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상’ 황연주가 쏘아올린 ‘5,000득점’ 대기록, 역사가 되다

여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7-12-06 0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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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황연주가 V-리그에 새 역사를 남겼다.


황연주가 속한 현대건설은 지난 5일 수원체육관에서 펼쳐진 IBK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2-3으로 패했다. 팀은 비록 패했지만 황연주는 V-리그 남녀 통산 5,0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5세트 막판 극적으로 달성했다.


이번 경기 전, 황연주는 기록 달성까지 10점을 남겨 둔 상황이었다. 4세트까지 9득점에 머물면서 기록 달성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5세트, 9-13으로 팀이 뒤진 상황에서 상대 메디를 잡아내는 블로킹 득점으로 대기록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황연주가 달성한 이 기록은 남자부와 여자부를 통틀어 최초로 나온 통산 기록이다. 또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때 그 격차가 커 더 대단한 기록으로 다가온다. 여자부 통산 득점 2위인 KGC인삼공사 한송이는 5일 기준 4,352점으로 황연주에 한참 뒤쳐진다. 남자부 1위인 삼성화재 박철우 기록 역시 4,315점으로 황연주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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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는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에서 그 첫 발을 내딛은 황연주는 꾸준한 활약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잡이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황연주가 걸어온 길이 늘 평탄하진 않았다.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하면서 다섯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공백기도 생겼다. 2012~2013, 2013~2014 시즌은 황연주 프로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이전처럼 높게 뛰지 못해도, 제 기량이 나오지 않아도 황연주는 코트 위에 올랐다.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꾸준함이 결국 남녀 통산 첫 5,0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었다.


기록 달성 뒤 황연주는 “다들 몇 주 전부터 너무 기대했다. 2주 전부터 난리가 났다. 그래서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최대한 빨리 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달성했다.”라고 그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 꼽은 기록 달성 비결 역시 ‘꾸준함’이었다. “꾸준함이 비결인 것 같다. 마치 개근상 같은 느낌이다. 그 때문에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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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록을 세운 뒤 황연주는 2011~2012 시즌 기록한 첫 3,000득점, 그리고 3년 뒤 2014~2015 시즌에 세운 첫 4,000득점 때와는 다른 감정을 취재진에 전했다.


“처음에는 기록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 천점을 기록하든 간에 다 비슷한 것이라고 여겼다. 단순히 오래 하면 채우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세운 이 기록이 계속 남아 훗날 선수들에게 목표가 되고 잣대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고 책임감이 생겼다. 눈물이 날 뻔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대로다. 황연주가 세운 이 기록은 긴 시간 주전 자리를 지켜야만 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록이다. 소속팀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역시 “(황연주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제 자리를 지켜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에 훨씬 의미 있는 기록”이라며 치켜세웠다.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꾸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찬호가 한 것으로 한 가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격언이다. 황연주는 그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꾸준함’으로 배구 계에 역사를 썼다.


아직 그 꾸준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황연주의 열정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6,000점도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던진 그의 말이 단순히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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