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염혜선 “제 기량 다시 보여주고 싶어요”

매거진 / 이정원 / 2019-07-26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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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은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팀을 두 번이나 옮겼다. 지난 4월 15일 FA(자유계약선수) 표승주의 보상선수로 IBK기업은행에서 GS칼텍스로, 5월 30일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두 번 모두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 한때 우승팀 세터였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염혜선은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6월 13일 KGC인삼공사 체육관에서 염혜선을 만나 이적에 얽힌 이야기와 새 배구인생 계획을 들었다.







준비된 분위기메이커, 새 팀 적응은 아주 쉬운 일



염혜선과 인터뷰 할 당시에는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다. 새로운 동료들과 어색함도 있을 법했지만 <더스파이크> 사진 촬영 때 보니 다른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이미 새 팀 적응을 마친 듯한 모습이었다.



염혜선은 “팀에 합류한 직후에는 별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요. 합류 첫날부터 바로 운동했거든요. 훈련이 끝나고 저녁에야 짐을 풀었어요”라며 “그래도 오자마자 짐부터 풀 줄 알았는데 운동부터 하더라고요”라고 이적 직후 상황을 전했다.



올해 두 번이나 짐을 싸고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번 비시즌에 처음 이적할 때 짐을 싸고 다 풀었는데, 얼마 안 있다가 또 짐을 싸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는 이 팀에 정착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KGC인삼공사에서는 마음 놓고 짐을 풀었죠”라며 수차례 이사 준비 과정을 묘사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GS칼텍스가 숙소를 청평으로 옮기기 전 이적이 결정된 점이다.



KGC인삼공사에는 이미 잘 아는 선수가 많았다. 염혜선이 새 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KGC인삼공사에는 유달리 IBK기업은행을 거쳐 간 선수들이 많다. 채선아부터 노란, 고민지와 세터 이솔아까지, 모두 IBK기업은행에서 함께 생활한 선수들이다.



염혜선은 “그래도 동생들이 같이 있을 때 저와 좋은 기억만 있었나 봐요. 제가 와서 좋다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잘 살았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라고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염혜선은 V-리그에서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염혜선의 분위기메이커 기질은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KGC인삼공사에서도 염혜선은 다시 분위기메이커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저도 어색한 걸 워낙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도 두루 잘 지내다 보니까 적응도 빨리한 것 같아요. 후배들도 원래 팀에 있던 언니라고 생각하고 대해줘서인지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한 팀에서 지낸 시절은 없지만 한송이와도 친분이 있다. 염혜선은 “(한)송이 언니는 감독님을 잘 알잖아요. 그래서인지 제가 오자마자 “응, 빨리 옷 갈아입고 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네? 언니 오전부터 바로요?”라고 하니까 “응, 당연하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오전부터 바로 옷 갈아입고 훈련했죠”라고 짤막한 일화도 풀어놨다.



V-리그 원년부터 활동한 베테랑 한송이는 염혜선에게 “잘하리라 믿는다. 같이 잘해보자”라는 짧고 굵은 조언을 했다고 한다. 염혜선은 “(황)연주 언니도 프로에서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어 봤잖아요. 그래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트레이너 선생님 결혼식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고 가끔 연락할 때도 좋은 말을 많이 해줘요. 그 덕분에 더 힘이 난 것 같아요”라고 선배 언니들이 보낸 조언과 응원을 소개했다.





배구 유전자 타고난 1등 세터



염혜선은 타고난 배구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다. 할머니와 부모 모두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 배구를 했던 스포츠 가족이다. 염혜선은 “제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제가 배구를 할 거라는 건 정해졌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구 DNA를 갖고 난 셈이다.



염혜선은 고교시절은 물론 프로입단 시에도 동기들 가운데 선두 주자였다. 목포여상 재학때 염혜선은 여고무대에서 넘버원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염혜선을 앞세워 목포여상도 늘 상위권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2008년 목포여상은 춘계연맹전, 대통령배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중앙여고 세터 시은미가 염혜선과 경쟁자였다. 2008~2009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영예도 염혜선에게 돌아갔다. 현대건설은 주저없이 염혜선을 지명했고, 한국도로공사는 2순위로 세화여고 황민경의 이름을 불렀다.



1등한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는 법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안 뽑힐 수도 있잖아요. 엄청 떨렸어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무섭기도 하고, 드래프트 현장에 저 혼자 있는 기분이었죠.” 그는 “지명된 이후 처음에는 뭔가 떨렸어요. 이제 정말 프로 선수가 됐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고, 뭔가 정신이 없었어요. 현대건설 차를 타고 이동할 때야 실감이 나고 그때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라고 당시를 묘사했다.



프로데뷔전은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기쁜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뭐가 뿌듯한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경기에 나서면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기분이 드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신인상도 그의 차지였다. 곧바로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2009~2010시즌, 프로선수에게 그렇게 무섭다는 2년차 징크스가 온 것이다. 주전 세터에서 밀려났다. 주저앉지 않았다. 염혜선은 이듬해 다시 주전 세터로 올라섰다. 2015~2016시즌에는 현대건설의 우승을 이끌었다. 네 시즌 연속 세트 부문 1위(2011~2014)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7년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에게 ‘넘버원 세터’는 익숙한 자리였다.






넘버2가 된 백업멤버, 그리고 이적



염혜선은 “예전에는 기분이 엄청 안 좋으면 땀을 뺄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는 ‘폭풍’런닝을 하기도 했죠. 쉬는 날이면 친구들이랑 서울 놀러 가서 구경도 하고 스트레스 풀고요. 사소한 걸로 풀었던 것 같아요”라고 과거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는지 돌아봤다.



염혜선에게 정말 힘든 시기는 IBK기업은행 이적 후 찾아왔다. 2017~2018시즌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지만 예전처럼 확고한 주전이 아니었다. IBK기업은행이 단골로 진출했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더 많은 시간을 소화한 건 이고은이었다. 2018~2019시즌에는 2009~2010시즌 이후 가장 적은 세트 출전(54세트)과 세트 성공(191개)을 기록했다. 2009~2010시즌 이후 처음 겪는 백업 시즌이었다.



그때 남지연 코치가 많은 힘을 주었다. 그는 “코치님이 항상 준비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도와주셨어요. 그게 많이 와닿았고 힘이 됐어요”라며 “그게 당시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아요. (최)수빈이나 (박)세은이처럼 후배들도 많이 도와줬어요”라고 어려움을 이겨낸 방식을 돌아봤다.



그렇게 IBK기업은행에서 쉽지 않았던 두 시즌을 보내고, 더 힘든 시기는 2019년 비시즌에 찾아왔다. 염혜선은 지난 4월 15일, 표승주 보상선수로 GS칼텍스로 이적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염혜선은 다시 이영과 함께 KGC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되면서 비시즌에만 유니폼을 두 번 갈아입었다. 한때 우승을 이끈 우승팀 세터이자 대표팀 출신 세터에게는 가혹한 비시즌이었다.



두 번의 이적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냥......몸은 조금 덜 힘들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울컥하는 감정은 있네요. 몸이 힘든 것과 별도로 힘든 점은 분명 있었어요. 그래도 코트 안이 아닌 밖에서 보는 공부라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보고 배운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적 당시 감정을 말하며 염혜선은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마음이 상당히 아팠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느꼈던 솔직한 심경을 알려줬다. “솔직히 그만둬야 하나 싶은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프로 세계를 떠나더라도 배구를 할 것 같았어요. 배구가 싫은 게 아니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배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왕 할 거면 끝까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버티기로 했어요.”



염혜선은 이내 특유의 밝은 모습과 함께 다시 일어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처음에는 진짜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새 팀에서 제 기량을 다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어요.”



이어 염혜선은 “솔직히 말해서 두 번의 이적을 거치면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트레이드는 저를 원하는 팀이 있다는 말도 되잖아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나쁜 생각은 안 한 것 같아요. 어디를 가더라도 일단 배구를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주변으로부터는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 염혜선은 “부모님은 KGC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된다고 했을 때 이제 정착할 팀으로 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하셨어요”라며 “친구들도 잘됐다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그리고 프로 무대에서 나간 건 아니었으니까요”라고 부모님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비시즌을 통해 프로 선수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이적 방법을 겪어본 염혜선. 그는 “정말로 이적하는 방법을 거의 모두 겪어봤네요. 세 가지 방식(자유계약(FA), 보상선수, 트레이드) 모두 드는 감정은 달라요. 다만 지금은 더 악에 받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돌아봤다.



세 가지 이적 방식과 감정의 차이에 대해서도 들었다. “FA는 여러 팀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제가 선택할 수 있잖아요. 트레이드나 보상선수 이적은 통보를 받는 거고요. 제 의사와 상관없이 이적해야 한다는 게 조금 더 뭔가 슬프다고 할까요. FA보다 좀 더 당황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이런 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이제 여기(KGC인삼공사)서는 오래 해야죠.”



두 번의 이적도 있었지만 커리어 상으로 내리막이었던 지난 2년에 대해서도 염혜선은 생각이 많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염혜선은 현대건설 시절과 IBK기업은행 시절 입지가 확연히 달랐다. 이때를 돌아보던 염혜선은 어려운 시기였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다. “뭐랄까, 약간 시간이 멈춰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허투루 보낸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다시 태어났다고 할까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해보려고 해요.”






이어 “지난 두 시즌을 돌아봤을 때, 선수로서 가장 아쉬웠던 건 역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이제 적어도 올 시즌 더 이적은 없으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다가올 시즌에 제 기량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힘든 시기를 겪은 만큼, 염혜선은 이전보다 더 강한 의지와 각오로 비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염혜선은 “솔직히 말해서 저한테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라고 돌아봤다. 이어 “마지막 기회인 만큼, 여기서 뼈가 부러지도록 해봐야죠”라며 강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과거 기량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도 남달랐다. 염혜선은 두 번의 이적 당시 상황을 짧게 묘사하면서 각오도 다시 한번 다졌다.



“GS칼텍스로 이적할 때는 오후 훈련을 나가기 직전에 소식을 들었어요. 뭔가 와닿지 않았어요. KGC인삼공사로 이적할 때는 차상현 감독님이 직접 불러서 이야기했어요. 여기 와서는 이제야 정착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해봐야겠다는 의지도 강해졌어요. 예전 기량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근에 보여준 모습보다는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많이 들었어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고 싶어요. 절치부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염혜선 프로필


생년월일 / 1991.02.03


신장 · 체중 / 177cm/65kg


포지션 / 세터


출신학교 / 목포영화중-목포여상


입단연도 / 2008~2009시즌 1라운드 1순위(현대건설)


주요 경력 / 2008~2017 현대건설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7~2019 iBK기업은행


2019 GS칼텍스


2019~ KGC인삼공사



글/ 서영욱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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