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결 지표로 살펴보니…의외의 ‘꿀잼 매치?' [프리뷰]
- 여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01-23 09:00:56
‘1강’을 꺾은 3위 팀과 연패에 빠진 7위 팀의 대결. 이렇게만 보면 싱거운 결과가 예상될 수도 있지만, 맞대결 지표를 살펴보면 의외의 ‘꿀잼 매치’가 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과 GS칼텍스가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거뒀지만 이후 다시 연패에 빠진 7위 페퍼저축은행(1승 21패, 승점 4)은 2023년 첫 승은 물론 올 시즌 홈 경기 승리도 아직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승리를 통해 설 연휴에 페퍼스타디움을 찾을 홈 팬들에게 소중한 명절 선물을 선사하고자 한다.
앞선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686일 만의 값진 승리를 챙긴 3위 GS칼텍스(11승 11패, 승점 33)는 4위 한국도로공사와의 승점 차가 불과 1점이다. 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겨 격차를 벌린 채로 한국도로공사와의 4라운드 최종전 맞대결에 나서길 원한다.
양 팀의 4라운드 대결을 맞대결 지표 분석을 통해 미리 살펴본다.
맞대결 지표에서는 GS칼텍스가 공수 가릴 것 없이 전 방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앞선다. 특히 공격종합(33.69%-48.17%)과 후위공격(27.03%-46.94%)에서는 압도적이다. 다만 이 절대적 우위에 가장 큰 기여를 해온 모마 레티치아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경기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변수다. 직전 현대건설전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해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 검진 결과 문제가 없다면 광주로 따로 합류해 출전할 수도 있지만, 100%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시브와 디그 역시 GS칼텍스가 우위다. GS칼텍스는 페퍼저축은행전에서 47.34%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35.02%의 페퍼저축은행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디그도 세트 당 21.45개로 17.91개의 페퍼저축은행보다 우위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바로 오지영의 존재다.
이 경기는 오지영이 GS칼텍스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뒤 치러지는 양 팀의 첫 맞대결이다. 즉 지금의 맞대결 지표는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에 없는 상태에서 쌓인 것이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은 3라운드까지 리시브 효율 32.93%-세트 당 디그 19.53개를 기록했지만 4라운드에는 리시브 효율 35.20%-세트 당 디그 21.42개로 개선된 모습이다. 오지영이 합류한 시점이 3라운드 후반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오지영 효과’가 유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격에서의 우위를 이끌어 온 모마는 경기에 못 뛸 수도, 설사 뛰더라도 컨디션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수비에서의 격차는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의 수비를 강화시키면서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상대를 앞서지만 GS칼텍스가 방심해서는 안 될 이유다. 지표상으로는 격차가 매우 커 보이지만, 마치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적혀 있는 경고문처럼 보이는 것보다 페퍼저축은행과의 거리는 가깝다.
살리기 어려웠던 강점, 이제는 살려야 할 때
거의 모든 지표에서 열세인 페퍼저축은행이 GS칼텍스에게 앞서는 하나의 지표가 있다. 바로 속공이다. 페퍼저축은행은 GS칼텍스 상대로 속공 성공률 42.86%를 기록하고 있다. 32.14%에 그친 GS칼텍스보다 10% 이상 높다. 이 데이터만 본다면 페퍼저축은행이 속공 점유율을 끌어올려서 경기를 풀어 갔으면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좋은 속공 성공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맞대결에서 속공 시도 횟수는 GS칼텍스의 절반이다(페퍼저축은행 14회, GS칼텍스 28회). 이는 3라운드까지의 페퍼저축은행이 리시브와 디그에서 강점이 없는 팀이었던 탓이다. 약속된 플레이가 중요한 속공의 특성 상 안정적인 리시브와 디그는 필수다. 오지영이 합류한 이번 경기에서는 속공을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이 이전보다 탄탄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중앙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속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성공률뿐만이 아니다. 페퍼저축은행의 공격 옵션 중 가장 파괴력이 높은 니아 리드의 중앙 백어택을 살리기 위해서도 속공은 유효한 옵션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이 GS칼텍스를 상대로 공격을 시도한 지역 중 가장 성공률이 높았던 지역이 중앙 후위였다(공격 성공률 40%). 속공이 유효한 옵션이 된다면 GS칼텍스의 블로커들은 속공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페이크 점프로 GS칼텍스 블로커들을 미리 움직이게 해서 니아 리드를 견제할 블로킹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속공이 통하지 않는다면 GS칼텍스의 블로커들은 페이크 속공에 따라가지 않고 니아 리드만을 견제할 것이다. 속공이 이날 경기의 향방을 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또 하나 페퍼저축은행에게 주어진 과제가 있다. 확실한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은 3라운드까지의 맞대결에서 노 블록(11회-2회)과 원 블록(74회-61회) 상황에서의 공격 기회를 GS칼텍스보다 더 많이 잡았다. 그러나 성공률은 현저하게 떨어졌다(노 블록 18.18%-66.67%, 원 블록 39.19%-57.38%). 노 블록과 원 블록 상황에서는 공격수들이 확실히 결정을 지어줘야 페퍼저축은행이 자주 겪어 온 ‘앞서고 있어도 불안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페퍼저축은행 – 오지영(L)
이적 후 친정팀 GS칼텍스와 첫 대결이다. 오지영은 경기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페퍼저축은행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또한 GS칼텍스와 GS칼텍스 선수들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페퍼저축은행이 이변을 일으킨다면 그 중심에는 오지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GS칼텍스 – 유서연(OH)
유서연의 무회전 플로터 서브는 GS칼텍스가 686일 만에 현대건설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서연은 팀 내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가장 많은 서브 득점을 기록한 선수다(서브 4득점). 현대건설전에서 보여준 예리한 서브 감각이 계속 유지될지 주목된다.
순위와 최근 성적만 본다면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는 경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과연 23일 16시, 페퍼스타디움에서는 어떤 경기가 펼쳐질까.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박상혁, 유용우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