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페퍼저축은행은 강해지고 있다
- 여자프로배구 / 광주/김희수 / 2023-01-13 10:00:25
무기력하게 17연패를 당하던 페퍼저축은행은 이제 없다. 분명 강해졌고 짜임새가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페퍼저축은행이 12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0-3(21-25, 20-25, 24-26)으로 패했다. 니아 리드가 24점, 이한비와 박은서가 각각 10점씩 올리며 활약했지만 매 세트마다 후반부 집중력 싸움에서 한국도로공사에 밀리며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세트스코어는 0-3이지만 보이는 결과보다 경기력의 격차는 적었다. 가장 눈에 띄게 좋았던 부분은 서브와 디그였다. 서브에서는 박은서와 이한비가 맹활약했다. 두 선수 모두 강력한 서브로 리그 리시브 1위 팀인 한국도로공사의 정교한 플레이를 흔들었다. 두 사람은 각각 서브 에이스 1개를 기록했다. 여기에 니아 리드와 최가은도 정교한 플로터 서브로 서브 득점을 하며 힘을 보탰다. 실제로 서브는 이날 페퍼저축은행이 한국도로공사에 앞선 유일한 지표였다(4-1).
디그 역시 준수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첫 승을 이끌었던 ‘오지영 효과’는 이번 경기에서도 유효했다. 오지영은 25번의 디그 시도 중 21번을 성공시키며 단단한 방패 역할을 수행했다. 이전의 페퍼저축은행이었다면 실점으로 끝났을 상황이 오지영의 손에 의해 긴 랠리로 이어진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이른바 ‘서베로’로 변신한 문슬기도 가세했다. 랠리 상황에서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3번의 디그 시도를 모두 성공시켰다. 공격에 특화된 아웃사이드 히터 박은서도 10번 중 8번의 디그를 성공시킬 정도로, 페퍼저축은행의 전반적인 수비 집중력은 확실히 개선된 것이 느껴졌다. 선수들이 2년째 함께 지내면서 생긴 익숙함과 호흡이 만든 효과로 보인다.
2세트와 3세트도 마찬가지였다. 2세트는 17-19에서 이고은과 최가은이 이동 공격의 호흡을 맞추지 못한 장면에서, 3세트는 16-16에서 원 포인트 서버 우수민의 서브 차례에 이한비와 니아 리드가 연속 공격 범실을 하는 대목에서 세트의 흐름이 넘어갔다. 결국 ‘뒷심 부족'이었다. 물론 3세트에는 22-24에서 듀스까지 버티며 끈질긴 모습을 보였지만, 세트를 획득하는 데는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0-3 세트스코어와 1승 19패가 된 시즌 성적은 페퍼저축은행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분명 팀은 조금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직 남은 시즌은 길다.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페퍼저축은행의 미래는 보다 밝아질 것이다.
사진_광주/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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