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유튜브 ‘배친놈’ 하태민, 모든 구단에서 시구하는 그날까지

매거진 / 서영욱 / 2019-08-28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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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직업을 꼽으라면 단연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튜버를 빼놓을 수 없다. 분야를 막론하고 유튜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구 유튜브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활성화도 덜 됐다. 이처럼 아직 불모지와 같은 배구 유튜브를 개척 중인 사내가 있었으니, ‘배친놈(배구에 미친 놈)’이라는 채널명답게 배구계 이곳저곳을 누비는 하태민 씨(29)가 그 주인공이다. 유튜버에게 직접 물었다. 배구 유튜브, 어떤가요?

“배구 유튜브, 소통의 장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았다. 하태민 씨와 배구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고. 학교생활에서 시작해 대한민국배구협회 생활에 이르기까지, 유튜버로 오기까지 어떤 길을 거쳤을까.

Q__먼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배친놈’이라는 배구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하태민이라고 합니다.

Q__어떻게 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제가 체육교육과(고려대)를 다녔는데요, 운동을 접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죠. 1학년 때 동아리만 6~7개를 했는데 그중에 배구도 있었어요. 배구 동아리에서도 주장을 했고요. 동시에 알럽(ALUV)이라는 대학배구 아마추어 동아리 대회 등을 주최하고 주관하는 단체에서 일했죠. 전역 이후 사람들이 좋아서 배구를 시작했다가 종목으로까지 애정이 확장된 경우죠.

Q__배구협회에서도 일한 적이 있지요.
협회가 2017년 3월에 유스대표팀 국가대표 매니저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했죠. 유스대표팀 매니저 이후 성인 대표팀, 다시 유스대표팀 매니저로 2017년 8월까지 일했고. 이후에도 배구협회 ‘국제업무 전문인력’으로 2018년 12월까지 근무한 적 있습니다.

Q__야구, 축구, 농구에 비해 배구 유튜브는 아직 생소합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배구협회에서 일할 때도 유튜브를 자주 봐오긴 했어요. 물론 협회에서 나오면서 바로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요. 배구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배구는 팬과 소통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속상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프로 선수들과도 관계있는 제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활동한다면 조금은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Q__아직 국내 배구 채널은 많이 없는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파악하기로 재생시간 4만 시간에 구독자 수 1,000명 이상인 채널이 4개 정도에요. 확실히 많지는 않죠. 그래서 더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듭니다.



콘텐츠 구성과 운영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간’
유튜브는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굉장한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하태민 씨가 느끼는 유튜브 운영상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Q__콘텐츠 구성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뤄지나요.
콘텐츠 타임라인은 같이 일하는 대표님과 일주일에 두세 번 회의를 거치면서 정리합니다. 지금 우리가 기획하는 콘텐츠 방향이 맞게 가고 있는지, 시장 방향성은 적절한지도 이야기하고요. 아이디어 자체는 아직도 머릿속에 많이 남아있어요.

Q__주로 지향하는 콘텐츠 방향은 어떤 쪽인가요.
배구를 즐기는 데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고 그걸 보여주려고 해요. 보는 것에 비중이 큰 사람도 있고 직접 즐기는 사람도 있고, 선수 가족도 있을 수 있고요. 해외배구까지 챙겨보는 열성 팬도 있죠. ‘그런 사람들의 관심이나 이해를 최대한 충족시키려면 내가 뭘 준비하면 될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콘텐츠 기획 자체는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Q__지금까지 채널에 주로 올라온 콘텐츠는 어떤 것 위주인가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배구 관련 강의 영상이더라고요.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생활체육에서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동호회 대회도 많이 조명하고 있어요. 배구는 이제 조금씩 커가는 종목이라 사람들이 여러 방면으로 갈증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Q__채널 운영은 혼자서 하고 있나요.
운영 자체는 공동 운영이고 촬영은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촬영과 편집은 저를 안 거치는 게 거의 없긴 하죠. 기획을 함께 검토해주시는 분도 있고요. 스포츠계 전반과 관련 유튜브 콘텐츠로 노하우가 있는 분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__콘텐츠를 구성하면서 가장 어려운게 무엇입니까.
이런 말이 있어요. 일 분짜리 콘텐츠가 나오려면 한 시간 촬영하고 한 시간 편집해야 한다고요. 지금보다 더 좋은 퀄리티를 갖춘 영상을 만들려면 기획단계부터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많은 분이 도와주고 있지만 전반적인 건 저 혼자 조절하니까 전체적인 시간 계획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많이 필요한 게 어려움 중 하나죠. 유튜브가 완전 본업이 아니고 조금씩 키워가는 단계라서 모든 시간을 오롯이 투자할 수도 없거든요. 최대한 시간을 투자하지만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힘든 점인 듯해요.

Q__지금까지 찍은 영상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두 개가 있어요. 둘 다 조회 수가 많이 나오진 않았어요. 하나는 맨 처음 찍은 영상인데요(배구채널넘버원 VCN 그리고 배친놈을 소개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해요(웃음). 카메라 다루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처음 알았어요. 지금도 그 영상을 다시 보면 인터넷을 끄고 싶어요. 화면이 정말 안 받는다는 생각도 들었죠. 머리도 했는데 그것도 마음에 안 들고. 처음 인사 장면에서만 NG가 15번, 20번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배친놈의 배구 인생 1막-왜 배친놈인가’라는 영상이 있어요. 제가 어떻게 배구에 발을 들였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고, 어떻게 소통할지 방향성을 보여준 영상이었어요.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정이 많이 가는 영상이에요.

아마추어와 프로의 연결까지
더 큰 그림을 그리다
‘배친놈’ 채널을 살펴보면 프로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아마추어 동호회 영상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하태민 씨는 최종적으로는 배구의 접근성을 더 높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Q__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반응은 모두 확인하나요.
댓글은 올라오는 족족 바로 봐요. 성심성의껏 답변하려다 보니까 답글 다는 시기는 조금 늦어지긴 해요. 제 채널이 자극적이거나 누굴 저격하는 그런 류의 콘텐츠 없이 클린하게 운영 중이라 이런 부분도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Q__반응은 주로 어떤 편인가요.
현장에 나가면 응원한다고 이야기해주는 선수들도 많아요. 아마추어 선수들은 신기하게 볼 때도 있고요.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좀 더 열심히 해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요. 전체적으로 응원한다는 반응이 많아요. 동호회나 아마추어 대회 현장도 많이 가는데 촬영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많이 받아요.

Q__반응 중에 대회 촬영 영상을 보내달라는 부탁도 많았는데요. 확실히 생활체육 쪽에서 반응이 활발한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게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거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생활체육은 9인제고 엘리트는 6인제로 진행되는 것도 소통이 잘 안 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중에 생활체육에서도 6인제 대회를 제가 한 번 개최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Q__배구 유튜브 자체가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데요, 생활체육을 소재로 많이 다루는 것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배구라는 종목에 좀 더 편하게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선수나 연예인같은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제 채널에 등장하고 비춰지면서 배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현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Q__배구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나요.
배구가 가진 장점이 많아요. 네트가 있어서 다른 종목보다는 몸 싸움이 없고 신사적인 편 같고요. 그리고 한 사람의 플레이로 모든 게 끝나지 않고 연결되는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가장 ‘팀 스포츠’다운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배구의 그런 분위기가 좋았고, 이런 점을 더 알려서 많은 사람이 접하게 만들고 싶어요.

“목표? 구단마다 시구 한 번 해보고 싶죠!”
최근 인기 유튜버는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과 명성을 누린다. 스포츠계 곳곳에서도 이런 유튜버들의 행적은 눈에 띈다. 하태민 씨의 중장기적 목표 역시 더 큰 곳을 바라보고 있다.

Q__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요.
우선 지금 생각 중인 건 내년 여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비치발리볼대회에 참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곳이 코트가 120개 정도나 있을 만큼 규모가 크더라고요. 미즈노 비치발리볼 마라톤이라는 대회도 있는데 거기에도 팀을 꾸려서 참여할 계획이에요. 아마추어 선수들과 엘리트 선수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도 구상 중입니다. 지금 생각 중인 건 엘리트 초중고 선수들과 이른바 아마추어 ‘고인물’이라 불릴 만한 은둔 고수들이 6인제로 붙으면 어떨지 해보는 거예요.

Q__꼭 초대하고 싶은 선수도 있나요.
배구협회에서 일할 때 인연 덕분에 지금도 연락하는 선수들은 꽤 있어요. 하지만 아직 제 채널 규모가 그 선수들을 부를 만큼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광인 선수는 개별적인 친분이 있어서 요청하긴 했지만요. 제 채널이 더 성장한 이후에 선수들을 불러오고 싶어요. 모시고 싶은 선수들은 많죠. 김연경 선수도 그렇고요.

Q__스포츠 유튜브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매혹적으로 보이는 직업은 맞아요. 하지만 위험부담도 큰 직업이라 생각해요.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언제, 어떤 걸 어떤 식으로 할지 계획을 확실히 가져가야 해요. 단순히 ‘이거 올리면 재밌겠지? 올려볼까?’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스스로 지칠 수 있어요. 내가 열심히 기획해서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적으면 본인에게 실망할 수도 있고 거기서 힘이 빠질 수 있거든요. 멀리 내다보고 확실한 계획과 함께 하는 게 필요합니다.

Q__앞으로 배구 콘텐츠 제작자이자 배구 열혈 팬으로서 목표는 무엇이죠.
단기적인 목표라면 모든 구단에서 시구는 한 번씩 해보고 싶어요. 세계 배구를 직관하면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전문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선수 출신 분들과 비교하면 아직 배구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지만, 더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배구에 진지하게 접근한다면 코치나 감독까지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글 / 서영욱 기자
사진 /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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