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최초 디그 9,000개’ 김해란이 말하는 리베로, “견뎌야하는 자리”

여자프로배구 / 이현지 / 2019-01-27 1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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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현지 기자] 흥국생명 김해란(35)이 V-리그 최초로 디그 9,000개를 기록했다.

김해란은 27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5라운드 맞대결에서 디그 27개를 성공하며 V-리그 최초로 디그 9,000개를 넘겼다(9,001개). V-리그 출범 이전부터 한국도로공사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V-리그 열다섯 시즌을 모두 치르며 자타공인 ‘레전드 리베로’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김해란은 “사실 이런 기록(디그 9,000개)을 세웠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개인 기록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라며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팀 성적만 좋으면 개인 기록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라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밥 잘 챙겨먹고 잠을 잘 자면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트레이너 선생님들께서도 잘 관리해주시고 있다”라며 오랫동안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밝혔다.

김해란은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남자 공격수에 비해 여자 선수들의 공격이 약하기 때문에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자부가 남자부에 비해 랠리가 길어서 기록을 빨리 달성할 수 있었다.”

김해란의 완벽한 수비로 흥국생명은 올 시즌 내내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날 승리로 2위 GS칼텍스와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렸다. 김해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를 보강하면서 선수들끼리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1위라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많지도 않다”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V-리그 열 다섯 시즌을 보내는 동안 김해란을 가장 괴롭혔던 공격수는 누구였을까. 그의 입에서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김해란은 “같은 팀에 있는 (이)재영이 공격을 수비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재영이는 마지막에 틀어 때려서 굉장히 까다롭다. 늘 잘하고 있지만 늘 엄청나게 성장하는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배구에서 리베로는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다. 오로지 수비를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이에 김해란은 “리베로는 버텨야 하는 자리”라며 리베로가 갖는 어려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리베로는 잘하면 ‘잘했네’하고 끝나지만 못했을 땐 ‘저것도 못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런 걸 견뎌내지 못하면 절대 정상에 설 수 없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여럿 있어서 안타깝다. 힘든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견디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의 조언이다.

흥국생명은 공격과 수비 모두 빈틈없는 구성으로 선두 자리를 달리고 있다. 좋은 순위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김해란은 “최대한 1위라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라며 “동생들에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경과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라며 언니로서의 역할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libero@thespike.co.kr

사진=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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