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득점 소년에서 수비까지 잘하는 선수로! 경희대 차기 주포 김우진
- 매거진 / 이정원 / 2020-02-01 08:25:00
들어는 봤는가 ‘60득점 소년’. 경희대 윙스파이커 김우진을 소개하는 말이다. 2018 천년의빛 영광배 전국남녀중고 배구대회에서 현일고 우승을 이끌었다. 경희대 입학 후 날개 한 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김우진을 기말고사가 한창인 12월 어느 날 경희대학교 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신인상이요? 당연히 욕심 났죠”
김우진은 2019년 대학배구에 뛰어들어 파이팅 넘치게 코트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에게는 신입생다운 패기가 넘쳤다. 인터뷰에 응한 김우진은 코트내 모습과는 달리 차분했다.
Q__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시즌이 다 끝나고 한 달 정도 휴가를 받았어요. 푹 쉬다가 볼 운동하고 있어요. 웨이트 위주로 보강운동도 하고 있어요.
Q__휴가를 한 달이나 받으셨네요.
맞아요. 다른 학교에 비하면 엄청 긴 거죠. 감독님께서는 쉴 땐 쉬고 할 땐 제대로 하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세요. 그렇게 하니 저도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요.
Q__대학생활 해보니 어떤가요.
솔직히 처음엔 너무 복잡했어요. 시간표도 스스로 짜야하고, 수강신청도 해야 돼서 힘들었어요. 지금은 또 시험기간이에요. 학점을 넘기지 못하면 경기를 뛰지 못하니까 신경 써야 해요. 공부하느라 배구에만 집중할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워요.

김우진은 2019 KUSF 대학배구 U-리그 인하대와 첫 경기서 선발로 경기에 출전했다. 결과는 0-3으로 패했다. 김우진은 12점을 올린 구본승(한국전력)의 뒤를 이어 11점을 기록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공격 성공률은 52%였다. 이후 한양대와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선 팀 내 최다 공격(48번)을 시도하고 36번의 리시브를 받았다. 그는 25득점을 올리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Q__대학리그 첫 경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인하대와의 경기였을 거예요. 0-3으로 졌는데 긴장 많이 했어요. 경기 전 훈련을 많이 했어도 첫 경기는 떨리기 마련이에요. 그렇지만 그런 떨림보다는 설렘이 더 가득했던 것 같아요.
Q__김찬호 감독님이 경기 전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나나요.
우선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어요. 코트 안에서 막내답게 파이팅도 많이 외치면서 분위기를 띄우라고 강조하셨어요.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라고 하셨죠.
Q__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나요.
오히려 저는 복잡하게 생각을 하면 더 안되더라고요. 생각하면 안 돼요. 공이 올라오면 그냥 자신 있게 블로킹을 보고 때려요. 막히면 다시 하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안된다고 생각하면 더 안되는 것 같아요.
Q__솔직히 신인상 욕심도 났을 법 한데요.
엄청 많이 났어요. (인하대 신호진이 받았다고 전하자) 호진이나 홍익대 이준도 잘하는 선수예요. 생각해보면 제가 고등학교 때만큼 공격 비중이 크게 없었어요. 일단 드래프트 나가야 하는 형들이 있다 보니 공격보다는 뒤에서 수비로 잘 받쳐줘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어요. 고등학교 때였으면 세터 형한테도 공 달라고 욕심도 냈을 텐데... 공격 욕심을 버렸어요. 개인상도 좋지만 팀 성적을 더 내고 싶었어요.
Q__코트 안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인가요.
저요! 저예요(웃음). 제가 장난기가 많아요.
Q__고등학교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요.
고등학교 때는 공격수가 많이 없었어요. 공격을 하는 선수가 거의 정해져 있었어요. 공격을 많이 하다 보니 조금은 힘들었어요. 대학교에는 잘하는 형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조금은 편했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해야 할 것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60득점 소년’ 수식어가 따르는
김우진
현일고는 2018 천년의빛 영광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 남고부 결승 경기서 속초고를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3, 4, 5세트가 모두 듀스로 갈 만큼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현일고 주장 김우진은 이 경기에서 60점을 뽑아내 당시 지켜보던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현일고는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를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듀스 끝에 승기를 잡았고, 4세트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속초고가 매치포인트를 가져간 상황에서 공격이 아웃돼 승부는 5세트로 향했다. 사실 5세트 현일고는 김우진의 공격이 세트 초반 상대 블로킹에 연이어 막히며 7-12로 뒤처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일고가 투입한 원포인트 서버의 활약에 힘입어 김우진은 3번의 공격을 연달아 득점으로 연결했다. 클러치 상황 해결사 능력이 돋보였다. 상대 범실과 김우진의 공격으로 뒤를 바짝 추격한 현일고는 마지막 끝내기 블로킹으로 16-14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우진은 MVP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Q__정말 극적인 우승이었는데요.
솔직히 저는 질 줄 알았어요.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다 보니까 ‘아,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했어요. 5점 차 뒤졌을 때였나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온 친구가 서브로 상대를 흔들었어요. 그때 분위기가 확 올라왔죠. 정신 차리고 보니 이기고 있었죠. 그래서 그때부터 ‘와 이길 수도 있겠구나’하고 정신없이 공을 때렸어요.
Q__많이 지쳤을 것 같아요.
제가 공을 거의 혼자 때리다 보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4세트를 앞서가다가 졌어요. 5세트 초반에 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공도 안 보이고, 블로킹도 안 보였어요. ‘큰일 났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옆에서 다른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냈죠.
Q__60점 올린 것 알고 있었나요.
몰랐어요. 경기 후 인터뷰 때 제가 60점을 기록했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이게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했죠. 경기를 이기고 싶어서 정신없이 공만 때려서 그 점수를 올렸던 것 같아요.
프로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2011-2012 V-리그 삼성화재 시절의 가빈이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상대로 58득점을 올리는 괴력을 보였다.
Q__주변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대회가 끝나고 저는 바로 대표팀 소집으로 훈련하러 갔어요. 감독님이나 코치님, 형들이 ‘고생했다. 수고했다’ 격려해주면서도 못 쉬고 바로 온 거니까 체력적인 부분에서 많이 걱정해주셨어요.
Q__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 장점은 뭐였나요.
공격력이요! 전위 공격보다는 후위에서 내리꽂는 후위 공격에 자신이 있어요. 연습을 많이 해요. 저는 세터에게 볼을 어택라인 안쪽으로 올려달라고 말하곤 해요. 그러면 제가 달려가서 때려요. 그렇게 하니까 블로킹도 잘 보이고, 상대 빈 공간도 잘 보이더라고요.

세계대회를 맛보고 온 소년
김우진은 2017 제11회 아시아유스남자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18 제19회 아시아남자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 2019 세계청소년남자U21선수권대회까지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있다.
Q__대표팀 당시 배운 점이 있다면요.
확실히 외국팀과 붙어보면 피지컬 차이를 많이 느껴요. 신체 능력을 좀 더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도 빠른 배구가 추세잖아요. 외국은 더 빨랐어요. 외국 선수들이 탄력과 파워가 있다 보니 세터가 공을 주기 전에 이미 떠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세터가 공을 빠르게 올려버리고 네 명의 공격수가 같이 들어와 버리면 솔직히 막을 방법이 없죠. 그런 부분에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Q__대표팀 선수들끼리 모이면 어떤가요.
형들이 친구같이 편하게 대해줘요. 평소 생활할 때는 형이라고 느껴지지만 코트 안에서는 확실히 선배예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잘 말해줘요. (최)익제 형은 ‘편하게 들어와. 내가 맞춰줄게’라고 해주세요. (임)성진이 형도 같은 포지션이다 보니 저한테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줘요.
Q__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잘해서 뽑혔기 보다는 운이 좋았어요. 조금만 빨리 태어났다면 아마 대표팀 명단에 제 이름이 없었을 것 같아요. 시기를 잘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Q__대한항공 임동혁, KB손해보험 최익제가 프로에 있는 모습을 볼 때 어때요.
부러워요. 부족하긴 하지만 저도 빨리 프로에 가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어요. 지금보다는 좀 더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KB손해보험 (김)정호형께도 이야기 많이 들어요. 대학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프로에 오면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어요. 여기서는 학업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프로라는 체계적인 환경에서 운동을 하면 경기에 뛰지는 못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고 했어요.

공수 완벽한 선수가 목표예요!
경희대는 윙스파이커 구본승(한국전력)과 팀 주포 진지위(대한항공)를 떠나보냈다. 세터 양진규 역시 졸업을 앞두고 있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 빠지는 가운데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김우진이 바라보는 2020년 김우진과 경희대는 어떤 모습일까.
Q__2020시즌 목표는 뭔가요.
201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어요. 2020년엔 2019년보다 좀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세터 (신)승훈이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맞춰온 친구예요. 말도 잘 통하고 친해요. 제가 어떤 볼을 좋아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적도 자연스레 따라올 듯 해요.
Q__라이벌로 생각되는 팀이 있나요.
경기대요! 비시즌 전지훈련 때 연습경기를 많이 하는데 거의 이겨본 적이 없어요. 이번 해남대회 때도 결승전에서 졌잖아요. 그래서 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요.
Q__좀 더 보완해야 할 점을 말해주세요.
리시브나 수비 부분이에요. 그래서 야간 보충훈련 할 때 리베로와 같이 하곤 해요. 수비 쪽에서는 전문적인 친구들이니까 제가 많이 물어보고 가르쳐달라고 하기도 해요.
Q__오버핸드 리시브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계속해서 주문하세요. 근데 저는 언더핸드 리시브가 더 쉬워요. 물론 정해져 있진 않고 상대 서브에 따라 다르게 해요.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건 오버핸드 리시브예요. 플로터 서브가 올 때 언더 리시브로 받아버리면 공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도 같이 움직이게 돼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오버핸드 리시브는 공을 위로 띄워 놓는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더 편해요.
Q__경희대만의 장점을 말해주세요.
형들이랑 좀 더 가깝다는 거? 선배라는 개념보다는 형이라는 개념이에요. 연습할 때나 훈련할 때 웃으면서 좋은 분위기로 해요. 그리고 다른 학교보다 치료 부분이나 기초 체력 웨이트 쪽에서는 우리 학교를 따라올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시설로는 최고죠. 그래서인지 크게 아픈 곳도 없어요(웃음).
Q__곧 입학하게 될 1학년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최대한 열심히 해주고, 팀 분위기에 빨리 녹아들 수 있게 도와줄 테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__선배들에게도.
내년 주장이 (전)준영이 형이에요. 지금처럼 잘 웃으시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외출이나 휴가도 자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Q__마지막으로 감독님께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늘 잘 챙겨주셔서 여기서 더 바라면 욕심일 듯해요. 몸이 좋지 않을 때 따로 웨이트나 트레이너 선생님을 붙여주세요. 타이트하게 하는 것보다는 할 땐 하고 쉴 땐 쉬자는 생각을 하시고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김우진은 공수 완벽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자신의 롤 모델로는 대한항공 곽승석을 언급했다. “중요할 때 결정력이 좋다. 수비나 리시브는 배구선수가 봐도 정말 공을 잘 다룬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가고 싶은 프로 구단에 대해 묻자 ‘OK저축은행’이라고 답했다. ‘돌도사, 배구도사’라 불리는 석진욱 감독에게 많은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우진 프로필
생년월일 2000.08.13
신장/체중 193cm/79kg
포지션 윙스파이커
출신교 현일중-현일고
수상내역
2018 천년의 빛 영광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 우승, 최우수선수상(MVP)
2017 제11회 아시아유스남자선수권대회 준우승
2018 제19회 아시아청소년남자U20선수권대회 준우승
2019 세계청소년남자U21선수권대회 7위
글/ 강예진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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