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둔 라바리니호, 마지막 실전 점검서 확인한 세터와 측면 조합

국제대회 / 서영욱 / 2021-07-13 00: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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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6월 28일 남자부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로 마지막 실전 점검을 마쳤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대표팀 구상에 여러모로 차질이 생겼던 라바리니 감독은 VNL에서 전력 점검과 함께 여러 방면에서 실험을 시도했다. 꽤 여러 부문에서 물음표가 많았던 한국 대표팀. VNL까지 마친 시점에 이 물음표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세터와 아포짓, 최종 정리는?
VNL을 앞두고 대표팀 구성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포지션은 세터와 아포짓이었다. 세터진은 염혜선과 안혜진, 김다인으로 구성됐다. 염혜선과 안혜진은 라바리니호 승선 경험이 있는 선수였고 김다인은 첫 대표팀 선발이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는 박정아와 정지윤이 뽑혔다. 두 선수 모두 라바리니 감독에게 발탁된 적은 있지만 아포짓 역할은 익숙하지 않았다.


세터진은 골고루 기회를 받았다. 1주차에는 세 경기 모두 다른 세터가 선발로 나섰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가장 많은 기회를 받은 건 염혜선이다. 2주차와 3주차, 5주차 대부분 경기에서 염혜선이 선발로 나섰다.  

 


대표팀 세터 3인방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염혜선은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한 시간도 가장 길다. 염혜선은 그런 경험뿐만 아니라 중앙 활용에도 강점이 있다. 서브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불안요소도 많다. 쫓기거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패스가 흔들렸고 이때 윙스파이커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낮은 블로킹 역시 문제가 됐다. 공격수와 호흡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졌다는 게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첫 대표팀 선발 속에 김다인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 반격 과정에서 윙스파이커뿐만 아니라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도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 공격수와 호흡에서 역시 불안함을 노출하긴 했지만 첫 대표팀 승선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세터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안혜진이 부상으로 예상보다 출전시간이 적었다는 점이다. 무릎 통증이 있던 안혜진은 1주차 두 번째 경기였던 태국전 이후 2주차 경기는 모두 빠졌고 3주차 마지막 경기였던 독일전 3세트에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4주차 러시아전, 세르비아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한 안혜진 경기력은 준수했다. 미들블로커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고 아포짓 스파이커에게 가는 백패스도 준수했다. V-리그에서 위력을 발휘한 서브는 VNL에서도 위력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비아전 2세트 마지막 수비 과정에서 허벅지 부상을 입고 다시 이탈했다.

결국 올림픽대표팀에 최종적으로 선택된 세터는 염혜선과 안혜진이었다. 염혜선은 세터 중 가장 경험이 많고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한 시간도 많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고 안혜진은 많은 경기에 나서진 못했지만 출전한 경기에서는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신구 조화를 보여줘야 할 두 선수다.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VNL을 거치면서 최초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3주차까지는 박정아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정지윤이 백업 스파이커로 나섰다. 하지만 박정아는 ‘아포짓 스파이커’라는 포지션에 걸맞은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았고 오른쪽에서 때리는 플레이에도 생각만큼 적응하지 못했다. 박정아는 주로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3주차까지 공격 성공률 31.84%를 기록했다.

3주차 독일전 3세트부터는 박정아가 익숙한 윙스파이커로 자리를 옮겼고 정지윤이 선발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 더 나은 공격력을 보여준 건 정지윤이다. 정지윤은 선발로 올라선 4주차 이후 다섯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38.58%를 기록했다(네덜란드전은 결장).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정지윤이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 적응하면서 대표팀 공격력도 3주차까지와 이후 수치에서 차이를 보였다(1~3주차 34.11%, 4주차 이후 40%).

결과적으로 아포짓 스파이커진은 VNL 후반부 많은 기회를 얻은 정지윤에 기존에 라바리니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소화한 김희진으로 꾸려졌다. 김희진은 부상으로 VNL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하차했지만 여자대표팀이 VNL을 마치고 귀국한 후 치른 코호트훈련부터 다시 합류했다.

김희진은 라바리니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포지션에 적응하면서 더 나은 결정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이후 소속팀에서 다시 미들블로커로 뛰었고 몸 상태도 어느 정도인지 아직 불투명하다. 아포짓 스파이커로 세터와 다시 호흡을 맞출 시간도 필요하다. 사이드 블로킹과 서브에서 얻는 강점은 명확하지만 변수도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VNL에서 보여준 정지윤 성장세는 고무적이다. 정지윤은 3주차를 기점으로 공격 성공률이 확실하게 올라왔고(22.96%→38.58%) 후위 공격도 큰 문제 없이 소화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서브 위력 역시 날카로워졌다. 김희진이 좋지 않더라도 대안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소득도 있었던 이소영 카드
라바리니 감독은 역시 공백이 생긴 김연경 윙스파이커 파트너로 일찍이 이소영을 낙점했다. 실제로 VNL 3주차까지 주전 윙스파이커는 김연경과 이소영이 맡았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에서 가장 큰 역할을 소화한 이소영이다.

활약상을 놓고 보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VNL 2주차까지 이소영 기록은 나쁘지 않았고 경기 내적으로 보여준 활약상도 인상적일 때가 있었다. 특히 공격에서 예상보다 좋은 기록을 남겼다는 게 고무적이다. 이소영은 1주차 세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39.08%를 기록했다. 2주차에는 43.28%로 더 올라갔다. 특히 패하긴 했지만 23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2.27%(23/44)에 달한 벨기에전 활약이 빛났다. 당시 이소영이 공격에서 힘을 내면서 한국은 접전을 펼칠 수 있었다. VNL 초반 서브로 뭔가를 기대할 만한 거의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다. 2주차까지 공격 성공률 40.91%를 기록했다는 점을 비롯해 서브 위력도 좋았고 후방에서 디그로 여러 차례 팀을 구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는 등 대회 초반 이소영은 기대를 웃도는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3주차 이후 활약상은 1~2주차와 비교하면 떨어졌다. 3주차 이소영 공격 성공률은 27.59%에 그쳤다. 미국전은 결장했고 이탈리아전(31.82%)과 독일전(14.29%) 모두 좋지 않았다. 물론 3주차는 이소영뿐만 아니라 한국팀 전체가 가장 좋지 않은 경기력을 펼친 주차이기도 했다. 이소영은 2주차까지 한국 날개 공격수 중 가장 휴식 시간이 적었다. 여기서 오는 체력 여파도 무시할 순 없었다. 


기록상으로 좋았던 공격 역시 경기별로 짚어보면 기복이 보인다. 잘한 경기는 아주 좋았지만 좋지 않은 경기가 꽤 나왔다. 실제로 공격 성공률이 좋았던 2주차도 폴란드전(27.27%)과 도미니카공화국전(25%) 공격 성공률은 좋지 않았다. 리시브 효율도 1주차부터 3주차에 걸쳐 주차마다 떨어졌다(29.35%→19.72%→14.55%). 리시브 효율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진 않지만 수치 자체가 떨어졌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남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VNL 내내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이소영은 분명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소영은 선발 라인업에 합류한 5주차 네덜란드전에서 다시 활약하기도 했다. 박정아도 약점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다른 강점을 가진 이소영 존재는 현재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을 고려하면 필수다. 대표팀 안에서 이소영 가치의 재발견은 분명 수확이다.


사진=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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