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를 강타한 LEGEND 외국인 선수, 역대 최고를 논하다

매거진 / 서영욱 / 2019-11-25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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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서 각 팀 전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그만큼 망했을 때 혹은 흥했을 때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물론 흥한다고 팀 성적도 모두 대박인 건 아니다). 여기서는 정말 제대로 흥한, 개인과 팀 성적 모두 ‘대박’을 친 선수들을 역사 속에서 끄집어내서 요즘 유행하는 ‘XX가요 다시보기’처럼 조명해봤다.




외인 전설, 甲人(가빈)과 레오


‘역대급’ 외국인 선수를 논함에 있어 삼성화재는 교과서와 같은 팀이다. 외국인 선수 실패 사례를 찾기 어려운 건 둘째치고 V-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로 언급되는 두 명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2009~2010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선을 보인 가빈은 첫 시즌부터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직전 시즌 안젤코가 보여주던 ‘몰빵’은 애교일 정도로 더 엄청난 공격 원맨쇼(2009~2010시즌 공격 점유율 48.03%)를 보여줬다. 득점 1위는 당연했고 그 시즌 유일하게 1,000점(1,110점)을 넘겼다.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에서는 7경기에서 혼자 286점, 공격 성공률 48.71%, 공격 점유율 56.52%라는 어마어마한 기록과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첫 시즌부터 정규시즌,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MVP를 싹쓸이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 가빈은 여전히 엄청난 공격 점유율(48.66%)에 득점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다만 삼성화재는 통합우승을 차지한 전 시즌과 달리 정규시즌에는 3위에 머물렀는데, 가빈의 진정한 전설은 포스트시즌에서 막을 올렸다.


가빈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 이르기까지 10경기에서 모두 공격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었고(사실 60% 이하였던 경기가 세 번뿐이었다) 당연히 모든 경기 팀 최다 득점자였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가빈은 4경기에서 공격 점유율 66.96%라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몰빵’으로 사실상 혼자 힘으로 대한항공을 격파했고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79.28%라는 다시 나올까 싶은 점유율로 팀을 이끌었다. 가빈은 1년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만난 대한항공을 상대로 점유율 63.4%와 함께 팀을 이끌면서 우승 경력을 추가했다. 그렇게 가빈은 한국에서 세 시즌 동안 두 번의 정규시즌 MVP와 세 번의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하고 러시아로 떠났다(그리고 7년 만에 한국전력으로 돌아왔다).


가빈이 떠나자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선수가 떠난 만큼 당연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가빈이라는 괴물을 떠나보낸 삼성화재는 가빈에 버금가는, 기록만 보면 더 엄청난 괴물을 영입해 V-리그를 초토화했다.
2012~2013시즌 V-리그에 데뷔한 레오는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답게 45.71%라는 상당한 공격 점유율과 함께 득점 1위에 올랐다. 공격 성공률 역시 1위였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레오는 공격 점유율 62.46%에 공격 성공률 58.51%로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스윕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데 앞장섰다.


첫 시즌부터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준 레오는 두 번째 시즌부터는 가빈을 뛰어넘는 ‘몰빵’으로 V-리그를 폭격했다. 정규시즌 공격 점유율은 무려 59.87%.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 레이스인 정규시즌에도 60%에 육박하는 말도 안 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건 이러고도 별로 지치지도 않았다는 점. 적어도 체력 측면에서는 가빈보다 더 엄청났다고 할 수 있는 레오였다.




다시 한번 삼성화재에 정규시즌 1위를 안긴 레오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공격 점유율 67.91%, 공격 성공률 57.34%에 총 134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역시 현대캐피탈을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꺾고 V-리그 7연패에 성공한다.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에도 득점 1위, 공격 점유율 56.66%를 기록한 레오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정규시즌 MVP 3연패에는 성공하며 화려했던 V-리그 경력을 마무리했다.


가빈과 레오가 얼마나 엄청났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 중 하나가 바로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이다. 정규시즌 한정으로 한 경기 최다득점 1위부터 5위는 모두 가빈과 레오의 차지이다. 가빈이 1위(58점)와 5위(52점), 레오가 2~4위(54점, 53점)이다. 공동 6위 기록인 51점은 총 여섯 차례 있었는데 그중 레오가 네 번이다. 포스트시즌 전체를 포함하면 가빈 기록이 두 번(2011년 현대캐피탈 상대로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한 57점과 2011년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 상대로 올린 53점)이 추가된다. 여기에 두 선수는 V-리그 정규시즌 출전 경기가 100경기가 안 되는데도(가빈이 97경기, 레오가 93경기) 통산 득점이 3,000점을 넘어선다. 레오 3,233점, 가빈이 3,061점으로 V-리그 역대 누적 득점 10위와 13위에 해당한다.


두 선수의 성공을 두고 엄청난 공격 점유율의 결과이며 리그 전체로 봤을 때는 긍정적이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엄청난 점유율을 버티면서도 꾸준히 자기 몫을 해냈다는 것,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 두 선수의 능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삼성화재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가
팀보다 위대한 개인, 시몬




흔히들 프로스포츠에서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간혹 예외가 나오기는 한다. 2014~2015시즌과 2015~2016시즌 OK저축은행을 2연속 챔피언으로 이끈 시몬은 ‘팀보다 위대한 개인’으로 불릴 정도로 앞서 언급한 두 선수와 함께 ‘급’이 다른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사실 시몬은 단순 누적 기록으로만 보면 가빈, 레오에게 밀리지만 짧은 순간 임팩트라는 측면에서는 두 선수와 동급으로 봐도 무방하다.


시몬은 처음 OK저축은행 입단이 확정된 순간부터 ‘여기서 뛸 클래스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 선수다. 이탈리아 세리에A 피아첸자 소속으로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각각 리그 3위, 2위를 이끌었고 2013~2014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올랐다. 당시 블로킹 순위에서도 4위(총 26개, 세트당 0.79개)에 오른 선수였다. 남자배구 최상위 리그에서도 최상급 미들블로커였으니, 농구에 비유하자면 같은 포지션에서 한 손에 꼽히는 NBA 선수가 KBL에 온 셈이었다.


특히 시몬을 향한 인상이 더 강렬했던 건 그전까지 V-리그를 평정하던 레오와 첫 경기부터 엄청난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시몬은 2014~2015시즌 삼성화재와 첫 번째 경기에서 43점, 공격 성공률 59.65%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삼성화재를 꺾는 데 앞장섰다. 당시 후위 공격 득점 13점,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6개로 트리플크라운도 달성했다. 시몬의 V-리그 통산 첫 번째 트리플크라운이 바로 이 경기였다(그리고 시몬은 이날 이후 14개의 트리플크라운을 더했다).




1라운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몬은 V-리그 첫 시즌 득점 2위, 서브 1위, 블로킹 2위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팀을 플레이오프, 더 나아가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다. OK저축은행은 시몬의 맹활약에 힘입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를 3승 1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에 성공한다. 이전까지 V-리그 챔피언결정전 7연패라는 전무후무한 독주를 이어오던 삼성화재를 가로막았다는 점에서 시몬은 더 엄청난 평가를 받게 됐다.


‘한 시즌 더’를 외친 시몬은 OK저축은행과 두 번째 시즌 무릎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한 활약으로 팀을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2위, 챔피언결정전 2연패로 이끌었다.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MVP까지 차지했다.


최근에도 시몬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송명근은 “대단한 선수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회상했다. 송명근은 “필요할 때는 전투적이면서 밖에서는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다. 자기가 먼저 다가왔다. 표정부터 ‘내가 최고다’라는 게 느껴졌다. 정말 ‘클라스’가 달랐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을 떠난 이후 시몬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최상급 미들블로커로 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중 하나인 쿠시네 루베 시비타노바로 이적해 팀의 정규시즌 1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을 안겨줬다.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한, 정말 ‘급’이 다른 선수였다.



“제가 본 외국인 선수 중 최고였어요.”
여자부 최고 존엄, 몬타뇨




남자부에서 가빈과 레오, 그리고 시몬이 역대급으로 꼽힌다면 여자부에서는 몬타뇨를 첫손에 꼽을 만하다. KGC인삼공사에서 세 시즌(전신인 KT&G 한 시즌 포함)을 뛴 몬타뇨는 KGC인삼공사가 달성한 세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중 두 번(2009~2010시즌, 2011~2012시즌)을 이끌었다. 그것도 엄청난 점유율이 함께한 사실상의 ‘원맨 캐리’로 말이다.


몬타뇨는 첫 번째 챔피언결정전이었던 2009~ 2010시즌 혼자서 무려 200점을 폭발시켰다. 공격 성공률도 45.9%에 달했고 점유율은 무려 51.18%였다. 당시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한 김세영(57점)과 그다음이었던 장소연(53점)을 합쳐야 몬타뇨 절반 수준이었다. 그 정도로 몬타뇨는 정말 사실상 혼자 힘으로 팀을 우승까지 끌고 갔다.




이것보다 더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몬타뇨는 더 엄청난 기록과 함께 돌아왔다.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한번 현대건설을 만난 몬타뇨는 공격 점유율 55.29%에 공격 성공률 52.35%, 총 157점으로 KGC인삼공사에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당시 몬타뇨를 제외한 모든 선수의 득점을 합쳐도(110점) 몬타뇨 한 명의 득점에 못 미쳤다. 몬타뇨와 한솥밥을 먹었던 현 SBS스포츠 장소연 해설위원은 “몬타뇨는 그냥 독보적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장 위원은 “농담 삼아 우린 최대한 수비에서 올려주고 때리게 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라며 몬타뇨의 위력을 설명했다. 높은 타점과 탄력, 파워까지 겸비한 몬타뇨의 공격은 알고도 막기 힘들었다(사실 남자부의 전설로 꼽히는 3인방도 알고도 막기 힘든 수준이었기에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는다).


레오와 가빈 등이 V-리그 통산 누적 득점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통산 득점 상위권이 대부분 국내 선수로 채워져 있다. 상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선수는 총 네 명(니콜, 몬타뇨, 알레나, 베띠)으로 몬타뇨는 그중 두 번째로 많은 득점(2,342점)을 올렸다.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상으로도 몬타뇨는 곳곳에 자기 이름을 남겼는데, 정규시즌 기준 한 경기 최다득점 10위 안에 몬타뇨는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몬타뇨는 54점 두 번, 53점 두 번을 기록했다.



또 다른 ‘하드 캐리’의 이름들
베띠와 메디, 그리고 니콜




몬타뇨가 워낙 엄청난 기록과 함께 뛰어난 실적으로 회자되긴 하지만 몬타뇨 외에도 상당한 몰빵으로 주목받던 선수는 더 있다. 그중 한 명은 지금도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 중인 베따니아 데 라 크루즈(등록명 베띠)다. 베띠는 올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여자배구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V-리그 GS칼텍스에서 세 시즌을 뛴 베띠는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3~2014시즌을 제외하면 정규시즌 점유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2008~2009시즌 31.53%, 2012~2013시즌 30.9%). 하지만 2013~2014시즌, 정규시즌 공격 점유율이 45.99%로 치솟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설을 써 내려갔다.


우선 2013~2014시즌 IBK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전 총 기록을 나열하자면 베띠는 당시 혼자 221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43.22%에 달했다. 공격 점유율은 무려 59.88%, 웬만한 남자부에서도 보기 드문 수치였다. 당시 베띠는 3차전부터는 50점, 54점, 55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남기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55점을 올린 5차전 공격 점유율은 68.39%였다.




베띠 역시 세 시즌 동안 총 2,143점으로 여자부 통산 누적 득점 18위에 올라있으며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부문에서는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모두 포함할 시 공동 4위(55점)와 공동 7위(54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에서 2016~2017시즌, 2017~2018시즌을 뛰며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이끈 메디도 몬타뇨, 베띠만큼의 임팩트나 기록은 아니어도 짧은 시간 성과는 확실했다. 한국에서 첫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챔피언결정전 MVP도 수상했다. 역대 V-리그 여자부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 보유자(57점)이기도 하다.


특히 메디가 앞선 두 선수와 함께 ‘몰빵’의 대명사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리시브도 받았기 때문이다. 2016~2017시즌 메디는 정규시즌 공격 점유율 37.19%, 리시브 점유율 37.13%를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공격 점유율이 42.31%까지 높아졌고 리시브 점유율도 여전히 31.77%에 달했다.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공격 점유율이 47.26%까지 올라갔음에도 리시브 점유율도 21.74%였다. 고된 두 시즌을 보냈지만 V-리그에서 경험을 통해 미국 대표팀에까지 올랐으니 메디 입장에서는 나름 해피 엔딩이었다.


비록 앞선 선수들처럼 우승 경력은 없지만 역대 외국인 선수 중 누적 득점 1위(2.614점)인 니콜도 언급할 만하다. 도로공사에서만 세 시즌(2012~ 2015)을 뛴 니콜은 세 시즌 동안 공격 점유율이 44.12%, 43.79%, 48.25%에 달했다. 트리플 크라운도 11번이나 기록했다. 단연 역대 여자 선수 중 최다 기록이다.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에는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으나 IBK기업은행에 시리즈 전적 3패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니콜의 점유율은 56.32%에 달했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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