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꿈나무의 눈으로 보다 ① - 수도권에 집중된 프로배구, 팬들의 생각은?

매거진 / 서영욱 / 2019-01-21 0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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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케터, 스포츠 기자 등 스포츠 전문 인력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열정 넘치는 20대 대학생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프로배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더스파이크>를 펴내는 J&J 미디어는 청년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인사이드랩’과의 MOU를 통해 2018년 하반기 동안 대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스포츠 미디어’ 분야의 취재 노하우 및 기사 작성 교육을 함께 했습니다. 주제 선정부터 취재, 현장설문 등 그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전국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프로야구, 프로축구와 달리 프로배구는 대부분의 연고지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남자부는 7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여자부는 6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서울 및 경기권에 연고지를 두고 있다. 그나마 천안을 연고지로 쓰고 있는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지방구단들도 숙소와 훈련장은 수도권에 위치해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이고, 과연 배구팬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농구에 밀려 중소도시에 정착한 프로배구

구단들이 서울, 경기권에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국프로농구(KBL) 구단들의 선(先 )점유를 이유로 들 수 있다. 1997년 출범한 KBL 구단들은 서울 및 지방 대도시를 연고지로 삼았다. 이렇다보니 V-리그는 출범 당시 관중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고 스폰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위주로 정착했다.

같은 시기에 진행되는 경쟁 종목인 만큼, 같은 지역에 프로스포츠 구단이 두 개 이상 존재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저변이 넓고 시장이 크면 문제가 없지만,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국내 스포츠 현실을 생각해보면 불편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체육관 문제가 대표적인데, 농구와 같은 경기장을 사용할 경우에는 경기는 물론이고 훈련 시설 사용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농구가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배구는 틈새를 노렸다.

최근에는 구단들이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수도권 중소도시로 연고를 이전한다. 더 좋은 환경이란 무엇일까? 많은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과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수도권이라 해서 항상 경기장 시설도 좋고, 늘 인구도 많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의정부다. 의정부는 KB손해보험 스타즈의 연고지다. 2017년, KB손해보험은 구미에서 의정부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간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 북동부 지역은 프로스포츠 경기가 자주 열리지 않았던 도시였다. 의정부 체육관이 있어 경기장으로 사용할 순 있었지만, 당시 심하게 낙후되어 구단 관계자조차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교통 문제도 있었다. 경기 북동부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의정부시가 적극적이었다. 경기장 시설 문제부터 교통문제까지 개막에 맞춰 해결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평일과 주말경기를 위한 순환버스도 마련해 팬들의 편의도 도왔다. 이러한 적극성 덕분인지 선수단 반응도 꽤 좋은 편으로 알려졌다. 숙소가 수원에 있어 구미 홈경기를 위해 1박2일을 해야 했던 일정도 단축됐다.


지역밀착마케팅으로 탄생한 배구도시




지역밀착마케팅을 통해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배구팀으로 자리잡은 구단도 있다.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 나들목으로 나가면 ‘배구 특별시 천안’이란 문구를 볼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천안의 배구문화 활성화를 위해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는 단순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다른 구단과 달리 연고지에서 경기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약 280억 원을 들여 천안시에 복합 베이스캠프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Catle of Skywalkers)’를 지어 선수들과 팬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그 뿐만 아니라 이를 지역 배구 동호회나 고등학교 배구부에 개방하여 선수들과 직접 코트 위에서 뛰어볼 기회도 제공한다. 팬들은 구단과 선수들을 ‘우리 팀’, ‘우리 선수’라 느끼기 충분했다.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소통하고 정서를 나눌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안시 역시 현대캐피탈 구단을 위해 배려한 부분이 많다. 유관순체육관을 홈구장으로 같이 쓰던 여자프로농구(WKBL) 국민은행(현 KB스타즈)과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두 구단과 결별해 현대캐피탈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현재 현대캐피탈은 팬덤 형성에 성공하며 성적과 관중 유치 모두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사례는 한국형 스포츠마케팅의 좋은 교재로 남게 됐다.


V-리그와 한국프로야구

두 사례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점이 있다. 바로 프로스포츠 구단이 지역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구단의 금전적 투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KB손해보험의 선택이 최선책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사례를 보면 수도권으로의 연고지 이전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V-리그의 더 먼 미래를 위해선 현대캐피탈의 사례가 더 바람직하다. 물론 KB손해보험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배구가 저변을 더 넓히고 전국구 프로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프로스포츠 리그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팬이 리그 흥행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흘러간다면 프로배구는 수도권 팬들만 경험할 수 있는 리그가 될 것이다. 지방팬들은 놓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프로야구(KBO)는 2017년 누적관중 840만 명을 기록하며 프로농구(KBL)나 V-리그와는 비교불가 영역에 위치해있음을 보여줬다. 이 대기록의 기반은 바로 지역연고제에 있다.

KBO는 출범부터 지역 대항전으로 불릴 정도로 연고지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때문에 연고지 팬들은 각 팀에 대한 애정을 가졌고, 이는 리그 흥행에도 큰 역할을 했다. 처음 만난 이에게 출신지역을 묻고, 바로 응원하는 야구팀에 대해 대화하는 경우가 늘 정도로 야구는 대중의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연고지역 신인 선수의 선발권을 우선적으로 연고팀에게 주어 구단들의 적극적인 유소년 선수 발굴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 주요도시들로 연고지 기반을 확실히 다졌기에 가능했다. 배구에 있어 현재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준비가 되어 있나




물론 배구와 야구의 시장의 크기에서 비롯된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림이 V-리그에도 적용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지방의 대도시에도 이미 프로배구가 유행을 탈 수 있는 기회와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천안의 사례 외에도 광주와 대구의 경우, 각자 전라남도와 경상북도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이지만, 아직까지 겨울 스포츠 프로 구단이 없다. 특히 광주에는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실업팀, 생활체육 동호회, 교직원 배구팀 등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올 시즌 프로배구 개막에 앞서 열린 제천과 보령에서의 컵 대회 흥행 역시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프로배구 정착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불어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연고지 이전이 좀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라면, 단기적으로는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컵 대회 운영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배구 팬들에게 묻다

그렇다면 팬들의 생각은 어떨까. 팬들은 V-리그의 전국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 과정이 힘들고 더딜지라도 인내하고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음은 지난 10월 13일, 14일 각각 인천 계양체육관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배구 팬들을 상대로 한 현장 설문조사 결과다. 현 V-리그 연고지 제도에 대한 팬들의 의견과 자신의 연고지에 새로 생긴 프로스포츠팀, 현재 응원하고 있는 팀의 연고지 이전시 응원 의향에 대해 물었다.

1.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현 프로배구리그 연고지 제도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긍정적이다-78명 부정적이다-179명

2. 자신의 연고지에 새로운 프로스포츠팀이 생긴다면, 응원할 의향이 있습니까?
예-231명 아니오-60명

3. 현재 응원 중인 프로스포츠팀이 연고지를 옮긴다해도 계속 응원할 의향이 있습니까?
예-223명 아니오-34명


첫 번째 설문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배구 팬들이 현 V-리그 연고지 제도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대전 충무체육관 설문조사에서는 ‘긍정적이다’라고 답한 이가 18명이었던 반면,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이가 79명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설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많은 배구 팬들이 자신의 연고지에 자리를 잡을 프로스포츠 구단을 기다리고 있고, 현재 응원하는 팀이 연고지를 옮긴다 해도 꾸준히 응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배구 꿈나무들에게도 고른 기회를

현재 한국배구의 숙제 중 하나는 국가대표 경쟁력 향상이다. 이를 잘 알기에 프로, 아마추어 할 것없이 유망주 선수들의 발굴 및 육성에 힘써왔다.

다음은 전국적으로 중, 고등학교 배구부의 숫자이다. <표1 참조>



<표1> 아마추어 배구부 현황, 출처: 대한민국배구협회

중, 고등학교 배구부도 서울, 경기권에 가장 많다. 하지만 인구수 대비로 본다면, 부산과 충북 그리고 강원 지역도 만만치 않은 숫자다. 현재 V-리그는 프로야구와 같은 연고지 우선 지명 제도 대신, 전면 드래프트로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 선발 제도를 수정하여 지방 유망주들의 우선 지명권을 연고팀에게 주면, 구단들이 지방으로 연고지를 이전할 유인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방 유소년 선수 육성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구단들의 적극적인 연고지 유소년 선수 육성은 한국 배구에도 긍정적이다. 학생 배구부 창단이나 생활체육(9인제 배구)에 대한 지원으로 엘리트 체육뿐 아니라, 생활 체육으로의 배구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연고지와 함께 발전하는 배구의 미래


지금까지 V-리그 구단들이 출범시 수도권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연고지를 옮겨오는 이유를 알아보고 이에 대한 팬들의 의견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다. 구단들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팬들의 관심을 위해 수도권을 몰리고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지방에 팬들과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자 한다면, 구단들은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내려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구단들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현대캐피탈과 같이 연고지를 대표하는 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의 노력으로 구단이 자리를 잡고 그 지역에서 프로배구가 활성화된다면, 지역 경제 또한 활성화되어 윈윈(win-win) 구조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구단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등장할 많은 유망주들의 활약으로 저변이 나날이 넓어지는 한국 배구의 모습을 볼 날도 반드시 올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뒷받침된다면, 한국 배구도 겨울 스포츠 최강 자리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그가 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날을 우리 배구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글/ 함현재, 이동현, 강석진, 강채운, 권민석, 김경준, 김권희, 김근회, 김기범, 김민, 김석호, 김수환, 김진겸, 김진석, 노승우 박장하, 박주은, 배연빈, 이상용, 이상웅, 임창수, 장윤수, 전우인, 정원형, 황현수
사진/ 더스파이크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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