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코트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 곽유화-백채림
- 매거진 / 이정원 / 2019-09-06 13:48:00
2019 FIVB(국제배구연맹) 세계여자비치발리볼 월드투어 대구대회(이하 대구오픈)에서는 비치발리볼이 생소한 배구 팬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올해 본격적으로 비치발리볼 선수의 길로 나선 곽유화와 백채림이 그 주인공이다. 실내 배구와는 다른 비치발리볼만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두 선수를 7월 12일 대구에서 만나 그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채림아, 비치발리볼 같이 하지 않을래?”
2018~2019시즌까지 현대건설 소속이던 백채림이 이렇게 빨리 비치발리볼을 접할 수 있었던 건 먼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곽유화의 제안 덕분이었다. 약 한 달간 훈련하고 첫 비치발리볼 공식전인 대구오픈에 나선 두 선수. 어떻게 비치발리볼에 빠지게 됐을까.
Q__오랜만에 만나는 팬도 있을 듯합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백채림(이하 채림) 저는 현대건설에서 나오고 수원에서 비치발리볼을 위한 연습을 하면서 지냈어요.
곽유화(이하 유화) 저는 얼마 전까지 실업팀 수원시청에 있다가 최근 포항시체육회로 옮겼어요. 거기서 운동하면서 비치발리볼 연습도 함께하며 지냈습니다.
Q__본격적으로 비치발리볼을 한 지는 얼마나 되나요.
유화 저랑 채림이 모두 한 달 조금 넘었어요.
Q__곽유화 선수가 백채림 선수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화 채림이가 현대건설에서 나와서 쉬고 있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학교 다닐 때부터 자주 보고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어요(곽유화와 백채림은 선명여고 선후배 사이다).
Q__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채림 저도 비치발리볼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유화 언니한테 고마웠죠.
Q__비치발리볼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가요.
유화 고등학교 3학년 때 지금 감독님(김연 감독)을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3년 전에 감독님이 비치발리볼을 권유하셔서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당시에는 팀 일정 때문에 비치발리볼을 병행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포항시체육회 배려로 같이 할 수 있게 됐어요.
채림 저는 처음부터 비치발리볼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유화 언니 연락이 오면서 하게 된 셈이죠. 직접 해보니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__이번 대구오픈이 비치발리볼 선수로 나선 첫 공식 대회입니다. 첫 공식전 소감은 어떤가요.
채림 1세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졌어요. 2세트에는 몸이 좀 풀리고 유화 언니와 호흡도 살아나면서 조금 나아졌어요.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웠어요. 연습량이 적은 것도 아쉬웠죠.
유화 저도 공식 경기는 처음이에요. 엄청 떨릴 것 같았어요. 상대가 잘하긴 잘하는데(인터뷰 당시 백채림과 곽유화가 상대한 팀은 결과적으로 대구오픈 우승팀이었던 러시아 알렉산드라 모이세바-예카테리나 시르체바였다), 연습 기간이 더 길었다면 이길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2세트가 많이 아쉬웠어요(백채림-곽유화는 2세트 19-21로 패했다).

“비치발리볼의 매력, 너무 많죠!”
코트 규격부터 규칙, 선수 구성까지 비치발리볼은 거의 모든 면에서 실내 배구와는 다르다. 당연히 종목이 가지는 매력도 다르다.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두 선수가 느낀 비치발리볼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Q__직접 뛰어보니 상상하던 것과 실제 플레이,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던가요.
유화 우선 몸이 제 몸 같지가 않아요. 모래 위에서 뛰어서 그런 것 같아요.
채림 실내 배구에서는 잡을 수 있겠다 싶은 볼에 몸을 날리면 몸이 밀리면서 잡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비치발리볼은 몸을 날리면서 넘어져도 그냥 푹 들어가니까 그런 게 쉽지 않아요.
Q__두 선수 모두 V-리그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차이점이 더 크게 와닿을 듯합니다.
채림 저는 배구 선수치고 키가 작은 편이라 공격할 때 점프로 하는 스타일이에요. 멀리서 날아가서 공을 때리는 거죠. 그런데 비치발리볼은 그렇게 하면 아예 안 되더라고요. 거기에 적응하는 게 처음에 너무 힘들었어요.
유화 저는 원래도 점프가 없는 편이긴 한데(웃음). 저는 크게 다르다는 것까지는 못 느꼈어요. 다만 수비할 때 차이는 있어요. 비치발리볼은 두 명이 뛰고 실내 배구는 여섯 명이 뛰잖아요. 실내 배구는 내가 볼을 받으면 누군가 올리고 때리는 데 비치발리볼은 제가 받으면 무조건 때려야 해요. 체력 소모도 크고 분위기도 실내 배구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Q__실내배구와 다른 비치발리볼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화 실내 배구는 뭔가 멋있게 한방 ‘빵’하는 느낌이랄까요. 외국인 선수도 있으니까요. 비치발리볼은 두 명이서 하니까 한 명이 블로킹을 뛰면 한 명이 볼을 받잖아요. 그때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약 올리면서 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득점했을 때 더 재밌어요.
채림 실내 배구는 여섯 명이 한 팀이라 다 같이 팀으로 한다는 느낌이 강하고 비치발리볼은 두 명이라 한 사람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컴퓨터 게임 같은 느낌이 들어요.
Q__비치발리볼 선수로 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채림 일단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어요.
유화 비키니 입기 싫다!
Q__전날 인터뷰(곽유화와 백채림은 인터뷰 전날 대구MBC와도 인터뷰를 가졌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유화 네, 비키니 입기 싫어서 되게 하기 싫었어요. 하지만 종목 자체는 재밌었고요. 하고는 싶은데 비키니 입기는 또 싫고, 감독님이 해보자고 강하게 권유하면서 결국 오게 된 거죠.
Q__감독님 이야기 중 어떤 내용이 마음을 흔들었나요.
채림 감독님이 키가 크면 좋지만 실내 배구와 비교해서 키가 조금 작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제가 173cm 정도 되거든요. 감독님이 저 정도면 작은 키가 아니라고 하셨죠.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 그랬어요. 실내 배구는 장신 선수가 유리한데 여기는 꼭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두 명이서 하면 수비할 때 한 명은 블로킹을 하고 한 명은 받으면 되니까요. 그런 신체적인 면 때문에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Q__코트는 실내 배구보다 작지만(실내 배구는 18m*9m, 비치발리볼은 이보다 작은 16m*8m이다) 두 명이 뛰어서 활동량도 많고 더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유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제가 수비할 때는 코트가 엄청 넓어 보이다가 공격할 때는 또 작아 보이더라고요.
채림 수비할 때 눈과 마음으로는 이미 잡았어요. 실내 배구였다면 잡았을 것 같은데 비치발리볼에서는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하더라고요. 그럴 때면 누가 코트를 들어서 옮겨줬으면 좋겠어요.

항저우 아시안게임, 더 나아가 메달까지
한국 비치발리볼 여건은 아직 열악하다. 프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팀도 없고 경기장도 변변치 않다. 이런 이유로 오랜 시간 비치발리볼 선수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이제 막 비치발리볼의 세계로 뛰어든 두 선수는 더 오랜 시간 비치발리볼 선수로 활약하고 싶다는 각오를 남겼다.
Q__앞으로도 비치발리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생각인가요.
유화 비치발리볼이 오래 이어가기가 힘든 이유가 아직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잖아요. 지원도 열악하고 경기장 시설도 제대로 된 곳이 없어요. 이런 면이 조금만 좋아진다면 앞으로 비치발리볼을 하려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해요. 감독님도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한국이라고 하더라고요.
채림 3~5년 정도만 확실하게 키우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유화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대만, 태국, 중국이 주로 대회에 나가요. 한국이 왜 활발하게 안 하는지 의문을 갖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채림 이번에 첫 공식 경기를 치르면서 든 생각이지만, 경험을 더 쌓으면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__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건 그만큼 비치발리볼에 흥미를 느낀 거라고 봐도 될까요.
유화 채림 그렇죠. 확실히 매력 있는 종목이에요.
Q__대구MBC와 인터뷰에서 훈련 시설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두 선수는 당시 훈련 시설의 열악함을 언급했다).
채림 우리가 연습한 코트는 모래부터 푹푹 들어가는 모래였어요. 경기가 열리는 곳에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딱딱한 모래에서 하는지 몰랐어요. 모래부터가 완전 달라서 힘들었어요. 연습장은 네트 높이도 정식 규격이랑 조금 다루고 맞추기 힘들어요. 안테나도 설치가 안 되어있어요. 그만큼 열악했죠. 볼에 바람 넣는 것도 없고 볼 개수도 부족했어요. 주변에 훈련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볼 주우러 다니기도 바빴죠.
Q__비치발리볼에서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유화 감독님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같이 해보자고 하셨어요. 저도 그때까지 해볼 생각이 있거든요. 더 잘 준비해서 아시안게임에 나가고 메달도 따고 싶어요.
채림 저는 우선 제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몸과 실력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좀 더 먼 대회를 생각하기보다는 실력을 키우는 걸 우선 순위로 삼고 싶어요.
Q__그렇다면 배구인으로서 계획이 따로 있을까요.
유화 예전 같으면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는 셈인데, 요즘은 더 늦게까지도 선수 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해볼까’라는 생각에 계속하고 있어요. 원래 목표는 2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그만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미련이 남아서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비치발리볼과 실내배구 모두 좀 더 완벽하게 해보고 싶은 바람이에요.
채림 저는 현대건설에서 나온 이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대학을 갈 건지, 실업팀을 갈 건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일단 지금은 비치발리볼을 같이 할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싶어요. 비치발리볼을 병행할 수 있다면 대학이든 실업팀이든 가고 싶어요. 공부도 하고 싶고, 비치발리볼도 하고 싶은데 요즘은 비치발리볼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나아갈 생각입니다.
곽유화 프로필
생년월일 1993.12.10
신장/체중 179cm/60kg
포지션 윙스파이커
출신학교 경해여중-선명여고
주요경력
한국도로공사 2011~2014
흥국생명 2014~2015
수원시청 2015~2018
포항시체육회 2019~
백채림 프로필
생년월일 1998.01.17.
신장/체중 173cm/59kg
포지션 윙스파이커
출신학교 선명여고
주요경력
한국도로공사 2017~2018
현대건설 2018~2019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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