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는 변화의 시작점" 명가 재건 노리는 고희진 감독의 과감한 행보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05-01 00:22:00
부임후 첫 작품으로 우리카드와 3-4 트레이드 성사
세터보강으로 삼성화재 변화의 시작 알려
박철우 한국전력행에 상실감 큰 삼성화재 팬들에 기대감 안겨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삼성화재 고희진(40) 신임 감독의 행보가 눈에 띈다. 고희진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이에 박철우의 한국전력행으로 실망감에 빠져 있던 삼성화재 팬들이 고희진 감독 체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신진식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화재 제4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고희진 감독은 지난 29일 우리카드와 3대4 트레이드를 성공시켜 화제를 모았다. 삼성화재는 세터 이호건과 윙스파이커 류윤식-송희채를 우리카드에 보내고 세터 노재욱-김광국, 미들블로커 김시훈, 윙스파이커 황경민을 데려왔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고희진 감독은 신영철 감독을 찾아가 먼저 트레이드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고희진 감독이 원한 포지션은 세터였다. 세터는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팀내 에이스 박철우가 이적하면서 새판짜기에 돌입해야 했던 고희진 감독은 세터 포지션 먼저 보강하기로 마음 먹었다.
고희진 감독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은 세터를 보강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트레이드 전 삼성화재 세터진은 박철우의 보상 선수로 며칠 전 합류한 이호건과 그간 주전 세터로 활약한 김형진 뿐이었다. 두 선수 모두 잠재력이 있을 뿐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길게 보면 아직 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삼성화재는 고희진 감독이 원한 김광국과 더불어 노재욱이라는 걸출한 세터까지 얻었다. 물론 노재욱은 이번 시즌 시작 전에 군입대를 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가 없다.
고희진 감독은 "아직 노재욱의 입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날짜가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만약 노재욱이 2020~2021시즌도 뛸 수 있게 된다면 삼성화재는 주전급 세터를 3명이나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노재욱과 김형진은 각각 우리카드와 삼성화재 주전 세터였고, 김광국 역시 군 입대전 우리카드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거래 상대가 있기에 어느정도 자기전력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고희진 감독은 원하는 세터들을 얻는 대신 류윤식-송희채를 내줬다. 특히 류윤식은 지난 4월 16일 소집해제 후 일찌감치 팀에 합류해 훈련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삼성화재 명가 재건에 자신이 앞장서겠다고 포부까지 밝혔지만 아쉽게도 팀을 떠나야만 했다.
고희진 감독 역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는 류윤식, 송희채라는 좋은 카드를 내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카드 주전으로 뛴 황경민을 데려왔다. 황경민은 2018~2019시즌 신인왕 출신이면서 지난 시즌에는 리시브 효율 3위까지 올랐다. 공격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임도헌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은 올 시즌 기량이 한 단계 성장한 선수로 황경민을 뽑기도 했다.
김시훈 역시 지난 시즌 윤봉우, 최석기, 이수황에 밀려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2018~2019시즌 세트당 블로킹 0.54개를 기록했다. 출전 기회만 주어지면 자신의 몫을 다 할 선수다.
배구계 일각에서 '이번 트레이드의 승자는 삼성화재 아니냐'라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고희진 감독은 "벌써부터 이번 트레이드가 '누구 쪽에 승리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신중하다. 시즌이 시작해봐야 누가 더 낫고 할지 판가름 될 것 같다"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고희진 감독은 취임 직후 이러한 말을 했다. "팀내 에이스가 떠났다. 충격을 받은 선수들의 분위기를 추스리는 게 중요하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고희진 감독은 트레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팬들 역시 떠나간 선수들이 아쉽지만 젊고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하는 고희진 감독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고희진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를 삼성화재 명가 재건을 위한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고 감독은 "선수들과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트레이드가 변화의 시작점이자 삼성화재 새로운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고희진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화재의 'V8'을 모두 경험한 선수다. 삼성화재의 마지막 우승 시즌인 2013~2014시즌에 팀에 소속했던 선수는 현재 지태환과 고준용 뿐이다. 최근 두 시즌 동안에는 리그 4위와 5위에 머물렀다. V-리그 최다 우승팀의 명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삼성화재 명가재건을 위해 고희진 감독은 벌써부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의 새판짜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훈련하면서 부족한 포지션은 트레이드를 통해 강화하고 싶다고 전했다.
고 감독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젊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신명나게 뛰어놀 수 있는 배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삼성화재가 예전 명성을 되찾는 것이다.
V-리그 유일의 40대 감독 고희진 감독의 과감한 행보가 과연 다음 시즌 성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우리카드에서 넘어온 네 명의 선수들은 5월 1일 삼성화재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정식적인 첫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기자), 삼성화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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