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와 함께 배우는 협동심·배려심, KOVO 유소년 팀 탐방 서울 명덕초

매거진 / 정고은 / 2018-04-19 20:27:00
  • 카카오톡 보내기


각자의 역할이 나눠져 있는 배구는 어느 누구 혼자 잘한다고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그 안에는 배려심과 협동심, 양보가 있어야 한다. 이순열 지도자가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런 부분. 배구를 통해 아이들이 인격적으로도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탓에 아직 차가운 바람이 코끝에 머물러 있던 3월 22일, 명덕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동구 고덕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명덕초는 올 해 처음으로 배구 교실과 인연을 맺었다. 장계분 교장은 “아이들 체육 활동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던 중 KOVO에서 유소년 배구 교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문적인 지도자가 함께 한다는 점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수업은 4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3교시에 진행된다. 여기에 방과 후 수업도 하고 있다. 장 교장은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아이들을 모집했는데 2배가 넘는 아이들이 지원했다. 그 열기에 깜짝 놀랐다”라고 미소 지었다.


180322HGW_명덕초_유소년_배구_특별활동19.jpg



오후 두 시에 예정된 방과 후 수업. 시계가 1시 55분여를 가리키자 텅 빈 체육관에 아이들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 모인 17명의 아이들은 조끼를 입고 준비를 마친 채 이순열 지도자를 바라봤다.



이날 주장은 숫자 2가 적힌 유니폼을 입은 여자아이. 그 친구의 인사와 함께 수업이 시작됐다. 제일 처음은 준비운동 시간. 두 줄로 나뉘어 선 아이들은 무릎을 시작으로 어깨, 목 등 차례로 스트레칭에 나섰다.


이어 팔벌려뛰기를 했다. 이순열 지도자는 아이들에게 미션을 줬다. 어떤 번호를 지정해주면 그 순간에는 구호를 붙이지 않는 것.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입에서 번호가 나오기 일쑤였다. 그렇게 여러 번의 팔벌려뛰기 끝에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이순열 지도자는 아이들에게 공 하나씩을 쥐어주었다. 사실 아이들이 제대로 배구공을 잡은 건 이번이 첫 시간. 이 지도자는 “그동안은 입학식에 이런 저런 일들로 수업을 잘 하지 못했다. 정규 시간에도 동영상 위주의 수업을 진행했다. 체육관에서 이렇게 제대로 된 수업을 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눈이 유난히 빛나보였다. 이순열 지도자는 우선 아이들이 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으면 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 공을 하늘 높이 던져 스스로 받도록 했다. 그리고 던질 때는 “얍” 받을 때는 “마이”를 외치게 했다.


이내 체육관은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로 뒤덮였다. 이어 뒤로 받기에 나섰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탓에 아이들은 볼을 놓치기 일쑤였다. 한 개라도 잡아내면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180322HGW_명덕초_유소년_배구_특별활동30.jpg아이들이 한참 공받기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이순열 지도자는 한 켠에서 풍선을 불었다. 과연 무엇을 할까 궁금하던 차에 이 지도자는 아이들을 한데 불러 모았다. 그리고 3개조로 나뉘어 둥글게 원을 만들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서로 맞잡은 손으로 풍선 떨어트리지 않고 이어서 튕기기. 발과 머리 대신 팔로만 받아야 했다. 이 지도자는 아이들의 협동심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저기서 “마이”가 터져 나왔다. 웃음 역시 끊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의지대로 풍선이 날아가지 않아 넘어지기도 했지만 또 다시 벌떡 일어나 수업에 집중하던 아이들이었다. 이에 이 지도자도 “발을 움직여라”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풍선 놀이로 아이들이 배구와 가까워질 무렵, 이제는 진짜 배구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 지도자를 가운데에 두고 아이들이 둥그렇게 섰다. 이번에 배울 것은 리시브 자세. 이 지도자는 다리부터 손 모양까지, 동작 하나하나를 잡아줬다. 제일 자세를 잘 잡은 아이는 앞에 나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등이 구부정한 학생이 보이자 이 지도자는 오리엉덩이를 강조, “등은 펴고 무릎만 굽혀라”라고 자세를 고쳐주기도 했다.


180322HGW_명덕초_유소년_배구_특별활동33.jpg자세에서 합격점을 받은 아이들은 개인 연습에 나섰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들 입에서 “아프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서로 팔목쪽을 바라보며 “파스 붙여야겠다”라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구공은 놓지 않았다. 아픈 것도 잠시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아직은 엉성하고 어색한 탓에 볼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일쑤였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이순열 지도자도 그런 아이들을 보며 “지금은 서툴러도 여름 대회 무렵에는 아마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나중에는 애들이 쉬는 시간도 아까워한다”라고 한마디 했다.



잠깐의 휴식 시간 끝에 아이들이 다시 체육관으로 모여들었다. 이번에는 파트너와 함께 했다. 공을 위로 던져 주고받기를 시작으로 뒤로 보내기, 스파이크로 때려서 전달하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열심히 주고받기를 마친 아이들. 이순열 지도자는 칼라콘 하나를 가지고 나타났다. 칼라콘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두 개 조로 나눈 그는 이날 배웠던 것을 다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180322HGW_명덕초_유소년_배구_특별활동44.jpg


첫 번째는 언더 자세. 이순열 지도자가 던져준 볼을 리시브 자세로 받는 것. 자세가 잘 잡히지 않는 아이들 틈에서 한 아이가 돋보였다. 2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던 학생이었다. 이순열 지도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이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더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이어 응용 동작에 나섰다. 이번에는 공을 머리 위로 받아내는 자세. 이 지도자는 아이들 몸에 동작이 익을 수 있게 한 명 한 명 자세를 잡아줬다. 틈틈이 “우선은 손가락 10개를 다 사용해라”, “이마 위에서 쭈욱 밀 듯이 보내라”라며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들이 있어 수업은 3시 35분여쯤 종료됐다. 아이들 모두가 체육관을 빠져나간 틈을 타 이순열 지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올 해 처음 배구교실을 진행하는 학교. 어려운 점은 없을까.


그러자 이 지도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나도 없다. 명덕초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재밌어 하고 선생님들 반응도 좋다.”
이어 “어떤 아이는 할아버지가 배구를 좋아하신다고, 손녀한테 배구를 하라고 하신다더라”라고 웃어보였다.



배구 수업을 하면서 이 지도자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어떤 점일까. 그는 인성을 이야기 했다. “요즘 아이들은 배려심, 협동심이 부족한 것 같다. 인성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쓰고 가르치려고 한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다른 친구들을 방해하는,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으면 따끔하게 지적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나 하나 때문에 남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도 운동으로 잡아주면 성격이 부드러워진다. 자기 내면의 무언가를 표출하지 못한 아이들이라 배구를 통해 땀을 흘리고 협동심, 배려심, 양보를 배우면 달라진다. 다른 학교를 보더라도 아이가 배구를 하면서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배구 저변을 확대한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우리가 할 일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내가 가르친 아이 한 명으로 인해 온 가족이 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관중몰이나 시청률에 이바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 아이가 배구선수가 되지 않아도 배구 팬이 될 수도 있고 나중에 취미 생활로 배구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저변확대가 되는 거라 생각한다. 뿌듯함을 느낀다.”



이 지도자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크지 않았다. 그저 배구 안에서 많은 것들을 얻어갔으면 하는 것. “배구를 처음 접하는 너희들이 선생님한테 많은 걸 얻어갔으면 좋겠다. 지금 배운 것들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배구를 할 때 그 단합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이순열 지도자의 말이다.



글/ 정고은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