 KGC인삼공사가 어수선한 상황이었음에도 공격 범실을 했다. 물론 모든 상황이 모마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안혜진의 모마를 향하는 토스가 흔들린 탓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의 모마는 평소에 비해 어려운 공을 처리하는 능력이 아쉬웠다.
3세트에도 두 선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모마의 3세트의 첫 공격은 정호영의 블로킹에 걸렸다. 이후 정호영이 연속 속공 득점을 올리며 GS칼텍스는 초반 분위기를 KGC인삼공사에 넘겨줬다. 1점차 추격을 노렸던 4-6에서는 모마가 중앙 백어택을 시도했지만 박은진에게 가로막혔다. 반면 엘리자벳은 GS칼텍스의 맹추격으로 22-22 동점이 된 상황에서 오픈 공격에 이어 2연속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3세트를 지배했다.
4세트에는 두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 직접 전위 맞대결을 펼쳤다. 계속해서 조금씩 뒤지던 KGC인삼공사가 이소영의 서브 득점으로 9-9 동점을 만든 상황, 모마가 오른쪽에서 오픈 공격에 나서자 엘리자벳이 블로킹으로 대응했다. 승자는 엘리자벳이었다. 모마의 공격을 가로막은 뒤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엘리자벳은 해결사 본능을 또 한 번 뽐냈다. 21-21에서 자신의 무리한 3단 처리 실수로 역전 기회를 날린 상황이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엘리자벳은 22점부터 25점까지 서브 1득점 포함 팀의 4점을 홀로 책임졌다. 결국 엘리자벳이 만든 25-24 매치 포인트를 이소영이 마무리하며 승리는 KGC인삼공사에게 돌아갔다. 이날만큼은 외국인 선수의 필수 덕목인 클러치 능력에서 모마에 판정승을 거둔 엘리자벳이었다.
사진_대전/유용우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