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HOW TO USE, 남자부 신인선수 활용법
- 매거진 / 이광준 / 2017-11-09 10:07:00
좀처럼 순위를 종잡을 수 없는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즌 초반 분위기 속에서 판을 흔들 변수가 찾아왔다.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신인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일곱 개 구단들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해 팀 빈자리를 채울까. 각 구단별로 합류한 선수들과 함께 그들의 ‘신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고졸, 대학 2~3학년 선수들은 '얼리'로 표기한다.)
포지션 표기
WS - 윙스파이커
OPP - 아포짓 스파이커
MB - 미들블로커
S - 세터
L - 리베로
(우리카드 한성정)
우리카드
‘파다르 도우미’가 나타났다
한성정 홍익대 197cm / WS 1R 1순위 (얼리)
이상욱 성균관대 183cm / L 3R 1순위
15%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우리카드 선택은 한성정이었다.
홍익대 재학중 프로무대에 뛰어든 한성정은 2017 대학배구리그에서 득점 6위(184점), 공격 4위(성공률 53.82%), 리시브와 디그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그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공수 다 갖춘 윙스파이커’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일찌감치 1순위로 거론되어 왔다. 그는 당장 프로 무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우리카드는 개막직전만 해도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즌 초반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날개 공격수에 있다. 국내선수 공격진이 제 활약을 선보이지 못한 탓이 크다. 최홍석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고 기대주 나경복은 허리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외인 파다르 도우미로 활약할 국내 공격수가 절실한 상태다. 한성정은 10월 27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펼쳤다. 한성정은 이날 8득점(공격 성공률 50%)을 올리며 팀 첫 승을 도왔다. 한성정은 1라운드 3경기에서 23득점을 기록했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한성정에 대해 “옥천고 시절일 때부터 눈여겨봤다. 197cm로 좋은 신장과 함께 가장 기본기가 안정된 선수다. 서브도 좋고 높이가 있어 모든 팀이 1순위로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이상욱은 팀 주전 리베로 정민수가 발목 부상이 있어 이미 몇 차례 코트 위에 발을 들인 바 있다. 그러나 아직 프로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다른 신인들이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이상욱은 기회를 잡았다. 보여줄 수 있을 때 보여줘야 한다. 하루빨리 프로 무대에 적응해 활약해야 한다.

(OK저축은행 차지환)
OK저축은행
높이 보강에 성공
차지환(인하대, 202cm, WS) 1R 2순위 (얼리)
손주형(경희대, 204cm, MB) 2R 6순위
문종혁(한양대, 195cm, WS OPP) 3R 2순위
조철희(조선대, 180cm, S) 4R 6순위
지난해 최하위 OK저축은행은 추첨에서 우리카드에 밀려 2순위 선택권을 가졌다. 인하대 주 공격수 차지환을 지명했다.
차지환은 202cm 장신 윙스파이커로 인하대가 2017 대학배구리그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는 데 앞장섰다. 차지환은 리그 득점 3위(230점), 공격 1위(성공률 59.66%)를 올린 대학리그 대표 윙스파이커다. 특히 그는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60%에 육박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단순히 많이 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정력 또한 갖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차지환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타점. 큰 신장을 활용한 높은 공격은 상대 블로킹을 무위로 만든다. 다만 수비력은 의문이다. 대학에서는 공격 하나만으로도 최고에 오를 수 있었지만 프로는 다르다.
차지환은 스스로 드래프트 장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다져 온 기본기가 있어 수비도 잘 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아래서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2라운드로 선택한 손주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4cm 장신 미들블로커 손주형은 대한항공에 합류한 엄윤식과 함께 경희대에서 막강한 블로킹을 자랑하던 선수다. 리그 블로킹 3위(세트 평균 0.838개)에 오른 손주형은 중앙이 약한 OK저축은행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다만 아직 근력과 체격이 프로에서 통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충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김세진 감독 또한 손주형에 대해 “아직 프로에서 뛸 수 있는 체격 조건은 아니다. 좀 더 확실히 몸을 만들어야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B손해보험 박광희)
KB손해보험
10년 세터 걱정 끝
최익제(남성고, 189cm, S) 1R 3순위 (얼리)
정수용(성균관대, 196.5cm, OPP WS) 2R 5순위
박광희(인하대, 186cm, WS, L) 3R 3순위
채영근(홍익대, 189cm, MB) - 수련
고교 최대 스타 가운데 하나, 남성고 최익제는 1라운드 3순위, KB손해보험 지명을 받았다. 최익제는 빠른 발, 팀을 이끄는 카리스마, 강력한 서브를 가져 대한민국 차세대 세터로 평가되는 신예 선수다. 이미 드래프트 전부터 여러 팀들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 최익제가 KB손해보험 선택을 받았다. 이번 선택으로 황택의-양준식에 이어 최익제까지 보유한 KB손해보험은 당분간 세터 걱정 없이 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최익제는 남성고 작은 공격수들을 활용하기 위해 중앙 후위, 속공 등을 자주 사용했다. 그의 플레이는 공격수들이 바깥쪽이 아닌 중앙 쪽으로 움직이게 해 상대 블로킹을 흔드는 스타일이다. 반면 황택의는 정 반대로 공격수들이 바깥쪽으로 움직이게 해 블로킹을 벌어지게 만든다. 이렇게 전혀 다른 배구를 펼치는 두 세터가 제 색깔을 발휘할 수 있다면 KB손해보험은 훨씬 더 까다로운 팀이 될 것이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황택의가 주전 세터로 팀을 잘 이끌고 있지만 시즌 내내 좋을 순 없다. 양준식과 함께 최익제가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수용은 성균관대 주포로 활약했던 공격수 자원이다. 그는 2017년 대학배구리그 득점 8위(172득점), 공격 3위(성공률 55.22%)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실력자다. 다만 아직 몸 상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전 투입은 조금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3라운드 박광희는 윙스파이커와 리베로를 오갈 수 있는 선수. 거기에 예리한 서브가지 갖춰 팀 내 황두연과 비슷한 모습이다. 리시브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는 KB손해보험에게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최익제와 박광희를 원 포인트 서버로 적극 기용하고 있다. 최익제의 강서브와 박광희의 플로터 서브는 올 시즌 ‘서브’라는 팀컬러를 갖춘 KB손해보험에게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삼성화재 김정호)
삼성화재
즉시전력감 세터, 든든해진 리시브라인
김형진(홍익대, 188cm, S) 1R 4순위
김정호(경희대, 188cm, WS) 2R 4순위 (얼리)
이현우(경희대, 175cm, L) 3R 4순위
장수웅(명지대, 194cm, WS) - 수련
남자부에서 가장 신인 선수 합류를 기다렸던 팀은 삼성화재가 아닐까. 삼성화재는 이번 드래프트 세터 자원 가운데 최대어로 꼽혔던 홍익대 김형진을 1라운드 4순위로 선택했다. 현재 삼성화재는 주전 세터였던 유광우가 우리카드로 떠나고 황동일-이민욱으로 시즌을 꾸려야 하는 상황.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아직 황동일, 이민욱 모두 풀 시즌을 주전으로 치러 본 경험이 없다. 김형진이 여기에 힘을 더해준다면 한결 수월하게 시즌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2017 시즌 홍익대는 대학리그에서 전승(11승)을 기록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 상대로 올라온 경희대를 두 경기 모두 3-0으로 누르고 완벽한 해를 보냈다. 그 중심에 김형진이 있다. 김형진은 능숙한 경기 운영,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이미 탁월한 능력을 검증한 선수. 다만 세터라는 포지션은 그 특성상 공격수와 호흡이 중요하다. 따라서 삼성화재 공격수와 호흡을 맞추려면 최소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형진이 대학 배구에서 보여준 모습과 신 감독의 적극적인 믿음이 있어 그가 꽤 이른 시간 코트 위에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신 감독은 김형진에 이어 김정호 역시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정호는 대학 무대에서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매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는 2017 대학배구리그 득점 9위(160점), 공격 5위(성공률 52.65%)를 기록했다. 수비 역시 가능한 선수라는 점 또한 장점이다. 리시브 리그 8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11경기에서 리시브 실패는 단 5회였다.
종종 원 포인트 서버로 얼굴을 비춘 김정호는 서브 하나만으로 많은 삼성화재 팬들을 사로잡았다. 1라운드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전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꽂히는 과감한 서브는 팀의 승기를 가져오는 데 효과적이었다. 서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화재(9일 기준 팀 서브 6위)에게 김정호 활약은 단비가 되고 있다.
(한국전력 김인혁)
한국전력
백업의 힘을 보여줘!
이호건(인하대, 188cm, S) 1R 5순위 (얼리)
김인혁(경남과기대, 192cm, WS) 2R 3순위 (얼리)
강승윤(인하대, 198cm, MB) 3R 5순위
구영신(중부대, 193cm, WS, MB) 4R 3순위
정태성(명지대, 183.7cm, L) - 수련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뽑은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은 가장 시급한 세터 보강에 1라운드 지명권을 사용했다. 그 주인공은 대학리그 강자 인하대 세터 이호건이다. 홍익대 김형진, 남성고 최익제와 더불어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받는 세터 3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주전 세터였던 강민웅이 부상으로 전력 이탈한 상황에서 이호건 합류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대학 리그에서 보여준 당찬 플레이를 프로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앞서 뽑힌 김형진, 최익제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 평가다.
김 감독은 이호건 선발에 대해 “세터 셋 중 한 명이라도 우리에게 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호건은 좋은 재능을 가졌다. 잘 가다듬는다면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 다만 대학 무대와 프로는 완전히 다르다. 훈련을 통해 한국전력 세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경남과기대를 이끈 에이스 김인혁은 2017 대학배구리그 득점 2위(231점)에 오른 선수다. 팀 공격 대부분을 담당한 만큼 공격에는 재능이 보인다. 다만 수비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대학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줘 수비 능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김인혁은 지난 5일, 우리카드와 홈경기에서 부상으로 빠진 서재덕 빈 자리를 채우며 6득점,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김철수 감독 믿음을 얻고 자주 얼굴을 비춘다면 서재덕-전광인 뒤를 이을 한국전력 윙스파이커가 될 자질을 갖췄다.

(대한항공 임동혁)
대한항공
공격에 날개를 달다
임동혁(제천산업고, 200.5cm, OPP) 1R 6순위 (얼리)
엄윤식(경희대, 197cm, MB) 2R 2순위
대한항공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제천산업고 임동혁을 1라운드로 지명했다. 임동혁은 고교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다. 그는 지난 8월, 바레인 리파에서 열린 ‘U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회 득점왕을 수상, 팀이 4위에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임동혁 공격력은 이미 어느 정도 증명된 상태다. 다만 프로 무대에서 오래 활약하려면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를 기용하는 팀이다. 이에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임동혁을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닌 윙스파이커로 키울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임동혁이 어느 포지션에서 뛸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은 대한항공이 변화를 꾀한다면 임동혁이 가장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미들블로커 엄윤식은 197cm 신장과 함께 높은 점프력을 갖췄다. 엄윤식 러닝 점프 기록은 90cm에 달한다. 이 탄력을 토대로 다른 미들블로커에게 높이에서 뒤지지 않는다. 탄력이 좋으니 자연히 속공 스피드도 빠르다.
현재 대한항공 미들블로커는 일곱 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한다. 신인 엄윤식을 제외하고도 무려 일곱 명이 있다. 그러나 다들 잔부상이 많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엄윤식이 경희대서 보여준 기량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아픈 형들을 대신해 뛸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캐피탈 홍민기)
현대캐피탈
값진 미래 얻었다
홍민기(한양대, 197cm, MB) 1R 7순위
박준혁(명지대, 205cm, MB) 2R 1순위 (얼리)
김지한(송림고, 193.7cm, WS) 2R 2순위 (얼리)
함형진(중부대, 189cm, WS) 2R 7순위
현대캐피탈은 드래프트에 앞서 트레이드를 통해 대한항공과 우리카드가 가진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 7순위, 2라운드 1, 2, 7순위 선발권을 행사했다. 1라운드에 선택된 홍민기는 탄탄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다. 그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고등학교 1학년, 꽤 늦은 시기에 배구를 시작했다. 고교 시절에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이력도 있다. 공격수 출신답게 강한 속공 능력을 가진 선수다. 블로킹 센스 또한 탁월해 한양대 재학 시절 팀을 지키는 든든한 한 축을 담당했다.
현대캐피탈은 홍민기를 시즌 초반 원 포인트 블로커로 활용하고 있다. 최민호 군 입대와 더불어 주전 미들블로커 신영석이 무릎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민기 합류는 팀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 시즌 중반부터는 지금보다 자주 얼굴을 내비칠 수 있다.
박준혁은 205cm라는 큰 신장을 가졌다. 다만 박준혁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농구를 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구로 전향한 케이스다. 시작이 늦은 탓에 기본기가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박준혁이 가진 신체 조건에 주목했다. 선천적인 조건은 좋은 편이니 남은 건 최 감독 육성에 달렸다.
김지한, 함형진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갖췄다. 고교 졸업생 김지한은 송림고 주포로 활약한 선수다. 날카로운 공격력과 더불어 수비 실력도 좋다. 최태웅 감독 아래서 잘 배운다면 ‘스타 윙스파이커’로 클 자질을 갖췄다. 중부대에서 살림꾼으로 통했던 함형진 역시 마찬가지. 작은 신장을 보완할 빠른 발, 잘배운 기본기를 갖췄다. 본인 장점을 키운다면 신장을 극복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DB, 구단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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