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로 이름을 남기고픈 두 남자, 성균관대 임성진&강우석

매거진 / 이현지 / 2018-07-10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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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두 청년이 다가왔다. 큰 키에다 건장한 체구를 보니 인터뷰를 약속한 대학생 배구선수가 틀림없다.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아 얼굴을 보니 두 선수 모두 아이돌을 해도 모자람이 없는 외모를 갖고 있다. 왜 이미 두 선수가 SNS에서 그렇게 화제가 됐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비단 외모만 돋보이는 게 아니다. 그에 비례하는 배구 실력도 갖추고 있다. 지난 2017년, 남성고(강우석)와 제천산업고(임성진)를 대표해 고교 무대를 양분했던 두 선수는 대학 입학 이후에도 주전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들은 지난 7일 끝난 2018 ㈜동양환경배 전국대학배구해남대회에서 성균관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3년 이후 5년만에 성균관대가 품에 안은 귀한 우승컵이었다.



대한민국 남자 배구의 차세대 기둥이자 아직 대학 신입생의 풋풋함이 묻어있는 두 남자, 성균관대 강우석(19)과 임성진(19)을 <더스파이크>가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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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균관대 유니폼을 입은 임성진(좌)과 강우석(우)

대학 진학의 길, 후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배구는 다른 종목 대비 얼리 드래프트가 활발한 종목이다. 2017~2018시즌 V-리그 챔피언 대한항공의 정지석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로에 직행했고, 임성진의 고등학교 동기인 임동혁(대한항공) 역시 졸업 이후 프로 직행을 택했다. 얼리 엔트리와 대학 입학,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한 선택 사이에서 두 선수가 대학에 입학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선수이기 이전에 대학 신입생의 두 선수에게 물었다.


배구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프로 직행도 꽤 많은 편이에요. 고등학교 동기 중에도 프로로 직행한 선수가 있었는데, 대학행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임성진 저는 프로 직행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이미 대학 입학이 결정이 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고민이 크진 않았어요. 다만 나중에 ‘프로에 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은 해봤어요. 하지만 이미 결정된 것이었고, 대학을 잘 다니기로 했죠.



강우석 프로에 바로 간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프로에 자리를 잡지 못한다고 했을 때, 대학을 거치고 안 거치고의 차이가 커요. 그리고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죠. 대학 오면 조금 편해질 줄 알았는데(웃음).



대학생이 된다는 건 20살, 성인이 된다는 걸 의미하는데, 행동이나 주변 생활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것 같나요.



임성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숙소에서 생활하고, 운동을 하는 주된 생활 패턴은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수업을 빠지지 않고 듣는 걸 빼면 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학점이 부족하면 경기에 나서지 못하니까, 수업도 잘 듣고 과제까지 하면서 시즌을 치러야 하니 힘든 면은 있어요.



강우석 저도 별 차이는 못 느꼈어요.



앞서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대학에 왔을 때 기대했던 부분도 있었을 텐데요.



강우석 고등학교 때는 왠지 모르게 꽉 조여진 느낌이었죠. 대학에 오면 그런 느낌이 덜 하고 조금 더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막상 입학하고 지내다보니까 비슷하더라고요.



임성진 제가 다닌 고등학교(제천산업고)는 쉬는 날이 별로 없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외출하는 것 정도만 가능했어요. 대학에 오면 외박도 있으니까, 동기들이랑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 선수의 고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더스파이크> 5월호 ‘루키를 찾아서’ 코너를 장식한 게 임성진 선수의 후배인 정한용 선수였습니다. 정한용 선수가 인터뷰에서 선배들이 나간 티가 안 나게 하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런 후배의 마음가짐을 보며 뿌듯하셨을 듯합니다.



임성진 뿌듯하죠. 저랑 동기들이 나가고 나서도 잘 할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는 않은 모양이더라고요. 저 포함 4명 정도가 졸업했거든요. 그래도 아직 일정도 많이 남았으니까 잘 준비해서 치르리라 믿습니다. 후배들을 믿어요.



두 선수가 졸업한 이후에도 두 학교가 붙는 경우가 많아요. 바로 지난 태백산배 대회에서도 남성고가 제천산업고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 우승했어요.



강우석 제 학교 경기는 중계로 다 봤죠. 남성고는 남성고라 믿고(웃음), 후배들이 잘 해주더라고요.



이제 대학에 오고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 중인데,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임성진 앞서도 말했지만 저는 대학에 오면 더 편해질 줄 알았어요. 수업을 들어야하니 훈련도 좀 덜하잖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고등학교 때가 진짜 좋았어요. 대학 오면 생각 안 날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시절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후배들에게는 많이 즐기고 누리다가 왔으면 좋겠다고 해주고 싶어요. 그때는 이렇게 말해도 모르지만(웃음).



강우석 저도 성진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그 시절을 많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스승의 날이라 오늘 고등학교 코치님께 전화를 했었어요. 코치님이 대학가면 고등학교 생각 엄청 많이 하게 될 거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때는 몰랐어요. 그때가 더 편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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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나란히 앉아 자세를 취한 강우석과 임성진



라이벌에서 동료로’ 누구보다 든든한 친구



두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 숱하게 경기를 가지며 학교 간 라이벌 관계를 주도했다. 2017년만 놓고 보더라도 태백산배 결승에서 맞붙어 남성고가 승리했고 영광배에서는 제천산업고가 남성고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후 전국체전 결승에서도 만난 두 팀이었다. 이처럼 고등학생 때는 꼭 이겨야 하는 경쟁 상대였지만, 이제는 한 팀이 되어 대학 배구 평정을 위해 나선다.


고등학생 때는 경쟁 상대였다가 대학에서는 같이 뛰게 됐어요. 같이 뛰게 된다는 걸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임성진 같은 팀이 된다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같이 뛴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그냥 가끔씩 ‘함께 뛸 날이 올까’라는 생각만 해봤는데, 정말 같이 뛰게 돼서 정말 좋아요.



강우석 고등학생 때 경기에서 만날 때마다 ‘같은 팀으로 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대학에서 같이 뛰니까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더라고요. 듬직하다고 해야 하나?



강우석 선수의 말처럼 각 팀의 에이스였고, 눈에 띄는 선수였다보니 팀 동료가 된다고 했을 때 든든하셨을 것 같아요.



강우석 실력적으로도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도 의지가 많이 돼요. 저랑 성진이 둘 다 1학년이잖아요. 만약 1학년으로 저나 성진이 혼자 주전으로 뛰었으면 부담이 더 컸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함께 뛰니까 부담도 조금 덜 해요. 이런 점이 함께 뛰면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두 선수는 팀 동료로 만나기 전부터 워낙 많은 경기를 치렀잖아요. 그 시간들을 통해서 알게 된 서로의 장단점이 있다면?



임성진 우석이는 점프가 높아서 공격 타점이 좋아요. 공격적인 면은 우석이가 더 낫다고 봐요. 단점은… 가끔 멘탈이 흔들릴 때가 있다는 점?(웃음) 그래도 자주 그러지는 않아서 괜찮아요.



강우석 성진이는 기본기가 좋아서 저보다 리시브를 비롯한 수비가 더 좋아요. 저는 윙스파이커를 맡은 지 얼마 안 돼서 어색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성진이가 잘 메워줘서 공격에서 제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단점은, 굳이 뽑자면 블로킹?



그렇다면 자신이 이거는 확실히 낫다고 생각하는 걸 꼽는다면요.



강우석 저는 미들 블로커 출신이니까 블로킹이 좀 더 좋죠.



임성진 저는 서브를 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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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균관대 윙스파이커 강우석


부푼 기대, 목표는 무조건 우승



성균관대는 2017년, 리그 7위에 머물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하지만 2018년 대학 배구 개막을 앞두고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즉시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한 신입생이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에는 단연 두 선수의 존재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성균관대가 긴 부진을 떨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이 두 선수의 공이 컸다.


입학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걸로 알아요. 주변에서 기대하는 시선이 많이 느껴졌나요.



임성진 작년에 성균관대가 부진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신입생을 잘 받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면서 기대어린 시선이 많이 느껴졌죠. 감독님, 코치님도 “우리는 이제 다 갖췄으니, 조합만 잘 맞추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이겨내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압박도 되고요.


지금까지 각자의 실력을 100점 만점으로 표현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임성진 50점으로 할게요. 리그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강우석 40~50점? 이유는 같아요. 아직 리그 일정에서 강팀을 많이 안 만났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해요. 앞으로 강팀과 경기가 연달아 잡혀있어서 잘 헤쳐나가야죠.



그렇다면 앞으로의 일정을 이겨내기 위해 보완해야할 점은 뭘까요.



임성진 우리 팀이 괜찮을 때는 괜찮은데, 리시브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한 번에 크게 흔들려요. 기복도 조금 있고요. 이런 점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우석 저도 리시브가 1순위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는 정신적인 면만 잘 가다듬으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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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균관대 윙스파이커 임성진


#SNS #스타 #잘생긴 #배구선수



두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눈에 띄는 외모 역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임성진은 SNS 팔로우 수가 무려 20만을 넘기는 이른바 ‘SNS 스타’이다. 배구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 사이에 ‘SNS 스타’로서의 생활과 생각 역시 들어볼 수 있었다.



임성진 선수 SNS 팔로우 수가 굉장히 많아요. 의식이 많이 되죠.



임성진 처음에는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탔거든요.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SNS에서 인기를 얻다보니 처음에는 감당이 안됐죠. 주변에서 걱정도 했어요. 네가 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쪽으로 휘말릴까 걱정이라는 식으로요. 그 당시에 고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스스로 잘 조절할 수 있다. 그런 시선을 접어두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라고 했죠. 지금은 크게 신경 안 쓰고 있어요.



SNS상에서도 그렇고, 여러 매체에서도 ‘잘생긴 선수’로 자주 언급되는데, 본 적 있나요.



임성진 주변에서 알려주면 보긴 봐요. SNS에 올라오면 서로 언급도 해주고요. 하지만 역시 배구 선수니까 배구로 주목받고 싶어요.



강우석 아무래도 보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사진 올릴 때도 신경쓰이죠.



임성진 보는 사람이 많아지니 아무래도 그렇게 돼요. 예전에는 신경 안 쓰고 그냥 올렸는데, 지금은 함부로 못 올리겠더라고요. 이런 일은 있었어요. 농구부 조은후 선수가 제 ‘엽사(엽기 사진)’를 올리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맞대응했죠(웃음). 서로 올리다가 지금은 잠잠해졌어요.



SNS 스타가 말하는 사진 찍는 노하우가 있나요?



임성진 찍을 때 한 번에 엄청 찍어요. 그리고 그 중에서 잘 나온 걸 선별해서 올리는 거죠(웃음).



강우석 선수가 보기에는 어때요.



강우석 사진을 함부로 못 올리는 건 맞는 것 같아요. SNS 자체에 그렇게 신경쓰지는 않아요.



두 선수의 합류에 힘입어 성균관대 배구 관중이 늘었다는 말이 있어요. 특히 여성팬이 늘었다고 하던데요.



강우석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홈경기에 관중이 좀 많았던 것 같기는 해요. 아마 성진이를 보러 온 팬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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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균관대 체육관에서 나란히 선 임성진과 강우석

선수로의 최종 목표, 국가대표


사진을 찍을 때, 배구 외적인 이야기를 할 때 두 선수는 더없이 밝고 풋풋한 대학교 신입생이었다. 하지만 배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인터뷰 말미에 두 선수의 롤 모델과 배구관, 앞으로 목표에 대해 물었다.


배구 선수로서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임성진 프랑스 국가대표 윙스파이커인 에르빈 은가페(제니크 카잔) 선수요. 경기 영상을 많이 찾아봤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SNS 팔로우도 했는데, ‘맞팔’은 안 해주더라고요(웃음).



강우석 저는 신진식 감독님이요. 저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미들 블로커를 하다가 윙스파이커로 바꾼 것도 그렇고, 점프 타점이나 키도 비슷하고요(두 사람 모두 프로필 상 신장이 188cm다). 거기다 학교 선배이기도 하죠.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보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싶다는 생각이 들것 같은데요.



임성진 당연히 국가대표로 대회에 나가고 싶죠. 국제 대회는 기회도 많지 않고, 경험도 많이 되니까 꼭 나가보고 싶어요.



강우석 전 배구를 했을 때 목표가 국가대표였어요. 그 목표를 위해 지금까지 연습해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성진이와 다르게 유소년 대표에도 뽑힌 적이 없어서 의지가 더 커요. 선수가 아니더라도 꼭 한 번 얻고 싶은 자격이에요.



그렇다면 국가대표로 나가기 전에, 우선 지금 있는 대학 무대에서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임성진 고등학교 때도 매 경기가 중요했지만, 대학교는 그게 더 크게 느껴져요. 이런 환경 속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강우석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강우석’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배구 잘하는 선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대학 배구에서의 앞으로 목표와 각오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임성진 우선 남은 경기 다 이기고 싶어요.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에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강우석 운동선수라면 다 똑같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에요. 그리고 우리 팀 모든 선수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지막까지 치르면 좋겠어요.



임성진 아, 우승하고 나면 휴가도 많이 받고 싶어요(웃음).


글/서영욱 기자
사진/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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