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쫓아가는 두 마리 토끼, 리그 2연패와 세대교체
- 여자프로배구 / 강효상 / 2019-02-02 18:28:00
[더스파이크=장충/강효상 기자] 2일 장충체육관에서 3위 서울 GS칼텍스 킥스와 4위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5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졌다. 양 팀이 봄배구 진출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음은 물론, 직전 경기 패배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코트에는 비장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과는 도로공사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이었다. 이로써 도로공사는 귀중한 승점 3점을 확보하면서 승점 37점으로 봄배구를 위한 불씨를 살렸고, GS칼텍스는 승점 40점에 머무르면서 상위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3위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 날 도로공사의 선발 라인업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베테랑 세터 이효희가 아닌 프로 2년차 세터 이원정이 선발로 나선 것이다. 최근 이효희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을 위한 김종민 감독의 승부수였다. 지난 현대건설전에서 교체로 코트를 밟으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이원정은 과감하면서도 범실 없는 경기 운영과 함께 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도로공사의 약점으로 꼽힌 오른쪽 블로킹의 높이를 잘 메워주면서(블로킹 3득점),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시작부터 계획된 투 트랙 전략, 이제야 정상 궤도로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종민 감독은 이효희와 이원정의 고른 기용을 계획했다. 이원정에게 많은 출장 기회를 주면서 경험을 쌓고, 중요한 순간에는 이효희가 노련미를 과시해주길 바랐다. 어린 선수의 성장과 팀 성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었지만, 시즌 전 발생한 이원정의 부상으로 인해 이효희가 풀타임으로 출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효희는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 5주 내내 참가했음은 물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까지 개근했다. 살인적인 경기 일정과 이동 거리를 생각하면, 사실상 휴식기 없이 시즌을 연속해서 치른 것이다 다름없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도로공사가 4위까지 쳐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인해 이효희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점 또한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이효희는 올해로 만 39세, 앞으로 선수 생활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다. 팀 내에 중간급 세터로 김혜원이 있지만, 신장 등의 발전 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확실한 카드라 보긴 어렵다. 이원정의 빠른 성장이 절실한 이유다.
노련함 앞세웠던 도로공사, 신구 조화를 통해 왕조 구축할까.
야구계에서는 최근 고참급 선수들이 트레이드 대상자가 되거나 전력 외 통보를 받는 일이 많고, FA 자격을 얻어도 만족스럽지 않은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기타 종목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여자배구는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시장 평가가 인색하지 않다. 그 중에서도 도로공사는 베테랑의 가치를 상당히 높게 평가해왔다. 2014년 이효희와 정대영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임명옥, 2016년에는 배유나까지 영입하면서 팀 내 고참 라인을 구축했고, 2017년 박정아 영입을 통해 통합 우승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국도로공사의 현재 주전 라인업 평균 연령은 6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상황이다. GS칼텍스에서 고참급으로 분류되는 김유리, 표승주, 이소영이 도로공사에서는 중간급에 속할 정도다. 베테랑의 존재는 언제나 든든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순발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배구의 특성 상 때로는 아쉬울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베테랑의 장점을 그 누구보다 잘 활용해온 팀이다. 그리고 이제 그 장점을 잘 이어가기 위한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시즌이 후반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V리그 여자부의 순위 판도는 알 수 없는 혼돈 속에 있다. 1위 흥국생명(승점 46점)과 2위 IBK기업은행(승점 42점)은 물론 3위 GS칼텍스(승점 40점)와 4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7점)까지 촘촘하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봄배구 진출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뒤에서 추격을 해야 하는 도로공사의 현재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도로공사는 여자프로배구 역사 속 두 번째 리그 2연패(첫 번째는 05-06, 06-07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를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표의 분수령이 될 지금 시점에 신구 조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2연패라는 성적과 함께 세대교체라는 성과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_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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