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을 바라보는 시선… 일시 반등 또는 도약 신호
- 여자프로배구 / 강효상 / 2019-01-06 01:50:00
윙 스파이커의 리베로화를 통해 시즌 첫 2연승
윙 스파이커 점유율 올려야 후반기 반격 가능
[더스파이크=강효상 기자] 꼴찌 현대건설이 달라졌다. 개막이후 1승16패에 머물다가 새해들어 2연승을 달리자 현대건설의 변신을 놀랍게 바라보는 눈이 많아졌다. 일시적 반등이란 시각과 함께 대약진 희망이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건설은 5일 대전 충무 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시즌 3승째(16패)를 수확했다. 인삼공사는 8연패 수렁에 빠지며 5승 13패에 머물렀다.
현대건설로선 한국도로공사 전 3-1로 승리에 이은 시즌 첫 2연승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현대건설의 전술 방향이 완전히 변모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외국인 선수 마야를 윙 스파이커로 기용함과 동시에 황연주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투입하면서 마야-황연주-양효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야가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소화하고 윙 스파이커 자리에는 고유민이 나서면서, 마야-양효진-정지윤이 삼각편대를 만들었다. 윙 스파이커를 수비에 집중시키면서 공격 점유율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대신 마야와 미들 블로커 두 명에게 공격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즌 첫 2연승이라는 성과는 이 전략은 상당히 주효한데서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중앙의 무게감은 늘어난 반면 속도감은 실종
속공↓ 오픈 공격↑, 오히려 낮아진 양효진의 공격 효율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플레이는 많은 배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190cm의 주전 미들 블로커 조합인 양효진과 김세영이 계속해서 빠른 속공을 몰아친 것이다. 그동안 개인 시간차라는 이름으로 중앙 오픈 공격을 주로 했던 양효진과 김세영이 정규리그 속공 부문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장신 세터와 미들 블로커의 속공 호흡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올 시즌 현대건설의 미들 블로커 활용법은 단순해졌다. 속공보다는 높은 공격에 대한 비중이 늘었다. 단적으로 양효진의 지표를 보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큰 공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부재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인 황연주의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인해 이단 공격을 많이 해야 했던 양효진의 올 시즌 오픈 공격 시도 횟수(305회)는 이미 지난 시즌 시도 횟수(164회)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속공 부문은 시즌 절반이 한참 지났음에도 지난 시즌 시도 횟수(277회)의 절반에 못 미치는 횟수(131회)를 기록 중이다. 공격 종합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도 공격 효율이 미세하게 떨어진 것이다.
세터의 경기 운영과 한정적인 옵션이 주 원인
현대건설이 단순하게 미들 블로커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주전 세터 이다영의 경기 운영과 관련이 있다. 올 시즌 현대건설은 리시브 최하위에 머물러있을 정도로 리시브가 상당히 흔들리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윙 스파이커들이 리베로처럼 수비에 집중하면서 리시브가 상당히 좋아졌다. 그런데도 이다영 세터는 속공보다 중앙 오픈 공격을 많이 올린다. 충분히 속공 플레이를 엮어갈 수 있음에도 오픈 패턴을 우선시 한다. 팀 전술이 중앙 활용이라면 속공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공격 효율적인 측면에서 더 낫다. 그래야 상대 블로커를 속일 수 있고, 중앙 오픈 공격의 효율성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미들 블로커들의 이동공격 옵션 부재를 들 수 있다. 현재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양효진과 정지윤은 시즌 이동공격 시도가 아예 없다. 속공과 오픈 공격이 패턴의 전부다. 이동공격을 할 수 있는 정시영과 정다운은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포짓 스파이커가 전위에 있다면 그나마 상대 블로커가 분산될 수 있지만, 전위에 공격수가 2명인 경우에는 상대 블로커들의 위치 선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이동공격이 없고 속공 시도는 줄다 보니, 측면 공격수와 함께 묶을 수 있는 시간차 공격도 나오기 어렵다. 지금은 분석도 덜 되어있고 전술 변화를 시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조로운 패턴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확실한 윙 옵션의 부재
2연승 기간 현대건설의 윙 스파이커 공격 점유율은 각각 8.92%(한국도로공사 전)와 10.95%(KGC인삼공사 전)이었다. 상당히 낮은 수치다. 물론 그 나머지 점유율을 중앙에서 잘 해결해주면서 승리를 챙기고는 있으나, 본격적으로 상위권 팀과 만나면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IBK기업은행이나 흥국생명처럼 강한 중앙을 가지고 있는 팀은 지금 현대건설의 전술을 정확하게 맞받아칠 수 있는 카운터 조합이다. 이들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하려면 윙 스파이커들의 공격을 지금보다는 더 살려가야 한다.
올 시즌 초반 현대건설의 부진에는 많은 요인과 악재가 함께 작용했다. 주축 선수들이 대표팀 일정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호흡이 흐트러졌고, 노련함을 기대하고 선발한 외국인 용병 베키는 극도의 부진 속에서 시즌 도중 짐을 쌌다. FA를 통해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세영의 공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전력 하락 요인이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요인을 꼽으라면 세터 이다영과 함께 국내 측면 공격수들의 부진을 들 수 있다. 황연주, 황민경, 김주향 등의 자원들이 꾸준하게 활약하지 못하면서 기나긴 연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대건설과 유사한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공백을 겪은 한국도로공사가 국내 공격수 박정아를 필두로 승점을 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윙 스파이커진 황민경의 공격력이 약진의 열쇠
지난 시즌 FA를 통해 현대건설에 합류하면서 수비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물론 알토란 같은 공격 득점을 올려줬던 황민경이 올 시즌에는 전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만해도 서브 6위, 리시브 4위에 오르면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팀 공격의 제3옵션이었지만 시즌 득점은 260점으로 17위였다. 황민경은 올 시즌에 여러 지표가 햐향세다. 서브 10위, 리시브는 9위로 떨어졌고, 시즌 득점은 84점(27위)에 그치고 있다. 디그에서 체면치레(세트당 4.17개, 8위)하고 있다.
특히 공격에 있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결장하기도 했던 황민경은 호쾌한 스파이크 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황민경의 공격 득점은 210득점(632개 시도)으로 33.23%의 성공률을 기록했고, 공격 효율도 24.05%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64득점(296개 시도)에 그치고 있고, 성공률(21.62%)과 효율(7.77%)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공격 감각이 좋지 않다. 5일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황민경의 공격 효율은 –25%였다.
현대건설의 국내 측면 공격수 제1옵션으로 나섰던 황연주가 최근 웜업존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황민경을 필두로 한 윙 스파이커들의 도약은 현대건설의 후반기 반등의 마지막 열쇠가 될 전망이다. 수비에서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만큼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점유율이 적은 만큼 본인에게 올라온 볼은 확실하게 득점으로 마무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10%의 공격이 확실하게 득점이 난다면, 다른 주 공격수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경기를 운영하는 세터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연 현대건설이 남은 과제를 해결하면서 후반기 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현대건설은 8일간의 휴식 이후 13일 수원에서 IBK기업은행과의 4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사진_문복주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