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V-리그] ‘3강을 잡아라’ 도로공사의 추격이 만든 미궁의 순위표

여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01-01 0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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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세 팀 모두 11승 5패, 근소한 승점 차이만


한국도로공사의 맹렬한 추격, 3강 구도 흔들까


GS칼텍스, 주축 선수 다수 부상으로 고비


외인 부상 KGC, 신인 대거 활용 '리빌딩'


최하위 현대건설, 11연패 이후 다시 5연패 수렁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2019년 새해가 밝았다. 2018~2019 도드람 V-리그도 4라운드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존 3강 구도에 4위 한국도로공사가 합류하면서 V-리그 여자부는 시간이 지나도 그 순위를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1월에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다. 긴 일정을 달려오느라 지친 각 팀들은 이를 학수고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6일 경기를 끝으로 V-리그 여자부는 4라운드 일정을 마친다. 이후 24일부터 5라운드 일정이 재개된다. 그 전까지 앞으로 약 2주 가량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 각 팀들은 어떤 성적표를 얻게 될까.



멀어질 것만 같았던 4위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상위 세 팀을 따라붙으며 복잡한 순위표를 더욱 미궁으로 밀어 넣었다. 단순히 승점 차만 좁힌 것이 아니다. 최근 경기력이나 기세를 볼 때 한국도로공사는 충분히 상위권 팀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치열한 순위다툼은 당사자들에겐 고통이지만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여자부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연이어 경기가 열렸다. 이에 지난 12월 22일부터 시작해 30일까지 진행된 경기들을 한 번에 종합했다.


(모든 기록은 12월 31일 기준)



1위 흥국생명 (승점 34, 11승 5패)



12월 24일
vs KGC인삼공사 3-0 승리
12월 30일
vs 현대건설 3-0 승리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11승 5패. 그 중에서 흥국생명이 승점 관리에서 앞서며 1위 자리에 올랐다(시즌 5세트 승부 : 흥국생명 1승 2패/IBK기업은행 3승 2패/GS칼텍스 3승 1패). 여전히 2, 3위 팀들과 간격이 크지 않지만 최근 분위기나 경기력으로 볼 때 선두 자리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이 흥국생명이다(흥국생명 최근 4연승).



여전히 건재한 이재영-톰시아 좌우 펀치, 여기에 신인 이주아가 서서히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김세영-이주아 중앙라인까지 위력을 발하고 있다. 이주아는 단순히 높이 뿐 아니라 중앙 이동공격이라는 공격코스 하나가 늘어난 효과도 가져온다. 김세영에게 부족한 속공능력을 대각에서 채워주는 훌륭한 새 카드다.



신인드래프트 현장에서부터 ‘이동공격’에 자신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던 이주아다. 그 자신감답게 어느덧 이동공격 3위(성공률 48.65%)까지 뛰어올랐다. 단 7차례 시도밖에 없는 1위 정시영(현대건설, 57.14%)을 제외하면 2위 배유나(50%), 4위 정대영(이상 한국도로공사, 44.44%) 베테랑 언니들과 탑3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두꺼운 선수층은 흥국생명을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다. 미들블로커에 김나희 김채연, 윙스파이커 신연경 공윤희, 세터 김다솔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는 흥국생명이다. 특히 지난 30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는 윙스파이커 김미연이 수비에서 흔들리자 1세트부터 과감히 신연경을 투입해 효과를 봤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무릎이 좋지 않은 신연경은 지금처럼 관리를 잘 해 팀이 흔들릴 경우 투입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올 시즌 다소 기복이 보였던 김미연이 불안할 때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생명은 시즌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갈수록 팀 전력이 탄탄해지고 있다. 최근 몇 경기에서 세트가 다소 흔들렸던 조송화만 안정을 찾는다면 그야말로 더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런 흥국생명 앞에 중요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2일 GS칼텍스, 6일 IBK기업은행, 9일 한국도로공사, 상위권 팀들과 연속으로 일전을 치른다. 박미희 감독은 “이 일정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일정에 올 시즌 전체 그림이 달렸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2위 IBK기업은행 (승점 32, 11승 5패)



12월 22일
vs 현대건설 3-1 승리
12월 25일
vs 한국도로공사 3-0 승리



IBK기업은행은 지난 19일 경기를 포함해 25일까지, 일주일 만에 세 경기나 치르면서 힘든 일정을 보냈다. 특히나 19일 상대였던 한국도로공사와 25일 다시 만나는 일정이어서 더욱 중요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선두권을 맹추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2승 1패를 거뒀다. 19일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는 1-3으로 패했지만 재대결인 25일 경기는 3-0으로 완승했다. 4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IBK기업은행은 이후 일주일가량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IBK기업은행은 19일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패할 당시 좋지 않은 흐름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시작부터 리시브가 흔들렸고 심지어 외인 어나이마저 자기 템포를 찾지 못해 부진했다. 이날 어나이 공격성공률은 18.33%로 매우 낮았다. 그러자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경기 후반 김희진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돌리는 등 변화를 줬지만 결국 무너졌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이 패하는 경기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이다. 팀 리시브가 불안할 경우 중앙을 활용하는 패턴플레이가 사라지면서 어나이에게 공격부담이 집중된다. 김희진을 미들블로커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돌리면 공격력은 살아나지만 중앙 높이가 크게 낮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백목화-고예림-박상미가 리시브 라인을 구축하고 김희진이 중앙에서 버텨주는 것이 현재 IBK기업은행이 할 수 있는 베스트다. 이 포지션으로 중앙의 김희진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리시브가 기복 없이 버텨줘야 한다.



두드러진 백업이 없다는 점은 IBK기업은행에게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세터 염혜선을 제외하면 백업으로 활용할 만한 카드는 드물다. 패턴이 대부분 드러난 시점에서 이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더 커질 우려가 있다.


IBK기업은행은 일주일 휴식을 마치고 1일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이후 6일 흥국생명전이 기다리고 있다.



3위 GS칼텍스 (승점 31, 11승 5패)



12월 23일
vs 한국도로공사 1-3 패배
12월 26일
vs 현대건설 3-0 승리



시즌 초반 기세와 달리 다소 주춤한 GS칼텍스다. 여기에 리베로 나현정이 개인적인 문제로 팀을 떠나면서 잡음도 생겼다. 그럼에도 26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3-0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한숨 돌리는 데 성공했다.



나현정 문제를 제외하고도 팀 상황이 여의치 않은 GS칼텍스다. 시즌 초 팀 중앙을 든든히 지키던 미들블로커 문명화가 정강이 피로골절로 인해 빠져있다. 최소 2개월 진단을 받아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여기에 주포 역할을 해야 할 윙스파이커 강소휘가 무릎이 좋지 않은 관계로 최근 제 경기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26일 현대건설전에서도 1세트를 채 채우지 못하고 표승주와 교체됐다. 주장인 미들블로커 김유리마저 아킬레스건 상태가 좋지 않아 고민이 많은 GS칼텍스다.



다행히 GS칼텍스는 시즌 초 벌어둔 승점으로 순위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래서 한국도로공사가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한두 경기 밀려난다면 다시 추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모처럼 잡은 봄 배구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최대한 버텨야 한다.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강팀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소양이다. 올 시즌 GS칼텍스가 진짜 강팀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위기를 잘 헤쳐 나가야 한다.



26일 경기 이후 1월 2일까지 휴식을 얻은 GS칼텍스다. 2일 흥국생명과 경기 후에도 9일까지 약 7일간 여유가 있다. 아픈 선수들이 많은 GS칼텍스에게 이 일정은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4위 한국도로공사 (승점 29, 10승 7패)



12월 25일
vs IBK기업은행 0-3 패배
12월 29일
vs KGC인삼공사 3-0 승리



19일 IBK기업은행, 23일 GS칼텍스를 차례로 꺾으면서 상위권 팀들과 차이를 좁힌 한국도로공사다. 그러나 이틀 만에 치른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결국 체력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크리스마스 경기 패배가 아쉽긴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빡빡한 일정에서 나름 만족할 만한 성적을 얻었다. 이후 29일 KGC인삼공사에게 3-0으로 이기면서 패배 아쉬움을 털어냈다. 3위 GS칼텍스와 승점 차이도 단 2점에 불과하다. 물론 상위 세 팀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은 파튜&박정아 좌우 날개와 더불어 리그 미들블로커 듀오 중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배유나-정대영 라인이 굳건하다. 특히 배유나와 정대영은 두 선수 모두 재빠른 이동공격이 장점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팀 이동공격시도, 성공률 모두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성공률 45.94%, 시도 111회).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문정원-임명옥의 안정적인 리시브가 밑바탕에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팀 리시브 효율 46.73%로 1위에 올랐다. 탄탄한 리시브는 세터 이효희가 다양한 패턴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상 외인만 이바나에서 파튜로 바뀌었을 뿐,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그 때 모습을 서서히 되찾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다.



그런 한국도로공사에게 가장 큰 문제는 베테랑들 체력 관리다. 경기 중간 중간 백업 선수들을 내보내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지만 그 때마다 경기력이 아쉬웠다. 특히 미들블로커 정선아, 세터 이원정은 30대 후반인 정대영과 이효희를 돕기 위해서 하루빨리 코트에 오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세 경기가 남은 상태다. 2일 현대건설과 경기를 갖는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12일 GS칼텍스전을 마치면 다음 경기가 무려 30일에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포함해 2주가 넘는 긴 휴식이 기다린다.




5위 KGC인삼공사 (승점 16, 5승 11패)



12월 24일
vs 흥국생명 0-3 패배
12월 29일
vs 한국도로공사 0-3 패배



KGC인삼공사에게 지난 2018년 12월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한 달이었다. 외인 알레나 부상 이후 맞은 12월 여섯 경기를 모두 0-3으로 패했다. 시즌이 절반가량 남았지만 KGC인삼공사는 순위싸움에서 다소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KGC인삼공사는 신인들을 대거 내보내는 리빌딩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몇 경기 동안 라인업을 신인급 선수들로 채우면서 미래를 내다봤다.



올 시즌 전체 2순위로 팀에 합류한 미들블로커 박은진이 가장 눈에 띈다. 입단 초에는 기본기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특히 187cm 신장을 바탕으로 높은 타점에서 때리는 속공이 돋보였다. 박은진은 속공성공률 50%로 리그 전체 3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시즌 초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던 이예솔은 서브로 존재감을 한껏 뽐냈다. 29일, 팀 리시브 1위인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무려 4개 서브에이스를 올렸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시즌 초부터 이예솔을 ‘비밀병기’라고 하며 하루라도 빨리 부상에서 돌아오길 기대했는데, 그 이유를 알게 한 활약이었다. 이날 이예솔은 공격에서도 9득점, 성공률 30%로 좋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이재은을 대신해 주전세터로 나서고 있는 3년차 하효림도 큰 문제없는 경기운영을 선보인다. 184cm로 신장이 좋은 나현수도 간간히 투입돼 경험을 쌓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처참한 결과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다. 또 다른 장신 윙스파이커 고의정이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서남원 감독은 “알레나 선수 생활을 고려해 최대한 완벽한 상태일 때 복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당분간은, 혹은 알레나 복귀 이후에도 지금처럼 여러 신인들이 코트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KGC인삼공사는 1일 IBK기업은행, 5일에는 현대건설과 경기를 가진다. 신인들의 당찬 플레이가 결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6위 현대건설 (승점 5, 1승 16패)



12월 22일
vs IBK기업은행 1-3 패배
12월 26일
vs GS칼텍스 0-3 패배
12월 30일
vs 흥국생명 0-3 패배



또 다시 연패가 길어지고 있는 현대건설이다. 지난 12월 5일 KGC인삼공사 상대로 승리한 이후 다시 5연패에 빠졌다. 연패 탈출 이후 분위기 반전을 하는 듯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 26일 GS칼텍스전과 30일 흥국생명전은 이전 11연패 때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리시브부터 시작해 세트, 공격 모두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팀 분위기 역시 그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가라앉았다.



지금과 한 달 전 연패 때와 다른 점이라면 바뀐 외인 마야가 적응기간을 거쳤다는 부분이다. 11월 중순 이후 팀에 합류한 마야는 9경기에서 204득점, 공격성공률은 40.59%를 기록하고 있다. 마야는 경기 당 22.7득점 꼴로 하고 있는데 이는 득점 2위 톰시아(흥국생명, 경기 당 22.69점)나 3위 박정아(한국도로공사, 경기 당 21.12%)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반부터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괜찮은 공격 옵션 하나를 얻었지만 결국 다른 것들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금만 강한 서브가 들어오면 속절없이 흔들리는 리시브, 그와 함께 안정감을 잃는 세터 이다영. 공격으로 이어지는 기본 과정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보니 낮고 빠른 연결보다는 하이볼 플레이가 자주 나온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전체공격 대비 오픈공격 시도 비중은 여섯 개 구단 중 가장 높다. 반면 퀵오픈 시도 비율은 가장 낮다.



(표: 6개 구단 총 공격에서 오픈시도 및 퀵오픈시도 비율)


이 이상으로 연패가 다시 한 번 장기화될 경우 팀 분위기는 지난 11연패 이상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 하루빨리 분위기를 수습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현대건설은 2일 한국도로공사전, 5일 KGC인삼공사전을 치른다. 5일 만나는 KGC인삼공사는 현대건설이 11연패를 끊었던 상대다. 좋은 기억이 있는 만큼 5일 경기만큼은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사진/ 더스파이크 DB(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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