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 1위를 노린다, 한양대 주장 박찬웅

매거진 / 강예진 / 2020-05-03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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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맞이한 캠퍼스가 대학생들로 한창 붐빌 무렵, 봄 내음 풍기며 3월 26일 개막 예정이었던 2020 대학배구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개막 시기에 맞춰 몸을 끌어올리던 선수는 물론 시스템 정비에 박차를 가했던 감독들 역시 힘이 빠지는 상황이 됐다. <더스파이크>는 3월 한양대 주장 박찬웅을 만나 팀 상황과 올해 주장을 맡으며 세운 목표 그리고 못다 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찬웅이 말하는 한양대의 상승비결
박찬웅은 2학년 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팀 중앙을 지키고 있다. 주전으로 뛰었던 첫 시즌인 2018년 블로킹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트당 1.354개의 압도적인 수치였다(당시 경희대 진지위가 0.846으로 2위) 미들블로커로서 키(196cm)가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체공력을 이용한 속공 처리 솜씨가 눈여겨볼 만했다. 2019시즌엔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한번 비상을 노리고 있는 박찬웅이다.

Q__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배구부 주장 미들블로커 박찬웅입니다.

Q__입학한 지가 엊그제인데 벌써 4학년이 됐네요.
시간 정말 빠른 것 같아요. 신입생 때는 아직 1학년이다 보니 ‘천천히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했었어요. 4학년 막바지에 다다르니까 부담도 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Q__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리그가 미뤄졌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아무래도 리그가 미뤄지다 보니 몸 상태를 맞춰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아요. 볼 운동 외에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체력훈련 위주로 운동하고 있어요.

Q__리그가 미뤄져서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맞아요. 전지훈련 때 몸도 잘 올라왔고, 선수들끼리 시스템도 잘 맞춰놓았는데 예상보다 많이 연기가 돼서 늘어진 것 같은 기분이에요.

Q__휴가를 또 받았더라고요.
쉬는 것도 회복 운동 중 하나이긴 하지만 휴가를 받아서 계속 쉬다 보니 몸이 쳐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쉴 때도 쉬엄쉬엄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홈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Q__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3월 개막에 맞춰서 80-90% 올려놓은 상태였어요. 지금은 70% 정도로 떨어진 것 같아요.

Q__전지훈련 기간에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준비했나요.
윙스파이커 선수들은 리시브나 수비 위주로 훈련을 했고, 미들블로커진은 블로킹과 속공이요. 특히 블로킹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어요.

Q__블로킹에서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비결이 있을까요.
사이드 블로킹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사이드 블로커가 날아가지 않도록 자주 말하고, 짧은 경우에도 말하곤 해요. 블로킹을 뜰 때는 네트 안으로 손을 끝까지 넣어서 자기 자리만 가만히 지키고 있으면 블로킹이 잘 되더라고요.

Q__김지승(KB손해보험)의 졸업으로 세터가 바뀌었는데, 호흡은 잘 맞나요.
신입생으로 들어온 (이)현승이는 같이 맞춰본 선수가 아니라 처음엔 잘 안 맞았어요. 훈련을 거듭할수록 점점 맞아 들어갔어요. 3학년 (이)강호는 맞춰봤던 선수라서 아무래도 현승이보다는 강호랑 잘 맞는 것 같아요.



Q__두 세터의 플레이를 비교해 보자면요.
(이)현승이 세트는 스피드가 빨라요. 상대 블로킹을 속일 수 있고 원 블로킹을 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해요. 키가 커서 세터 페인트도 잘 넣어요. (이)강호는 이단 패스가 좋아요. 그리고 백패스에도 장점이 있는 선수예요.

Q__동기였던 홍상혁(KB손해보험)과 구자혁(현대캐피탈)이 얼리 드래프트로 프로에 진출했는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부러웠죠. 저랑 (박)창성이랑 더 열심히 해서 좋은 프로선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빨리 프로에 가서 파이팅 있게 하고 싶어요.

Q__주전으로 뛴 선수들이 자리를 비운만큼 빈자리가 느껴질 것 같은데요.
(구)자혁이와 상혁이는 1학년 때부터 같이 연습을 했었고, 오랜 기간 맞췄던 부분이 많아서 빈자리가 느껴져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있을 때 우승을 많이 해서 그런지 더 크게 와닿기도 해요.

Q__해를 거듭할수록 한양대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팀워크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비례해서 성적도 올랐고요.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기고 싶어 하는 승부욕 덕에 성적이 따라 온 것 같아요.

Q__올해 한양대만의 팀 컬러는 무엇인가요.
안정감? 리시브에서 장점이 있는 (박)승수랑 (김)선호, 그리고 (고)우진이가 윙스파이커인데, 리시브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여요. 나날이 발전하는 게 보이는 것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Q__올해 주장이 됐네요. 어떻게 맡게 된 건가요.
4학년 되고 나서 주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마침 감독님께서 먼저 말씀을 해주셔서 하게 됐어요. 감독님도 저랑 같은 마음이셨나 봐요.

Q__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할 텐데, 감독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나요.
주장은 주장답게 후배들을 타이를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주장은 무게감이나 부담감이 크니까 조금만 더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Q__신입생들이 들어왔잖아요. 처음 봤을 때 어땠나요.
제가 볼 땐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신입생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에 대해 선배들이 잘 타일러 준다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

Q__신입생들 중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요.
처음에는 (이)현승이였어요. 현승이는 고등학교 때도 워낙 잘하는 선수로 이름이 많이 언급됐던 선수잖아요. 지금은 (박)승수로 바뀌었어요. 생각했던 것 보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싹싹하게 잘 하더라고요.

Q__본인이 1학년 때와 비교해보면 발전된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1학년 때는 경기 뛰는 선배들을 보면서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훈련하려고 했어요. 점점 학년이 올라가면서 속공보다는 블로킹에 중점을 뒀고요. 블로킹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Q__그리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요.
서브랑 속공이요. 서브는 자기 혼자서 만들어가는 공격 중 하나잖아요. 연습하고는 있지만 범실 하지 않고 넣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속공은 세터랑 호흡을 맞추면서 빠르게 공격해야 하는데 제가 느리게 떠서 공격을 하다 보니 블로킹에 바운드가 된 적이 많아요. 그 점을 좀 더 보완하고 싶어요.



Q__롤모델이 신영석 선수라고 했는데 어떤 점을 본받고 싶나요.
사실 모든 부분을 닮고 싶어요.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 가시는 리더십은 물론이고요. 특히 속공을 때리실 때 멀리서 뜨면서 높게 점프하면서 바로 꽂아서 때리기보다는 코트를 넓게 보시고 멀리 때리시잖아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블로킹을 본받고 싶네요.

Q__어떤 주장이 되고 싶나요.
후배들이 존경하는 주장이 되고 싶어요. 저는 화를 잘 안내요. 화내지 않고 잘 타일러 가면서 이러한 점은 잘못됐지만 이렇게 보완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말로 풀어서 설명해 줘요. (화를 잘 안 낸다니...후배들이 말을 잘 듣나 봐요?) 말은 잘 안 듣지만 좋게 타이르고 있어요(웃음). 열심히 해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 싶네요.


배구의 원동력, 하늘에 계신 어머니
“강하게 키워주신 어머니, 고맙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던 박찬웅. 또래들 보다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남다른 집념과 배구 센스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 원동력에는 가족의 응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보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전국을 누볐다. 박찬웅은 그런 어머니가 고마우면서도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5월 23일 홈구장에서 펼쳐졌던 조선대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리그 5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들어야 했다.

Q__예전으로 돌아가서, 배구는 언제부터 시작하게 된 건가요.
중3 여름 때부터 시작했어요. 배구를 조금 하다가 발목을 다쳐서 1년 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1997년생이지만 동기들보다 한 살 많아요.

Q__배구를 조금 늦게 시작했네요.
그렇죠. 보통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게 대부분인데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감독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힘들어서 그만둔다고도 했는데 제 성격이 한 우물만 계속 파는 성격이라서 끊임없이 배구의 길만 파게 됐네요.

Q__처음부터 미들블로커였나요.
네, 고등학교 3학년 때 감독님께서 잠깐 아포짓스파이커를 해보라고 하셔서 한 경기 뛰어본 것 말고는 쭉 미들블로커였어요.

Q__혹시 해보고 싶은 다른 포지션이 있나요.
세터를 해보고 싶어요. 이건 오로지 제 생각인데…. 제가 세트를 잘한다고 생각해요(웃음). 키도 크니까 블로킹은 물론 네트 위로 넘어가는 볼을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Q__힘이 들 때 힘이 되는 존재가 있다면요.
어머니요! 사실 어머니께서는 많이 편찮으셨어요. 지난해 5월 23일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운동을 하기 싫을 만큼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마음 다잡고 엄마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Q__어머니께서 모든 경기를 다 따라다니셨다고 하던데요.
너무 감사했지만 사실은 화가 나기도 했어요. 몸도 좋지 않으신데 익산에서 매번 기차를 타고 먼 길을 오셔서 한 경기라도 보려고 하셨어요. 고맙기도 하면서 안쓰러웠죠.

Q__가장 뿌듯했던 모습을 보여드렸을 때가 언제인 것 같나요.
아무래도 우승했을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경기를 이겼는데 그 경기에서 승리를 이끈 에이스가 됐을 때 어머니께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토닥이시면서 힘을 북돋아 주셨어요.

Q__이 자리를 빌려 어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엄마 14년 동안 투병하느라 정말 몸 고생 마음고생 많았어. 하늘나라에서는 절대 아프지 말고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일만 있도록 기도할게. 지금도 항상 밤 11시 30분에 기도하고 있으니깐 나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정말 고생 많았고 많이 보고 싶어.
비록 내가 어린 나이에 내 곁을 떠나갔지만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 나를 강하게 그리고 착하게 키워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잘 키워줘서 누나랑 아빠랑 나랑 잘 지내고 있어.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엄마 사랑해. 누구 아들 엄마 아들 누구 사랑 엄마 사랑 찬웅이는 엄마의 왕 보물이야.”


한양대에서 보낼 마지막 1년

Q__슬럼프가 왔던 적이 있었나요.
대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압박감에 시달렸어요. 저를 뒷바라지해주고 있는 가족, 응원해 주는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운동했어요.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차차 극복됐던 것 같아요.



Q__프로 가기 전 마지막 대학생활이네요. 어떤 시즌을 보내고 싶나요.
제가 1~3학년 때 부상으로 아픈 곳이 있었어요. 그래서 부상은 절대 안 당할 거예요. 아버지께서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면서 다녀라’라고 말씀하세요. 부상 없이 시즌을 무사히 치르고 싶어요.

Q__평소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는 소문(?)이 들리던데요.
맞아요(웃음). 제가 보기와 다르게 영어를 좋아해요. 누나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시켰어요. 그래서 다른 애들이 종종 영어를 도와달라고도 해요. 누나한테 고맙네요.

Q__마지막 캠퍼스 생활인데, 누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대학 축제를 좀 더 즐겨보고 싶어요. 항상 훈련하느라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Q__대학교에서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잖아요. 각오를 밝혀주세요.
코로나19 때문에 리그가 미뤄졌는데 리그가 개막하면 모든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감독님, 코치님 잘 따르면서 승리를 이끄는 주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__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되게 많은데…(웃음) 아직 신입생이다 보니 어려움은 있겠지만 선배들이 잘 해줄 테니 잘 따라오면 좋겠어요. 2, 3학년은 이대로 쭉 아무 탈 없이, 부상 없이 잘 따라와 주면 좋겠어요.

Q__이번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목표는 클수록 좋은 거니까 대학리그 블로킹 1위하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블로커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Q__멀리 내다봤을 때 배구 인생에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배구 감독이요(웃음), 아 아니에요. 코치로 해주세요.

Q__프로 감독님들께 자기 어필의 시간을 드리도록 할게요.
저는 멘탈이 강한 선수입니다. 파이팅도 넘칩니다. 경기 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은 선수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박찬웅 프로필
생년월일 1997. 8. 13
신장 196cm/80kg
출신교 연현중-영생고
포지션 미들블로커


글/ 강예진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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