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미가 가르친다! 현대건설 유소년 배구 교실
- 매거진 / 이현지 / 2018-06-23 01:26:00
지난 5월 19일 토요일, 현대건설이 ‘몸이 튼튼 키가 쑥쑥 배구교실’ 첫 수업을 시작했다. <더스파이크>는 배구교실이 진행되는 수원 수성고등학교 실내체육관을 찾아 강사가 된 한유미(36)를 만났다.
몸이 튼튼, 키가 쑥쑥! 수원 거주 초등학교 3~6학년 대상
현대건설은 연고지인 수원시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학년~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소년 배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손선미 총무는 “원래 1, 2학년도 포함하려 했는데, 수업 수준이 차이날 것 같아서 이번에는 3학년에서 6학년까지 수업만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어린이 대상으로 수업을 열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손 총무는 “이 같은 수업을 통해 유소년 영재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다. 재능이 있는 친구들을 미리 발견해 육성할 수 있다”라며 “현대건설 배구단 연고지인 수원의 배구문화 활성화 및 유소년 클럽 문화 정착이라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배구 생활체육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배구 팬도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총무는 “인지도가 높아지고 꾸준히 인기 있으면 계속 진행하려고 한다. 8월에는 장애인 배구 교실도 열 계획이다”라고 향후 계획도 밝혔다.
이번 교육은 총 11주간 과정으로 진행된다. 기본자세 훈련, 연결훈련, 미니 게임, 정식 배구 경기 연습에 이어 한국배구연맹 소속 심판에게 규칙 및 심판 시그널 등을 교육받을 수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 연습장 탐방 프로그램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난 2017~2018 V-리그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한유미가 메인 강사로 나섰다. 2011~2012 시즌에 삼성화재에서 뛴 박홍범 강사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전력에서 뛴 공태현 강사도 함께했다.
손 총무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남녀 성비가 딱 반반으로 맞춰졌다”라면서 “이번이 처음으로 진행하는 연고지 배구 교실인데, 이 수업을 위해 소프트볼도 구매했다”라고 설명했다. 수강생을 모집해보니 배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배구교실은 이를 감안해서 5주차까지는 소프트볼로 수업을 진행한 뒤 학생들이 공에 적응하면 경기용 배구공으로 바꿀 계획이다.
많이 뛰어놀고 재밌는 배구교실 지향
오전 10시가 되자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은 현대건설 배구단에서 준비한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서른 명의 아이들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수업 시작 전부터 스파이크 자세를 흉내 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메인 강사 한유미를 큰 박수로 맞이했다.
한유미 강사는 아이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수업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배구 교실이 ‘몸이 튼튼, 키가 쑥쑥 배구 교실’이기 때문에, 많이 뛰어놀고, 재밌는 배구를 할 예정입니다. 엘리트 체육처럼 기술을 전문적으로 많이 가르치기보다는 배구와 운동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수업하겠습니다.”
수업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한유미를 포함한 강사 세 명이 아이들의 자세를 한 명씩 꼼꼼하게 봐주며 스트레칭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몸이 풀리자 아픈 소리를 내면서도 성실하게 따라 했다. 코트를 몇 바퀴 뛴 후, 본격적인 배구 수업이 시작됐다. 아직 아이들이 배구공에 맞으면 아파할 수 있기에, 수업은 소프트볼과 작은 배구공으로 이루어졌다. 세 팀으로 나뉘어 각각 리시브, 토스, 공격 스텝을 배웠다. 손 모양, 자세 등 상세한 이론 설명 후 한 명씩 실습하는 기회를 반복해서 가졌다. “뒤로 빼지 말고, 팔 쫙 펴고 준비하고 있어야지!”, “셋에 뛰는 게 아니라, 넷에 뛰는 거야”, “손톱 말고, 시계 차는 부분에 공이 맞도록 해야 해” 등, 일대일로 상세하고 친절하게 자세를 교정해줬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반복할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이었다. 눈에 띄게 발전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서로 박수 쳐주고, 강사가 다른 아이를 지도할 때는 서로 자세를 봐주며 연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약간 아쉬울 때는 자진해서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하는 의욕 넘치는 모습이었다. 부모님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해서 지켜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학생이 한 시간 반 동안 돌아가며 리시브, 세트, 공격 스텝을 배운 후 수업이 마무리됐다. 마지막 스트레칭까지 마치고 한유미 강사는 “오늘 힘들었는데, 다음 주에는 더 힘들 거에요. 다들 잘 먹고, 잘 쉬고 다음 주에 봐요~”라는 말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수업에 참여한 석재호(10) 학생은 만족한 듯 소감을 말했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공격 스텝을 가장 잘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세트를 잘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다음 주에 더 배울 수 있겠죠.”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프로선수 출신 강사에 대해서도 매우 좋아했다. “한유미 선수를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신기했고, 좋았어요. 키도 엄청 크신 것 같아요. 나중에 배구를 잘 하게 되면 배구선수를 하고 싶기도 해요.”
한유미 메인 강사를 도와 학생들을 지도한 공태현 강사는 “지금 광주에서 공익 근무를 하고 있는데, 원래 친분이 있던 (한)유미 누나가 같이하자고 해서 가르치러 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힘들긴 했는데, 아이들이 의욕 넘치고 재미있어해서 나도 같이 재밌게 했다”라고 첫 수업 소감을 이야기했다. 박홍범 강사도 “재밌었다.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다. 엘리트만 가르치다가 일반인을 가르치니까 다른 면이 있었다. 엘리트는 선수로 키워야 하는데, 이 아이들에게는 배구 기술 자체보다는 운동이 즐겁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눈에 띄게 잘하는 친구들도 몇 명 있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고 메인 강사 한유미를 만나보았다. “너무 힘든 거구나…”라고 말하다가도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하고 사진 요청에 모두 응해주는 등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어쩌다 유소년 배구 수업 강사로 나서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현대건설에서 유소년 배구 교실을 연다는 얘기를 들은 이도희 감독님이 저보고 맡아서 가르쳐보라고 먼저 권유해 주셨다. 예전에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3주 정도 가르쳐 본 적 있고, 가끔 재능기부 차원에서 유소년을 가르쳐봤다. 그런데 아예 이렇게 맡아서 하는 건 처음이다”라고 밝힌 그는 “내가 메인 강사를 맡으니까 더 책임감이 생긴다. 현대건설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거니까 안이하게 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첫 수업임에도 능숙하게 아이들을 다룬 한유미. 그렇지만 힘든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솔직히 엘리트 수업이 아니라서 힘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엘리트 수업이 더 쉬운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유를 묻자, 오히려 기초라서 더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기본부터 가르치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려서 내용을 빨리 습득하지 못한다. 성인들에게 한번 말하면 될 것을 열 번은 말해야 조금 이해한다. 얘기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설명을 조금 더 쉽게 해야 해서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한유미는 공격 스텝을 잘 따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반복해서 시범을 보여 줬다. 아이들이 계속 이해를 못 해서 답답할 법도 한데, 티 내지 않고 계속 반복 설명하는 인내심을 보였다. “그래도 아이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이해하고, 곧잘 따라 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배구를 조금 했던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스텝을 가르치는데 금방 따라하더라. 누나나 형이 하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접한 친구들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V-리그 은퇴한 한유미 강사와 방송일로 현역때보다 더 바빠
한유미는 2017~2018 V-리그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은퇴한지 얼마 안 되잖아요”라는 기자의 말에 “하하. 두 달 됐네요”라고 답했다. 근황을 묻자, “굉장히 바빠서 정신없다. 현대건설 유소년 배구 교실, OK저축은행 유소년 배구 교실, 방송 중계까지 해야 한다.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일단 당장의 목표는 세 가지의 일을 소화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방송 중계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현재 이숙자, 장소연, 김사니 해설위원분들이 여자배구 해설을 잘 하고 계셔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하게 된 거라서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라며 부담감을 이야기한 한유미는 “그래도 포지션이 다르고 보는 관점이 다르니까 나는 나만의 특색으로 소신껏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한유미가 메인 강사로 나선 이번 현대건설 유소년 배구 교실. 현대건설 프런트, 실력 있는 강사들과 열정 넘치는 학생들이 모여 땀 흘리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유소년 선수 발굴, 배구 인기 증가에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 유소년 배구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이 배구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배구선수로 성장하지 않더라도, 어릴 때부터 운동을 접했기 때문에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생긴다. 구단은 배구 팬이 생겨 좋고, 아이들은 학교 수업 외에도 운동을 접할 수 있어 좋은 것이다. 이런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프로그램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글/홍유진 기자
사진/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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