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어리더 이하은 "저랑 같이 배구 응원하실래요?"
- 매거진 / 이광준 / 2019-03-02 00:26:00
귀여운 여동생 같은 이미지일 줄 알았다. 직접 만나보니 서구적인 이목구비에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반전 매력을 뿜었다. 허스키한 목소리마저 본인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긍정 마인드는 덤. 게다가 직업의식이 투철해서 인터뷰, 사진 촬영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여자부 흥국생명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뜨는 별, 이하은 치어리더(21)를 지난 16일 대전 블루부코 카페에서 만났다. 글이 어딘가 들떠 보인다고? 그저 ‘팬心터뷰’ 콘셉트에 충실할 뿐이다.
‘일’로 시작한 배구, 이제는 ‘팬심’으로 봐요
안녕하세요!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네,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에서 응원하고 있는 치어리더 이하은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대전 분이고, 한화 이글스 야구단 응원으로 유명세를 탄걸로 아는데요.
고등학교 때부터 한화를 너무 좋아해서 툭하면 야구장에 오곤 했어요. 야구장에서 스태프 알바도 했는데요, 지금 회사 실장님께서 제게 치어리더 제안을 해주셔서 이렇게 치어리더로 입문하게 됐습니다.
데뷔가 언제죠.
2017년 7월 1일부터 정식으로 치어리더 생활을 시작했어요.
1년하고도 많은 시간이 지났군요. 배구는 그 전에도 좋아했나요.
사실 배구는 치어리더가 되고 나서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배구하면 ‘문성민 선수(현대캐피탈)’밖에는 몰랐어요(웃음).
그럼 처음 배구를 직관한 건 일을 시작한 뒤네요.
2017년 9월에 열렸던 천안·넵스컵(KOVO컵) 때 처음 봤어요. 참 어색했던 기억이 나요.
어떤 점이 어색했나요.
실내체육관 자체가 어색했어요. 넓은 곳에서 야구만 보다가 조그마한 곳에서 아기자기하게 응원하는 게 참 색다른 경험이었죠. 밖은 추운데 안은 따뜻한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이제는 익숙해졌으니 다른 기분일 것 같아요.
너무 재밌어요! 일단 굉장히 점수가 빨리 나잖아요. 한 점씩 계속 주고받고 하는 게 신기해요. 응원을 하려면 팬들도 봐야 하는데 처음에는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특히 5세트라도 가게 되면 정말 흥미진진해요. 스포츠가 길게 가는 데 재미있었던 건 배구가 처음이었어요. 응원 분위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애타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팬’ 입장에서 응원하는 기분이랄까요?
‘직관’의 매력에 빠진거네요.
오, 저도 동의해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배구는 정말 화려하고 멋진 스포츠예요. 왜 팬들이 직접 보러 많이들 오는지 알겠더라고요. 특히나 남자부 담당 팀이 팬 많기로 유명한 천안이잖아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시는데 저도 그 분들에게 동화돼 함께 응원하는 재미로 하고 있어요.
배구 치어리딩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야구는 실외 스포츠고, 경기장 규모도 크잖아요. 그래서 거리감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배구는 좁은 공간에서 팬들과 1대1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요, 서로 눈도 마주치면서 응원에 몰입할 수 있죠. 그것이야 말로 좋은 응원 아닐까요?(웃음)
말 나온 김에 맡은 팀 자랑 한 번 해주세요.
먼저 현대캐피탈은 다른 구단 팬 분들도 인정하는 팀 중 하나죠. 실력도, 그리고 외모도(웃음)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집에서 여러 응원영상을 정말 많이 찾아보는데요, 그 중에서도 현대캐피탈이 가장 끈끈함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응원에서도 팀워크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물론 ‘우리 팀’이어서 콩깍지가 씐 걸 수도 있지만요.
흥국생명은 아쉽게도 지난 시즌 성적이 저조했잖아요. 그런데 한 시즌 만에 완전히 뒤바뀐 성적을 달리고 있어요. 믿어준 팬들에게 결과로 보답하고 있는 것 같아 놀라워요. 저는 선수단 사이에 끈기가 있어야만 그렇게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끈끈함이 놀라운 팀이에요.
이른 사회생활, 여전히 배우는 중이에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치어리더 일을 시작했네요. 그 전에는 치어리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화려했죠. 그리고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대 위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서 ‘예쁘다, 멋지다, 행복해 보인다’라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나도 저 단상 위에서 춤을 추면 저런 표정으로 일할 수 있을까. 저런 관심과 응원을 받을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겉으로만 보이는 화려함을 주로 봤어요. 일을 시작하기 전엔 다른 안 좋은 이미지는 못 봤죠.
막상 일을 해보니 다르던가요.
힘들어요. 일하면서 정말 큰 보람을 느끼지만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었죠.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체력적으로 힘든 게 컸어요. 제가 이전에는 건강을 챙기는 편이 아니었어요. 보약도 안 먹었고요. 그런데 이 직업이 건강을 참 신경 써야 하는 직업이더라고요. 제가 신경을 쓸수록 오래 할 수 있는 거였어요. 주변에서 ‘넌 어리니까 관리 안 해도 돼’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평소 관리는 어떻게 해요?
운동을 많이 해요. 제가 축구를 정말 좋아해요. 초등학교 때 선수가 하고 싶어서 잠깐(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을 굉장히 강조했다) 선수 생활을 하다가 그만뒀어요. 또 아버지도 어릴 때 축구선수가 꿈이었대요. 그래서 지금도 아버지랑 같이 축구하는 걸 좋아해요. 그 외에 다른 운동은 따로 안해요. 식단도 다이어트 식단보다는 열량을 보충하는 식단으로 챙겨 먹어요. 집에서도 많이 신경 써주시죠.
따로 다이어트는 하고 있나요.
살이 안 찌는 체질은 아니고요. 많이 움직이고 칼로리를 소모해서 아직은 안 찌고 있어요. 물론 그만큼 먹긴 해요. 그래도 직업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보니 일반인보다는 덜 찌는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는데 어떻습니까.
전 오히려 좋아요. 또래 친구들을 보면 다들 대학생인데요,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후회하는 건 없어요. 오히려 좀 더 성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해요. 막내로 일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어딜 가도 쉽지 않은 일은 없으니까요. 처음은 누구나 힘들잖아요. 힘든 일이 닥쳐오면 ‘참자’라는 생각보다는 ‘배우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 때문인지‘못 하겠다’라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대학에 가고픈 마음은 없었나요.
대학교에 가지 않은 것도 사실 가고 싶은 학과가 없었거든요. 굳이 갈 이유를 못 찾았어요. 분명 놀면서 시간을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 시간에 저는 하고 싶은 걸 찾았다고 생각해요. 그 돈과 시간을 치어리더 일에 투자해서 말이죠.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하셨는데 제 미래를 생각해서 ‘잘 할 수 있다’라고 고집했어요. 확신이 있었어요.
대학 다니는 친구들을 봐도 ‘대학을 가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전 이미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많은 분들께서 ‘부럽다’라고 해주셔서 괜찮아요.
‘진심’을 담는 응원이 제 장점이에요
본인 외모 강점은 무엇인가요.
음…. 저는 제 눈, 코, 입 전부 자부할 수 있어요. 이목구비가 뚜렷한 스타일이에요. 시원시원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웃는 걸 팬 분들께서 좋아해주셔요. 웃을 때 시원시원하다고요.
성격도 말씀하신 것과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운동 영향이 있긴 한데요. 털털한 스타일이에요. 허스키한 목소리도 성격에 한 몫 한 것 같아요. 아, 저는 이 목소리가 일 할 때만큼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스포츠는 활기차고 시원스러워야 하잖아요. 그것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본인 응원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열심히 한다’였어요. 뭐든 하나를 해도 ‘진심을 담아 한다’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열심히, 행복하게 응원한다고도 해주시고요. 그런 게 장점이 아닐까요?
배구 응원 중 생겼던 에피소드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현대캐피탈에서는 선수가 입장할 때 큰 공을 이용한 응원을 하는데요, 그걸 치다가 얼굴에 맞을 때도 있고 팬들을 맞추는 경우도 있어요. 정말 온 힘을 다해 한 남자 팬분이 치셨는데 그게 제 얼굴을 때린 적도 있고요.
흥국생명에서는 경기에 이기고 나서 승리 세리머니를 선수들과 함께 해요. 선수와 함께 춤추는 시간이 있는데요, 여자 선수들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같이 어울리는 게 좋아요. 거리감이 안 느껴지고 언니 동생 사이 같아요. 그 중에서도 신연경 선수가 가장 끼가 넘쳐요.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대전 사람이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대전 삼성화재, KGC인삼공사 응원하는 게 아니냐고들 물어보셔요. 그럴 때마다 전 ‘아니에요!’라고 단호하게 하죠. 그래서인지 우리 팀(본인이 응원하는 현대캐피탈, 흥국생명을 계속 이렇게 표현했다)이 대전 팀들과 할 때면 더 불타는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승부욕이 활활 타올라요. 대전 팀하고 한 경기는 다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평소 치어리더 스케줄이 궁금해요.
배구는 경기시작 4시간 전 현장에 도착해요. 그래서 리허설을 시작하죠. 그 날 공연 대형도 맞춰보고요, 이벤트 준비도 하죠. 그리고 경기 두 시간 전에 야외로 나가서 풍선, 클래퍼를 나눠드려요. 그걸 배포하고는 다시 들어와 최종 마무리 점검 후 경기장으로 나섭니다.
연습은 언제 하시나요.
배구는 경기 중간마다 시간이 긴 편이잖아요. 그래서 경기가 없을 때 많이 연습해요. 회사가 부산에 있어서 자주는 못 가고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내려가요. 부산에 있는 멤버들처럼 자주 내려가질 못하니 집에서 열심히 개인연습을 하죠. 전신거울하고 스피커가 집에 있는데요, 아버지가 연습하라고 달아주셨어요. 그걸로 개인연습을 엄청나게 하죠.
말을 참 잘 하는 것 같아요.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낯가림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봐요. 처음 만난 사람하고 어색해하는 걸 싫어해서 먼저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쉬는 날에는 주로 뭘 하면서 보내나요.
잠이 없는 편이에요. 부지런한 스타일이죠. 그래서 쉬는 날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놀아요. ‘어릴 때 놀자, 체력이 될 때 놀자’ 주의라서요, 어떻게든 약속을 만들어서 놀아요. 선천적으로 ‘집순이(집에만 있는)’를 못 해요. 집에 있으면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해요. 오히려 집순이들이 부러울 정도예요. 나가면 다 돈이잖아요. 즉흥적이지만 알차게 보내는 편이어서 매번 쉬는 날이 후딱 지나가버려요.
이하은을 기억해 주세요!
TV에 본인이 나온 걸 보면 어떤 기분인가요.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좋아요. 특히 치어리더로 TV에 나오면 정말 좋아요. 제가 일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알려질 수 있는 거니까요. (가족들 반응은 어떠냐는 질문에) 가족들이요? 당연히 엄청 좋아하시죠. 이 인터뷰가 나가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실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 일하는 게 참 보람찰 것 같아요.
맞아요. 그렇지만 가장 보람찰 때는 팬들이 저로 인해 응원에 재미를 붙였다고 할 때에요. 간혹 저 때문에 응원 나온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참 행복해요. 제가 팬들을 스포츠와 연결시켰다는 보람이 들어요. 이건 어딜 가도 늘 하는 말이에요.
그런 말을 건네는 팬들이 많은가 봐요.
직접 제게 말해주시는 팬들이 꽤 있었어요. 제 스스로 놀랄 정도로요. ‘아 이런 게 매력이구나’ 싶었어요. 제가 열심히 하는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에요.
반면에 힘들다 싶을 때도 있을 텐데요.
앞에 말한 것처럼 건강관리가 힘들었어요. 아직 서툴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다음으로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자주 일어나요. 경기장에서 사고가 일어나거나, 팬 분들과 소통에서 문제가 생길 때도 있어요. 팬들도 매번 다정할 순 없으니까요. 그럴 때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게 어려움이에요. 이건 배워야 할 부분이네요.
이 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언젠가는 이 일을 그만둘 때가 올 테니까요. 팬 분들이 나중에 ‘이하은 치어리더’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각자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등 기억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인상이 깊은 사람’으로 남아있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평소 팬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아직은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그만큼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참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저도 치어리더가 아닌 여러분과 같은 ‘팬’이라고 생각하면서 응원할 테니 함께 따라와 주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이건 가장 하고픈 말인데 경기장에서 못 한 말이에요. 저 ‘이하은’ 꼭 기억해 주세요!
Side Story
주먹감자 사건
때는 2018년 9월 23일, 추석연휴가 시작되던 일요일 한화이글스와 KIA타이거스가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경기를 가졌다. 경기 중간 비디오판독 시간이 되면서 카메라가 치어리더 석을 향했다. 당시 치어리더들은 추석을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는데…. 마침 가장 앞쪽에 앉은 이하은 치어리더가 카메라를 향해 아웃이 되길 염원하며 심판 아웃 콜 사인을 따라했다. 그런데 그게 그만 욕처럼 보이면서 한 동안 회자가 됐다. 다행히 팬들로부터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명절을 맞아 이하은 치어리더 가족들이 한 데 모여 TV를 보다가 다들 깜짝 놀랐다는 후문.
이상형
‘왜 이 질문이 없지?’ 하는 팬들이 있을까봐 이곳에 따로 준비했다. 진심으로 팬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 물어봤을 뿐이다. 낭랑한 이하은 치어리더 말투로 들어보자.
“제 이상형이요? 저는 덩치가 큰 사람이 좋아요. 운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들 체격이 좋잖아요. 그래서 제가 옆에 있을 때 작아 보이는 체격이면 좋을 것 같아요. 키는 저랑 비슷해도 상관없어요!(이하은 치어리더는 프로필 상 169cm다).”
과거에도 지금도, 문성민
배구를 보기 전에는 ‘문성민’밖에 몰랐다는 그녀. 그래서 ‘배구를 본 이후에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누구인지 물었다. 뻔한 답이 나왔다. 괜한 걸 물어본 것 같다.
“지금도 당연히 문성민 선수죠. 잘 알 지 못했을 때도 문성민이었는데 지금도 그래요. 마침 또 우리 팀이잖아요. 매번 볼 때마다 연예인 보는 느낌이에요. 볼 때마다 새로워요.”
프로필
이름 이하은
출신 대전광역시
생년월일 1998. 7. 9
신장 169cm
경력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치어리더 (2017~)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치어리더 (2017~)
한화 이글스 치어리더 (2017~)
대구 FC (2018~)
글/ 이광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장소협찬/ 대전 블루부코 카페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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