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이 만든 현대건설의 새해 첫 경기 승리
- 여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01-03 01:23:00
[더스파이크=수원/이광준 기자] 현대건설이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시즌 네 번째 대결에서 3-1(19-25, 25-22, 25-23, 25-17) 역전승을 거뒀다. 11연패를 끊은 뒤 다시 연패에 빠져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현대건설은 새해 첫 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이날 현대건설은 지난 12월 5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을 때와 비교해 훨씬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당시 KGC인삼공사는 외인 알레나가 부상으로 빠진 뒤 치르는 첫 경기로 제대로 경기운영을 하지 못했다.
'공격' 황연주 대신 '수비' 고유민 투입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이번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한 쪽 공격을 포기하고 리시브를 보강하는 방법을 택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전까지 황연주를 선발로 내세웠던 이도희 감독이었다. 황연주는 공격력만큼은 확실하지만 리시브와 수비 쪽에는 약점이 분명했다. 또 왼손잡이라는 점 때문에 코트 왼쪽에서 공격은 다소 약했다. 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황연주를 리시브에 가담한 뒤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하고, 마야를 왼쪽으로 보내는 복잡한 스위칭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 공격적인 투입은 성공하지 못했다. 황연주 쪽으로 집중된 서브를 그가 버텨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다른 리시버들도 함께 흔들렸다. 리시브가 흔들리니 자연스레 공격에서도 힘이 떨어졌다. 날개 공격력이 무뎌진 것과 함께 팀 장점인 중앙 양효진을 살리지 못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도희 감독은 황연주 대신 고유민을 선발로 내세워 수비 쪽에 힘을 더하는 선택을 했다. 황민경-고유민은 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리시브를 할 수 있는 조합이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두 선수가 팀 윙스파이커들 가운데 가장 높은 리시브 효율을 보인다(황민경 44.36%, 고유민 33.64%).
공격과 수비 둘 다 흔들릴 바에는 리시브라도 보강해 수비만큼은 가져가겠다는 이 감독의 계산이었다. 안정적인 리시브를 바탕으로 중앙 양효진을 살리는 세트 플레이를 적극 사용하고, 오픈 공격의 경우에는 마야에게 맡기는 식이었다.
이 감독의 계산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이날 고유민이 3득점, 황민경이 2득점으로 윙스파이커 둘의 득점은 5점뿐이었다. 공격득점만 따지면 각자 1점씩, 합쳐서 2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야가 33득점, 양효진이 25득점으로 높은 득점력을 발휘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이날 황민경은 리시브 점유율 41.67%, 고유민은 26.67%를 기록했다. 이날 팀 전체 리시브효율은 43.75%로 팀 시즌 기록(35.77%, 팀 리시브부분 6위)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고유민 투입은 수비 상황에서도 힘을 더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디그 96-87로 앞섰다. 황민경이 27개, 고유민이 17개 디그를 받았다. 상대 주포 박정아의 공격을 철저히 이겨낸 점이 돋보였다.
신인 정지윤, 감초 이상의 역할
여기에 양효진과 함께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맡은 신인 정지윤이 기대 이상 활약을 선보인 점도 플러스 요소다. 정지윤은 이날 블로킹 1개를 포함한 13득점, 공격성공률은 36.36%를 기록했다. 블로킹 득점 자체는 적었어도 유효블로킹을 10개나 만들었다. 이는 양 팀 선수들 중 가장 많다.
후위에서 힘을 내기 힘든 미들블로커 특성 상 양효진 한 명으로는 중앙 위주 공격 전략이 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지윤이 신인답지 않은 야무진 공격으로 활기를 더하자 현대건설은 도로공사와 중앙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도로공사 정대영-배유나 베테랑 미들블로커 라인은 여자부 여섯 개 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한다. 이날 두 선수는 팀 날개 공격수들이 부진한 가운데에도 정대영 16점, 배유나 9점으로 힘을 냈다. 그러나 현대건설 양효진-정지윤이 내뿜는 화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왼쪽 날개 공격을 포기하면서 리시브 효율을 높이고, 외인 마야와 중앙 공격수에게 득점을 맡기는 이 전략이 통하면서 현대건설은 한 차례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4라운드 시작과 함께 GS칼텍스, 흥국생명에게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했던 현대건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 셈이다.
이도희 감독은 “당분간 이 형태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순위싸움에서 많이 밀린 현대건설이지만 시즌은 많이 남았다. 이제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새해를 기분 좋게 연 현대건설의 다음 경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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