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이효희, 37세 언니의 녹슬지 않은 꿈
- 여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12-06 01:00: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도로공사 세터 이효희(37) 마음 속에는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는 배구 열정이 있다.
시즌 개막 후 3연패로 첫 단추가 불안했던 도로공사.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열을 가다듬으며 한 계단씩 순위를 높였다. 2라운드에 KGC인삼공사, GS칼텍스, IBK기업은행을 차례로 무너트린 도로공사는 3라운드 첫 경기 KGC인삼공사전에서도 승리하며 4연승을 달렸다. 어느덧 여자부 순위표 꼭대기에 자리했다(승점 23점, 7승 4패).
외국인 선수 이바나와 박정아가 막강한 쌍포를 구성했다. 미들블로커 배유나, 정대영이 날개 공격수 못지 않은 득점 지원에 나섰다. 2인 리시브 체제를 굳힌 문정원과 리베로 임명옥도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그런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중간에서 이 좋은 선수들을 하나로 잘 엮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바로 세터 이효희다.
프로원년인 2005년부터 KT&G(현 KGC인삼공사)에서 코트를 지킨 이효희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흥국생명에 몸담았다. 2009~2010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한 시즌을 쉰 뒤 2011~2012시즌 IBK기업은행으로 돌아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2014년부터 현재 소속 팀인 도로공사에 안착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올해 한국 나이로는 38세가 됐다. ‘노장’이라고 불리지만 기량만큼은 녹슬지 않았다. 그는 “항상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해요. 절대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아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쉬엄쉬엄 해선 안 되죠. 실전에서는 연습이라 생각하고 긴장감을 털어버려요”라고 전했다. 이를 듣던 팀 동생들 모두 “언니는 절대 열외가 없어요. 오히려 먼저 솔선수범해서 뛰고, 나머지 운동까지 다 함께해요”라며 입을 모았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베테랑으로서 노하우도 잔뜩 쌓였다. 경기 운영 비법을 묻자 “어머, 비밀이에요”라며 수줍게 웃던 이효희. “리시브가 제일 중요한데 명옥이와 정원이가 둘이 하면서도 굉장히 정확하게 상대 서브를 받아줘요. 제가 편하도록 공을 잘 보내주죠. 리시브가 되니 하고 싶은 대로 세트 플레이를 만들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상대 블로킹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라며 살짝 영업비밀을 공개했다.
이효희는 5일 기준 세트 부문에서 12,903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자부 최초로 세트 기준기록 2차기준인 13,000개를 눈앞에 뒀다. “세트는 개인기록으로만 볼 수 없어요. 공격수들이 제가 올린 공을 잘 처리해줘야 하는 거니까요. 저는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는데, 팀 동료들은 2만 개 달성할 때까지 같이 배구하자고 해요. 그런 말을 해줄 때가 제일 고맙죠”라며 싱긋 웃는 이효희다.
개인기록은 물론 시즌 초반 주춤했던 팀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선수 구성은 같아요. 갑자기 몇 경기 만에 실력이 확 좋아진 것도 아닌 듯 하고요. 근데 결정적으로 마음이 달라졌어요. 처음엔 다들 부담감도 있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커서 삐걱거렸어요. 한 번 고비를 넘기고 나니 서로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하다 보니 점점 더 잘 풀려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예요. 서브와 블로킹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대신 디그로 걷어 올린 공을 최대한 정교하게 공격수에게 연결해줘야 해요. 그럴 때 공격 성공률도 높아야 하고요. 아직은 연습 때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나아질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이효희는 이 곳, 도로공사에서 우승을 꿈꾼다. “이제 겨우 3라운드 시작했지만 1위 자리에서 내려가고 싶지 않아요. 최대한 버텨서 오래 머물도록 할 거예요”라며 각오를 밝혔다.
선두 수성에 나선 도로공사는 6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5연승에 도전한다. 우승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이효희. 그의 손끝에 팀 승리가 달려있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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