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하길 잘했구나 싶어요! 신인왕 김채연의 숨길 수 없는 당당함
- 매거진 / 이현지 / 2018-05-28 13:22:00
해마다 많은 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두드리지만 모두가 선택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데뷔 시즌부터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아 팬들의 눈도장을 찍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김채연은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록 소속팀 흥국생명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김채연은 V-리그 2017~2018시즌 여자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V-리그가 비수기에 접어든 지금, 김채연은 ‘국가대표’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고 세계무대로 향했다.
블로킹 2득점, 떨렸던 첫 출전 기억
흥국생명은 1년 사이 극과 극을 오갔다. 2016~2017시즌 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아찔한 추락을 경험해야 했다. 올 시즌 6개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즌 전 품었던 기대감은 어느새 아쉬움과 실망감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 시련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올랐다. 신인 김채연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전체 5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그는 박미희 감독의 믿음 아래 중앙 한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기록만 봐도 속공 10위, 블로킹 10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2년차 미들블로커 가운데 순위표 10위권 안에 속한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김채연은 “저한테는 많은 기회가 주어져서 좋았지만 팀 성적은 아쉬운 부분이 커요”라고 말했다.
사실 스스로도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신인이기도 하고 어리다보니까 언니들 틈에서 잘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많았어요. 이렇게 경기에 많이 들어가게 될지는 정말 몰랐죠. 오히려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잘 적응했던 것 같아요.”
첫 출전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2017년 10월 25일 현대건설전이었다. 김채연은 2세트 19-23에서 조송화와 교체돼 코트를 밟았다. 그리고 데뷔전에서 블로킹 2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진짜 많이 떨렸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오자는 생각뿐이었죠”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경기에 투입되는 시간이 차츰 차츰 늘어갔다. 그리고 어느새 주전을 꿰찼다.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신인으로서 주전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가 무겁지는 않았을까. 그에게 부담감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채연은 주위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부담감이 엄청 컸어요. 과연 제가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코칭스태프들도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해라, 기죽지 마라’라고 얘기해줬어요. 그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견디기 힘들었던 연패의 슬픔
정작 그를 힘들게 했던 건 따로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대회 하나 나가면 끝인데 프로는 경기가 계속 있잖아요. 연속으로 계속 져본 적이 처음이라 많이 속상했어요. 더군다나 팀 분위기도 다운이 되다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는 “연패했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방에서 울기도 했어요”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룸메이트였던 황현정이 많은 위로가 됐다. “현정 언니가 제 얘기를 잘 들어줬어요. 그리고 제가 울 때면 ‘괜찮다고, 이런 때도 있다’고 얘기도 많이 해줬어요”라고 말했다.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언니들은 그에게 너무나 큰 산이었다. 적게는 한 살, 많게는 열여섯 살까지. “언니들하고 나이 차가 많이 나다보니까 무섭기도 했어요. 말 붙이기가 어려웠죠. 엄두가 안 났다고 할까요.”
그러나 김채연에게 힘이 되어 준 것 역시 언니들이었다. “지금은 언니들하고 너무 잘 지내요. (김)해란언니도 겉으로는 주장이고 고참이다 보니까 카리스마가 있지만 속은 여린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정말 잘 챙겨주세요.”
이어 김채연은 박미희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늘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감독님이 기죽지말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언니들 사이에서도 자신있게 하라고,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감독님 믿고 한 덕분에 저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생애 단 한 번의 영광을 거머쥐다
V-리그가 종반을 향해 달려갈수록 여자부 신인상 후보도 점차 압축되어갔다. 두 주인공은 바로 수원전산여고 동기생 김채연과 한수진이었다.
다른 신인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 이들은 생애 단 한번 밖에 허락되지 않은 신인상을 두고 경쟁을 이어갔다.
김채연에게 슬며시 기대는 없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네가 받을거야’라고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그런데 기대라기보다는 운동 할 때 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박기주 감독 이야기를 들려줬다. “감독님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3년 내내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신 게 있어요. 2010~2011시즌 표승주 언니가 신인상을 받고 나서 대가 끊겼다고 누가 신인상 또 타야하지 않겠냐면서요(웃음). 저랑 수진이가 같이 신인상 후보에 오르다보니까 저희도 좋았지만 감독님이 더 좋아하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리고 시상식이 열렸던 4월 3일. 대망의 신인상 수상자가 밝혀졌다. 김채연은 29표 중 무려 25표를 받으며 당당히 2017~2018시즌을 빛낸 샛별로 인정받았다. “상을 받는데 마음이 이상했어요. 시즌 중에 운동하던 것도 생각나고 여러 감정이 스쳐지나갔어요.”
이어 김채연은 “시상식이 생중계로 진행되는 터라 수상소감을 틀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버벅이지 않고 잘 말했어요. 올라가기 전에 어떤 식으로 말할지 생각만 했는데 그대로 말한 것 같아요”라며 환히 웃었다.
혹시나 그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 있지는 않을까. 이 자리를 빌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누군가의 이름을 꺼내었다. “제가 막내다보니 (조)송화 언니랑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신동인 코치님이 옆에서 같이 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제가 멘탈을 잘 잡을 수 있었어요.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정신이 없다보니까 코치님 이야기를 못했어요. 이 얘기는 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꼭이요!”
신인상도 신인상이지만 이날 김채연은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갖고 돌아왔다. 남자부 신인상을 거머쥔 이호건(한국전력)과 영화 라라랜드 OST에 맞춰 특별공연에 나섰던 것. 많은 사람들 앞에서 3일간 갈고 닦았던 탭댄스 솜씨를 선보였다. 그에게 춤 얘기를 하자 김채연은 그 때 생각이 났는지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춤이요? 처음 치어리더 언니들이 시범을 보여주고나서 저랑 호건오빠 둘 다 멘붕에 빠졌어요. 너무 어려워 보였어요. 저걸 우리가 출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도 3일만에 다 배웠어요. 무대에서 안 틀려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너무 긴장 한 탓에 동작이 뻣뻣했던 것 같은데….”
‘처음’을 묻다
시상식을 끝으로 김채연의 프로 데뷔 시즌도 막을 내렸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만큼 그의 ‘처음’이 궁금했다.
우선 첫 월급은 어떻게 썼을까. “월급을 받아도 다 엄마한테 가요. 저는 용돈 받아서 쓰고요. 그리고 대부분이 다 적금으로 들어가서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도 이번에 신인상 받으면서 상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엄마 생신 때 뭐라도 해드리려고요.”
달콤했을 첫 휴가는 어땠을까. “휴가 받기 전에 갑자기 시상식에서 춤을 추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일주일동안 일정을 싹 비워놨죠. 그런데 연락이 없더라고요(웃음). 이틀 동안은 정말 잠만 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헬스 끊었어요. 드레스를 입는다고 들어서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나머지 시간에는 친구랑 여행계획 짜고. 밤에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고 잘 쉬었어요. 3일 동안은 홍대로 출퇴근하기도 했고요. 춤추러요(웃음). 이번 휴가는 후회 없이 알차게 잘 보낸 것 같아요.”
다가오는 2018~2019시즌에는 선배가 된다. 2년차가 되는 그에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채연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와야 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이어 “프로는 아마추어 때와는 완전히 달라요. 우선은 훈련방식부터 다르죠. 그리고 팀이면서도 개인이잖아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몸관리, 자기관리를 잘해야 해요. 실력이 안 되면 언제 나갈지 모르는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었다. 김채연은 앞서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만큼 앞으로 제가 그만큼 더 보여드려야 한다”는 다짐도 했다. 그에게 지난 시즌을 치르며 보완하고 싶은 점을 물었다. “제가 수비나 이단연결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 부분을 더 보완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분위기를 전환해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자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바로 서브. “서브는 개인 득점이잖아요. 제가 하나라도 더 점수를 올려야 저희 팀도 분위기가 사는 만큼 서브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하면 상대편 언니들이 불편하게 받을까, 어떻게 해야 포인트가 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하고 때리고 있어요.”
참고로 김채연은 올 시즌 자신이 올린 109득점 가운데 17득점을 서브에이스로 따냈다.
엄마 따라 처음갔던 배구장, 지금은 엄마 생각하며 운동
초등학교 5학년 어느 여름, 엄마가 이모부가 출전하는 배구동호회 경기를 보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날이었다. 2층 관중석에 앉아있다 잠시 내려가 있는데 어떤 키 큰 선생님 한 분이 쫓아왔다. 무서운 마음에 도망을 갔다. 그런데 자꾸 불러 세웠다. 그러더니 키가 몇이냐고 물었다. “164~5cm”라고 대답한 후 얼른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2층까지 따라와 엄마한테 배구 시킬 생각 없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알고보니 그 선생님은 이모부의 후배였고 계속해서 배구선수를 권유했다. 배구를 좋아하는 이모도 옆에서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꼬드겼다.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김채연은 이모부 경기를 보러 갔다 배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자신 역시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고. 그러고는 “하길 잘한 것 같아요”라고 웃어 보였다.
처음 포지션 역시 미들블로커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팀에서 자신보다 큰 선수가 없었단다. “중학교까지 제가 제일 컸어요. 그래서 미들블로커 자리를 계속 맡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미들블로커는 미들블로커지만 제가 주로 공격을 많이 하다보니까 왼쪽 오른쪽 할 거 없이 볼을 때렸어요. 후위에 있으면 백어택도 했는걸요.”
그리고 지금까지 미들블로커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채연이다. 평생 경험해 볼 일이 없는 입장에서 미들블로커만의 매력이 문득 궁금해졌다. “블로킹을 잡았을 때 그 짜릿함이 있어요. 그런 느낌도 너무나 매력적이고요. 속공을 했을 때 상대방이 속아서 제 공격이 득점이 됐을 때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제가 미끼다보니까 속공을 떠서 원 블로킹이 됐을 때 뭔가 속였다싶은 거 있죠. 그런 것들이 매력인 것 같아요.”
혹시 해보고 싶은 포지션은 없을까. 그러자 “현실 가능성은 없지만 세터를 해보고 싶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상대방을 따돌린다고 해야 할까요? 머리를 써서 상대를 속이는 그런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요. 그리고 세터 손을 거쳐 하나의 공격이 완성되는 거잖아요. 공격수들이 때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해맑게 웃으며 답변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운동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배구를 하고 난 후 가장 많이 울었던 때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어요. 제가 원래 무릎하고 발목이 좋지 않은 편인데 운동을 많이 해서 무리가 왔었나 봐요. 너무 아픈 거예요. 울면서 운동 했어요. 그리고 청소년 대표팀에 갈 수 있었는데 아파서 못 갔어요. 그 때 이렇게 아픈데 배구를 계속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울었고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여기에 또 하나, 2016 전국체전 때였다. 평가전에서 승리하며 체전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수원전산여고. 하지만 체전을 앞두고 가졌던 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김채연은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다시 말해 체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는 말이기도 했다. 김채연은 당시를 떠올렸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는데 너무 슬펐어요. 팀원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갑자기 못 뛰게 된 거잖아요. 그래도 동료들이 잘 해줘서 저희가 은메달을 땄어요. 많은 사람들이 수원전산여고는 일찍 떨어질 거라고 했는데 잘 참고 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여러모로 고등학교 2학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반면 드래프트 때는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채연은 선발된 16명 가운데 다섯 번째로 이름이 불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해오면서 그만큼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부상도 있었고 힘든 적도 많았지만 결과가 좋게 나와서 뿌듯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배구하길 잘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제 나이에 이렇게 대우받으면서 돈을 벌기가 쉽지 않잖아요. 부모님한테 빨리 효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어요.”
그의 말 한 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지던 가족에 대한 마음. 그랬다. 그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 역시 엄마였다. “사실 엄마가 저를 일찍 낳으셔서 저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으세요. 어린 나이에 저를 키우시느라 못해 본 게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많으셨을 텐데. 그래서 저도 얼른 엄마한테 효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너무 힘들어 했을 때 엄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네가 정말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고요.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무너지면 여태껏 해온 것들이 너무 아깝지 않나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까지 버텼던 것 같아요.”
또래에 비해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남들보다 빨리 돈을 벌어 효도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학교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김채연도 “있죠”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같이 배구했던 8년 지기 친구들이 있어요. 단체 채팅방에 대학생활은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후회는 없지만 궁금은 하더라고요. 그런데 친구들 하는 말이 별 볼일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제가 낫다고(웃음). 그래서 저도 ‘그래?’하고 넘어갔죠.”
누군가의 롤모델을 꿈꾸며
지난 4월 12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2018 남녀 VNL 후보 엔트리를 발표했다. 그 안에 김채연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15일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집결했다.
“국가대표 엔트리에 들었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이 됐어요. 프로에서 잘한다는 선수들만 오는 곳이잖아요.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어요. 언니들을 보는데 긴장되기도 하고 떨리더라고요. 안그래도 선수촌에 입촌할 때 박미희 감독님께서 제가 기죽고 올까봐 많이 걱정하셨어요. 그래서 저한테 하신 말씀도 다른 것보다는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 와라, 자신 없게 하지 마라’였어요. 그런데 언니들이 다 너무 잘해주세요. 안 되는 게 있으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요. 그래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이 친해졌어요. 저는 제가 잘해서 들어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많이 배우고 간다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어요.”
대표팀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 다시 말하면 보고 배울 수 있는 것들 또한 많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는 “우선 (양)효진 언니한테는 블로킹 하는 걸 배우고 싶고 (김)수지 언니는 속공을 잘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보고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양효진과 김수지는 V-리그 미들블로커 가운데서도 최정상급이다. 양효진은 올 시즌까지 무려 9시즌 연속 블로킹의 여왕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남녀 최초 1,000블로킹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2017~2018시즌에는 다소 주춤한 면이 있지만 김수지 역시 대표팀 단골손님. 김채연은 “언니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충해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창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채연은 양효진에게 감동 받았던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제가 나름 블로킹을 잘한다는 얘기는 들었거든요. 그런데 시상식 때 옆자리에 앉아있던 효진언니가 ‘블로킹 할 때 손 모양이 예쁘다’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완전 감동 받았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미들블로커 포지션 외에도 김연경과 만남을 기다려온 그다. “연경 언니는 학교에서 두 번 봤었어요. 한 번은 감독님을 보러 왔고 또 한 번은 저희 학교로 대표팀 훈련을 하러 왔어요. 저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어요. 연경 언니랑 같이 운동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러워요. 그리고 언니가 얼마나 잘하실지 기대가 돼요.”
김채연에게 앞으로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어요”라고 입을 뗀 그는 “오래 뛰면서 인정받고 싶어요. 그리고 저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베스트 7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늘 겸손한 선수가 되겠노라 다짐했다. “언젠가 제가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고 해도 늘 열심히 하고 자만하지 않으며 겸손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채연은 한 시즌동안 자신들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를 전했다. “비록 이번 시즌은 밑바닥까지 떨어졌지만 다음 시즌에는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설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까 저희 많이 응원해주시고 관심 부탁드려요. 저도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글/ 정고은 기자
사진/ 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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