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코트의 Tattoo’ 힘이 되는 한 문장, 영원히 새기다
- 매거진 / 서영욱 / 2019-01-23 07:14:00
자신의 몸에 무엇을 새긴다. 스포츠세계에선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야구(MLB) 중계방송을 통해 타투가 보편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한국은 조금 다르다. 프로배구팀의 경우 한 팀에 한두 명 정도 있을까말까 할 정도다. 흔하지 않아서 더욱 궁금한 타투, 그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레터링 타투를 새긴 선수들에게 직접 물었다. 무엇을, 왜 새겼는가?
가족은 나의 힘!
선수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 바로 가족이다. 레터링 역시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선수들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첫 번째 팬인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몸에 새겼다.
삼성화재 박철우
박철우는 아예 가족의 이름을 몸에 새겼다. 아내 신혜인 씨와 두 딸 소율, 시하 양의 이름이다. 박철우의 활력소인 가족들은 늘 박철우의 경기장을 찾아와 열띤 응원으로 힘을 보탠다.
IBK기업은행 고예림
고예림의
배구 인생을 가장 오래 함께 한 사람, 바로 부모님이다. 코트 위의 고예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심장, 역시 부모님이다.
고예림은 이런 생각을 ‘My parents is the heart that keeps me alive’라는 문구로 왼팔에 새겼다.
흥국생명 공윤희
공윤희는
자신의 왼팔에 할머니의 성함 세 글자를 새겼다. 어렸을 적부터 키워주신 할머니가 늘 옆에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랜 단체생활로 인해 가까이 지낼 수 없어 더 애틋한 할머니, 왼팔에 새겨진 할머니의 성함을 보며 힘을 얻는 공윤희다.
대한항공 김규민
이번 시즌 달라진 건 유니폼만이 아니었다. 왼쪽 팔뚝에 길게 ‘Born again still your son’이라는 문장이 새겨졌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아들로 태어나겠다니, 부모로서 이보다 더욱 기쁜 말도 없을 것이다.
KB손해보험 펠리페
펠리페는 특이하게 인도어로 타투를 새겼다.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펠리페가 처음 집을 떠나 프로 생활을 했을 때 새긴 타투로, 언제 어니서나 가족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위해 잘 보이는 곳에 새겼다고 한다.
나를 이끌어주는 한 문장
한 번 새기면 쉽게 지울 수 없는 것이 타투다. 어떤 그림을 새길지, 어떤 문구를 새길지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꼭 필요한, 가장 힘이 되는 문장을 고르고 골라 몸에 새김으로써 마음을 다잡곤 한다.
GS칼텍스 이소영
코트
위에서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는 이소영. 그의 싱그러운 미소와 어울리는 문장을 몸에 새겼다. 별처럼 밝게 빛나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Luce sicut stellae’이다. 코트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싶은 이소영의 염원을 담은 레터링이다.
삼성화재 송희채
송희채는
지난 7월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서 이미 레터링의 의미를 얘기한 적 있다. The mind control the
body. 컨디션이 괜찮은 날인데도 정신력이 흔들리면 결국 진다던 그는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라는 문장을 새겨 늘 잊지 않도록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백목화
‘Speak what you feel Do what you think Do not regret and be confident’
느끼는
대로 말하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후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부드러운 카리스마, 백목화와 딱 어울리는 문구다. 백목화는
이외에도 Soulmate YEMJ 라는 타투를 새겼다. 이는 백목화가 KT&G(현 KGC인삼공사) 시절 친한
동기(이연주, 장은비, 백목화, 최주희)들의 이니셜을 하나씩 따서 새긴 것이다.
삼성화재 박철우
박철우가
몸에 새긴 건 가족들의 이름뿐만이 아니다. 너의 몸이 너를 거부한다면, 너의 몸을 초월하라는 의미인 ‘If your nerve
deny you, go above your nerve’는 매 경기 포효하는 박철우와 딱 맞아떨어지는 레터링이다.
매일매일 새롭게! 힘이 나는 나만의 타투
무엇을 새기든, 어떻게 새기든 레터링 문구만큼이나 방식도 다양하다. 몇몇 선수들은 영원히 같은 자리에 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는 타투 대신 그날그날 자신에게 힘이 되는, 필요한 단어나 구절을 유성매직으로 써넣는다.
한국도로공사 정대영
한국도로공사
경기가 있는 날, 정대영은 여느 선수들처럼 경기를 앞두고 필요한 부위에 테이핑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손목에 감은 테이프
위에 그날그날 마음에 드는 성경 구절을 적는다. 지난 12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새긴 구절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18절(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였다. 그밖에도 잠언 16장 9절(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이사야 41장 10절(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등이 있다.
한국전력 최석기-공재학
시즌
개막부터 온갖 악재가 겹쳤던 한국전력이다. 그럴수록 한국전력 선수들은 더욱 똘똘 뭉쳐 힘을 모았다. 최석기는 ‘자신감’과 ‘넌 할
수 있어’를 양 손바닥에 썼고, 공재학은 ‘자신감’과 ‘즐기자’라는 문구를 썼다. 한국전력은 지난 18일 드디어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영어로만 하라는 법은 없죠!
바로티의 한글 타투
2013~2014시즌
OK저축은행을 통해 V-리그에 이름을 알린 바로티는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유니폼까지 입으며 한국 맞춤형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올랐다. 바로티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던 2016년 그는 자신의 왼팔에 한글로 ‘바로티’ 세 글자를 새기며 남다른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알레나도 따라한 한글 타투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는 말처럼, 알레나도 남자친구 바로티처럼 한글로 ‘알레나’ 세 글자를 새겼다. 비록 경기 중에는 유니폼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한국에 대한 알레나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트라이아웃에서 다시 한 번 KGC인삼공사의 선택을
받은 알레나는 “첫 타투인 만큼 의미 있는 단어를 새기고 싶었어요. 지금껏 프로 생활을 하면서 한 국가, 한 팀에서 여러 시즌을 뛴
건 한국이 처음이었죠. 그래서 심장과 가까운 위치에 한글로 제 이름을 새기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보일 듯 말 듯 파튜의 타투
파튜가 새긴 타투는 마치 숨겨놓은 듯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파튜는 각각 Trust god, Love god, Believe god라는 의미를 가진 기호를 손날에 새겨 넣었다.
승리를 위해!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타투 마케팅
10년도
더 지난 옛날, 지금보다 타투를 더 보기 힘들었던 시절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타투를 통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먼저 삼성화재가
2007~2008시즌 스티커 형식의 타투를 활용한 참신한 마케팅 방법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다음 시즌인
2008~2009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이 타투 마케팅을 이어받았다. 선수들의 캐릭터에 맞는 다양한 모양이 선수들의 몸을 장식했다.
당시 외국인 선수 앤더슨은 슈퍼맨 모양으로, ‘거미손’ 이선규(현 KB손해보험)은 거미 모양으로, ‘에이스’ 박철우(현
삼성화재)는 캐논(대포) 모양으로 치장했다.
배구는 내 인생, 배구공을 몸에 새긴 한유미
이번 시즌 배구공이 아닌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배구인생을 시작한 KBSN 한유미 해설위원. 코트 위에 있을 땐 보호대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 4월 그의 마지막 시상식에서 우아한 드레스와 함께 손목의 하트모양 배구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 이현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구단 제공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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