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로 남녘땅 배구 꿈나무들! 순천 팔마중학교를 가다
- 매거진 / 서영욱 / 2019-11-25 14:44:00
호남권은 프로배구와는 접점이 많지 않은 곳이다. 연고 팀도 없고 프로 대회 자체도 거의 열리지 않았다. 2019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가 호남권에서 최초로 열린 프로배구대회였다. 비록 프로배구와는 연이 적었지만 그간 순천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써오던 선수들이 있었으니, 바로 순천 팔마중학교 배구부다.
전남지역 유일한 중학배구팀…소년체전 4회 우승
2002년 창단한 팔마중은 현재 전남권에서 유일하게 엘리트 배구부를 운영하는 중학교이다. 고흥 과역중과 담양중이 있었지만 현재는 팀을 운영하지 않는다. 유일한 전남지역 중학교 배구부로서 힘쓰고 있다.
팔마중은 소년체전과 인연이 많은 편이다. 2002년 창단해 지금까지 총 네 번의 전국단위 대회 우승 경력을 갖고 있다. 모두 소년체전(2009~2010, 2015, 2017)이다. 그 외에는 준우승만 12회 차지했다. 올해에는 대통령배 중고배구대회에서 남중부 준우승을 차지한 게 유일한 결승 진출 기록이다.
팔마중의 우승은 모두 현 감독인 조승훈 감독 재임 시절 이뤄낸 기록이다. 조승훈 감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팀을 맡았다가 잠시 팀을 떠났다. 2015년 돌아와 지금까지 팔마중을 이끌고 있다.

나름대로 프로 진출 선수 계보도 이어오고 있다. 목포대 출신 최초로 신인드래프트 정규 라운드(4라운드 이내)에 지명된 김진범이 있으며 삼성화재 백계중, 前 OK저축은행 배인호(現 국군체육부대)가 현재 활동 중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에 1라운드 지명된 최은석도 팔마중 출신이다. 벌교상고 215cm 장신 미들블로커로 주목받는 조진석도 팔마중을 나왔다. 백계중과 배인호가 뛸 당시 팔마중은 배구부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 우승(2009년 소년체전)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 유일한 결승 진출 대회인 대통령배는 전화위복이 된 대회였다. 지난 7월에 열린 대통령배에 앞서 5월말 진행된 소년체전에서는 주전 세터이자 주장인 김주영이 엄지손가락 골절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대통령배에서는 김주영 복귀와 함께 정형화된 플레이보다 선수 특색에 맞는 패턴으로 경기를 치른 끝에 결승까지 나아갔다. 결승전에서는 조별리그에서 꺾은 문일중을 다시 만났지만 세트 스코어 2-1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조승훈 감독 "인성과 기본기 강조"
현재 팔마중을 이끄는 조승훈 감독은 인터뷰 내내 배구보다도 선수들의 인성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배구를 통해서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라며 “그래서 인성을 강조한다. 인사하는 법부터 수업, 생활 태도까지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그래서인지 다른 선생님들이 운동부답지 않게 학생들이 착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배구를 잘해도 인성이 안되면 인정받지 못한다고 항상 당부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 감독이 인성 다음으로 강조한 건 기본기였다. 조 감독은 몸이 다 성장하기 전에 기본기를 확실히 익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연습 시간 대부분은 기본기 위주로 채운다. 언더 패스도 다양한 자세로 시도한다. 초등학교에서 기본기를 확실하게 배우고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공격 자세부터 각을 내는 법, 기본적인 패스까지 다양하게 연습시킨다.”
사실상 팔마중 배구부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조 감독이지만 팔마중에 남아있을 시간은 많지 않다. 공립학교의 특성상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이 팔마중과 함께할 시간은 최대 3년이다. 조 감독은 “먼 훗날 아이들이 자라 사회에 나가는 데에 있어 밑바탕이 되어주고 싶다”라며 남은 시간 지도 방침을 밝혔다. 조 감독은 “선수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서도 말했듯이 기본기이다. 지금도 ‘팔마중’이라고 하면 기본기가 좋은 팀으로 이미지가 박혀있다. 선수들이 성장해서도 지금의 연습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컵 대회, 학생들의 꿈을 위한 현장 학습장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6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순천컵 대회는 팔마중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학생들이 대회 현장에서 프로무대를 향한 꿈을 더 키워줬다는 게 가장 큰 요소였다. 팔마중 선수들은 10월 2일 두 번째 경기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마퍼와 볼 보이로 활동했다. 여기에 대회를 치르기 위해 내려온 일부 팀들이 팔마중 체육관에서 훈련하며 프로 선수들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조 감독은 이처럼 프로 선수들을 가까이서 접하는 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돌아봤다. 조 감독은 “선수들도 프로 선수들을 본다는 사실에 기대가 컸다. 게다가 우리 체육관을 연습장으로 써서 더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기술적인 면을 눈으로 보고 동기부여도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걸 배웠는지 물으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기술적인 걸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확실히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지방에서 프로대회가 열리면서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긍정적 요소는 인재풀 확장이었다. 조 감독은 이렇게 프로 무대를 직접 보면, 재능있는 학생이지만 부모의 반대로 선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고 경기를 보며 새롭게 선수의 꿈을 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배구 선수 확보가 쉽지는 않다. 엘리트보다는 클럽 위주로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두 군데(벌교상고, 순천제일고)에 신입생을 보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라며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말한 조 감독은 “이런 대회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회를 경험한 학생들은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주장 김주영은 “프로선수들이 연습하는 걸 보며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할 때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팀 안에서 나이차도 꽤 나는데 똑같이 파이팅하고 훈련에 임했다”라고 프로팀 훈련을 보며 느낀 소감을 밝혔다. 2학년 정송윤 역시 “처음에는 대회를 순천에서 한다고 해서 놀랐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1학년 백수현은 “우리 지역 선배 중 프로에서 현재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목표가 더 분명해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컵 대회는 팔마중 학생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지금의 기억을 안고 가는 학생들이 미래에 더 멋진 선수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고등학교서도 주전으로 뛰고파
3학년 주장 김주영
Q__2017년 입학해 당시에 소년체전 우승, 올해는 대통령배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저보다도 다른 아이들이 잘해줘서 이룬 결과인 것 같아요. 후배들이 고마워요.
Q__주장이면서 팀의 유일한 3학년입니다. 책임감도 컸을 것 같은데요.
1, 2학년 아이들이 워낙 잘해줘서 그렇게 책임감이 크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부담도 덜 느꼈던 것 같아요.
Q__감독님이 경기 중에 어떤 걸 강조하시나요.
리시브가 넘어온 이후에 볼을 기다리지 말고 들어가서 올리라고 하세요. 세트할 때 공격수한테 너무 맞춰 주려고 하지 말고 앞에 주라고 이야기하세요.
Q__이제 내년이면 고등학생인데요, 새로운 목표가 있을까요.
목표라면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는 거예요. 3학년까지 쭉 주전으로 나오고 싶어요.
Q__올해를 끝으로 헤어질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계속 잘해오고 있으니까 그걸 이어가서 내년에 더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어요.

내년엔 더 힘내서 동생들 이끌어야죠
2학년 정송윤
Q__내년이면 3학년 맏형이 됩니다. 어떤 느낌일 것 같나요.
부담스럽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이제 3학년이니까 더 책임감을 느끼게도 돼요. 동기들이랑 동생들이랑 함께 힘을 내서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Q__올해 대통령배 준우승을 했습니다. 결승 진출 당시에는 어땠나요.
그냥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우리끼리는 큰 기대 안 했거든요. 긴장하지 말고 즐기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성적을 내서 기뻤어요. 개인상(우수상)도 탔어요.
Q__미들블로커로서 강점을 이야기해주신다면요.
일단 키가 커요. 볼을 때릴 때 팔꿈치를 펴서 강하게 때리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Q__3학년이 되면서 목표가 있다면요.
다른 것보다도 내년에는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꼭 해보고 싶어요.

더 발전한 경기력 보여주고 싶어요
1학년 백수현
Q__대통령배 때 올해 유일하게 결승에 올랐습니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우리 팀에 3학년이 한 명뿐인데 결승까지 갔다는 것 자체도 기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올라간 김에 우승까지 노려보자고 생각했죠.
Q__당시에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내년 목표가 있다면요.
올해 2학년 형들이 내년에 다 3학년이 돼요. 그만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더 발전한 모습으로 우승을 위해 연습하고 경기에 임할 거예요.
Q__1학년이었지만 동기들이 많아서 힘이 됐을 듯합니다.
경기 중에 서로 격려도 많이 해주고요. 누가 힘들면 같이 도와주고 빨리 이겨내게 해주죠. 그래서 어려운 시기가 있어도 빨리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__자신의 강점을 말해준다면요.
체력은 좀 약하지만 주변 선수들을 잘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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