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래, 우리함께! 설레는 호흡 양효진 X 황민경
- 매거진 / 이광준 / 2017-09-28 06:05:00
일부러 물을 뿌리는 듯 강한 빗줄기가 내리치던 8월 24일.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 배구단 연습장을 찾았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촬영 준비를 하던 그 때, 흰색 상의와 청바지로 수수하게 멋을 낸 멋쟁이 주인공들이 찾아와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긴 국가대표 원정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두 선수, 현대건설 주장 양효진과 새로운 전입생 황민경이다.다른 환경에서 배구를 하다가 이젠 같은 팀이 되어 첫걸음을 뗀 양효진 황민경. 국가대표, 현대건설, 스타플레이어…. 이런 저런 공통점이 많은 것 같지만 속은 많이 달랐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자.
반대편 코트에서
서로를 바라보다
#1 똑똑한 동생 & 얄미운 언니
양효진은 스물아홉, 황민경은 스물여덟. 벌써 프로 생활만 십 년 가까이 해왔다. 그렇지만 함께 뛰어본 적이 없어 이전부터 잘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이번 국가대표가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코트 반대편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던 두 사람. 과연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Q. 두 분은 딱 1년 차이 나는 선후배 사이네요. 혹시 이전에 마주친 적이 있을까요?
양효진(이하 양) : 아니요, 고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마주치질 못했어요. 국가대표에서 한 팀으로 만나기 전엔 프로 무대에서 상대로 네트 너머 바라본 게 전부예요.
황민경(이하 황) : 사실 만날 일이 없었죠. (양)효진 언니는 현대건설에서 쭉 있었고 저는 여기저기 팀을 옮겨 다녔으니까요. 국가대표도 그래요. 이번에 합류하기 전까지 국가대표는 저한테 그저 ‘다른 세계’였으니까요(웃음),
양 이번 국가대표가 처음이었어요. FA계약으로 (황)민경이가 우리 팀에 오긴 했지만 그땐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고, 저는 곧바로 국가대표에 합류했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이가 국가대표에 합류하더라고요. 처음에 민경이가 대표팀에 왔을 땐 같은 팀 선수가 왔다기보다는 다른 팀에서 누가 왔다 싶은 느낌이었어요.
황 맞아요. 저도 ‘대표팀에 있는 언니’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 후로 가끔 팀에 대해 얘기하면서 둘이서 ‘아, 우리 같은 팀이지!’하고 깜짝 놀라곤 했죠.
Q. 그럼 가까워지기 전,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나요?
양 민경이는 정말 영리한 선수였어요. 기교가 뛰어나고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죠. 정말 ‘똑똑한 배구’를 하는 친구라고 느꼈어요. 아무래도 키가 작으니 본인 스스로 그런 부분을 연구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저 선수는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하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Q. 그 똑똑했던 선수가 경험을 쌓고 잘 하는 선수가 돼 팀원이 됐네요.
양 그런 셈이죠. 하하.
황 전 상대편 ‘양효진’이 정말 싫었어요. 서브도 정말 받기 어렵고 블로킹도 높아서 좀처럼 뚫기 어려웠거든요. 타점은 또 얼마나 높은지…. 이전에 몸담았던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선수들이 다 신장이 작으니 막기가 참 힘들었죠. 그래서 ‘아 저건(?) 막을 수 없다. 줄 건 주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양 아무래도 상대로 봤을 때 좋은 선수는 훌륭한 선수라고 볼 수 없겠죠?
황 그건 맞아요. 그땐 진짜 얄미웠다고요(웃음). 언니가 공격 때 그렇게 공을 세게 때리는 편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몸을 날려보면 이미 공은 떨어져 있더라고요.
양 민경이는 코트 위에서 와일드하고 파워풀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어요. 목소리도 크고…. 그래서 한 성깔 할 줄 알았는데 웬걸? 코트 밖에서 본 민경이는 정말 순하고 착했어요. 반전이었죠. 활발하고 밝은 성격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황 언니는 코트 안팎에서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아요. 조용조용히 자기 것에 충실한 사람이더라고요.
아직은 어색한 우리…
같은 팀 맞지?
#2 국가대표 에이스 & 신입 국가대표
7월 월드그랑프리, 8월 아시아선수권. 이번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통해 곧 있을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했다. 주축이었던 선수들이 대거 빠지고 새로운 얼굴들이 빈 자리를 채웠다. 그만큼 준비기간이 짧았던 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월드그랑프리 2그룹 준우승, 아시아선수권 3위라는 성적을 안고 고국에 돌아왔다.
양효진은 데뷔 이후 10년 동안 국가대표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대표팀의 얼굴. 그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에이스다. 이번 국가대표에서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코트 중앙을 단단히 지켰다. 국가 부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지킨 탓일까? 지난 8월 14일 아시아선수권 8강전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허리 부상으로 남들보다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반면 황민경은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번에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로 선발된 신입이다. 팀이 위기에 몰린 순간마다 등장해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이번 국가대표는 ‘황민경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난히 길었던 이번 국제대회 여정. 수확도 있었지만 논란도 많았던 그때를 두 선수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Q. 황민경 선수, 처음으로 국가대표에서 뛴 소감이 어땠나요?
황 성인 국가대표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전까지는 국가대표를 ‘다른 세상’처럼 생각했죠. 그 전까진 늘 밖에서만 바라봤으니까요. 그런데 쟁쟁한 선수들과 정작 한 팀으로 경기를 뛰어보니 재미있었어요. ‘아, 이 사람들이 내 편이라니!’하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듬직하고 믿음이 갔어요. 덕분에 제가 부담 없이 뛸 수 있어 편했어요.
양 민경이가 처음에는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했어요. 아마 처음 선발됐으니 감독이나 코치께서도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웜업존에서 응원을 엄청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 전에도 목소리가 큰 건 알았는데 실제로 들으니 어마 어마 했어요. 상대일 땐 그렇게 싫었는데, 같은 팀이니 진짜 괜찮더라고요(웃음).
황 목소리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양 경기가 거듭될수록 민경이가 점점 기회를 얻어 코트에 나왔어요. 보통 교체로 나오는 선수들은 소심하게 경기에 임해 제 실력을 못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민경이는 달랐어요. 당차게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냈죠.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줬어요.
황 동료를 믿고 마음 놓고 뛸 수 있어 그랬을 거예요. ‘난 분위기 잠깐 바꾸는 작은 역할이다. 여기서 실수하면 나갔다 또 들어오면 돼!’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임했더니 결과가 좋더라고요. 억지로 뭔가 하려고 했으면 더 안 풀렸을 거예요.
양 작은 역할로 빛을 낸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은 그 순간 무언가 보여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우리 국가대표 포지션 가운데 민경이가 뛴 자리가 가장 힘든 자리예요. 그런데 그런 대담한 마음가짐으로 멋지게 해냈다는 사실에 감탄했어요.
황 (칭찬에 부끄러워하며) 그래도 언니 활약을 따라갈 순 없죠. 언니는 매 경기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다 해줬어요.
양 국가대표를 10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사실 올해가 가장 힘들었어요. 대회 스케줄도 그랬고 이동거리도 길었으니까요. 그래도 국가대표에 다녀올 때마다 세계 강호들과 격차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껴요.
Q. 이번에 일정 문제와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가 불거졌었는데요.
양 네. 이미 협회가 많은 질타를 받은 상태인데, 제가 부상을 당하면서 기름을 들이부은 느낌이에요. 부상으로 뛰지 못해 대표 선수단과 협회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어쨌든 선수와 협회는 목표가 같아요.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거죠. 서로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빨리 이 분위기가 수습돼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황 오랜 일정으로 몸 여기저기가 쑤셨어요. 그렇지만 국가대표 자리는 언제나 영광이라고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뛰었어요. 앞으로 있을 대회(9월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도 기쁜 마음으로 다녀올게요.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갈 생각입니다!
Q. 제도적으로 보완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양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하나 말하자면 육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으면 해요. 태국이나 일본과 같은 아시아권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다음 세대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림픽에도 계속 나갈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그래도 이번 국가대표는 나름 성과를 거뒀어요.
양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시기였으니까요. 남아있는 언니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준 게 컸어요. 그 속에서 생긴 ‘끈끈함’이 이번 국가대표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력 외적으로 이런 호흡 부분을 절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황 맞는 말이에요. 이번에 갔던 대표팀은 정말 한 팀 같았어요. 소속팀에서와는 달리 대충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었어요. 다들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렇지만 큰 경기에서 졌던 게 많이 아쉬워요. 그랑프리 결승, 아시아선수권 4강에서 너무 쉽게 무너졌어요. 그 전까지 잘하다가 말이죠. 잘했던 경기보다 놓친 경기들이 더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이제 막 모여서 호흡을 맞춘 팀 치고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우리 팀에 온 걸
환영해!
#3 터줏대감 주장 & 어색한 새내기
지난 2016~2017시즌 현대건설은 4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매 시즌 강 팀으로 분류되며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이었던 그들의 탈락은 팬들에게도, 선수단에게도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런 결과는 팀에 변화를 가져왔다. 전임 감독이었던 양철호 감독이 물러나고 새로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단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현대건설은 FA시장으로 나온 황민경을 데려오며 팀 전력에 안정을 꾀했다. 또 팀에서 9년 동안 활약했던 세터 염혜선을 IBK기업은행에 보내고 이다영을 주전 세터로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2년 동안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에밀리 하통과 작별하고 새 외국인선수 다니엘라 엘리자베스 캠벨(등록명 엘리자베스)이 합류한 것도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Q. 팀이 지난 시즌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양 시즌마다 변화는 항상 있었어요. 그 때마다 늘 분위기 좋다고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좋아요(웃음). 이 기세 그대로 쭉 가서 지난 시즌 아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팀에서 민경이가 맡은 자리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 자리 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펼칠 때 우리 팀 성적이 좋았거든요. 아, 절대 부담 주는 건 아니야!
황 대표팀보다 더 부담되는데…. 어쨌든 저를 빼고 나머지 멤버만 봐도 현대건설은 우승 후보잖아요. 워낙 좋은 구성원을 가진 팀이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잘 녹아 들어 좋은 성적 낼 수 있으면 합니다.
Q. ‘우리 팀’은 어떤 팀인지 주장께서 설명해주시죠!
양 국가대표 외에 다른 팀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는 연습량이 굉장히 많아요. 전 여기서 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도 하는 줄 알았는데 국가대표 가보니 아니더라고요. 꽤나 힘들 거야 민경아(웃음). 그렇지만 구단 사무국, 팀 문화, 시설 등이 잘 마련된 팀이에요. 배구 외에 다른 일로 스트레스 받지 않아 좋죠. 전 이 팀이 너무 좋아서 오래 남아있는 거니까요. 민경이도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황 잘 하면 오래 있을 수 있겠죠? 아직 오래 있진 않았지만 현대건설은 참 밝은 팀인 것 같아요. 코치 감독과 서로 소통하면서 운동에 매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언니 동생들과도 잘 지내고 편안한 분위기예요. 배구 외에 개인적인 일에도 간섭이 거의 없어요. 대신 제가 알아서 운동하고 챙겨야겠더라고요.
양 지금까지 있던 팀이랑 다른 점이 뭐야?
황 (당황하며) 뭘 말해야 하지? 밥이 맛있다고 해야 하나…(웃음). 절대 다른 팀 밥이 맛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양 민경이는 여러모로 우리 현대건설에 잘 맞는 선수예요. 지난 시즌에는 현대건설이 즐겁고 활기찬 배구를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민경이가 있으면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목소리도 크고 파이팅이 넘치잖아요. 코트 위에서 활기를 불어넣어줄 거라 생각해요. 착실하고 끈기 있는 부분도 긍정적이죠. 어딜 가도 알아서 잘 할 선수니까 여기서도 잘할 거라 믿습니다. 부담 주는 거 절대 아니야!
황 …. 어쨌든 지난 시즌 제가 본 현대건설은 말한 대로 좀 조용한 팀이었어요. 제가 왔으니 그 부분만큼은 고치고 싶어요. 더 밝게, 활기차게 소리치고 응원할거예요. 언니, 같이 해줄거죠?
양 내가 성격 상 먼저 못 나서서 그렇지 누가 할 때 맞춰주는 건 잘해. 당연히 해줘야지.
황 아직 훈련에 많이 참가하진 못해 팀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어요. 빨리 여기에 적응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격 비중은 지난 팀들에 비해 줄어들지 않을까요?
양 모르지 또(웃음).
Q. 그렇다면 다음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는 어떨까요?
양 2년 동안 신기하게도 시즌 초반에 강했다가 후반에 무너지는 모습이 나왔어요. 이건 올해부터는 꼭 바꿔야 할 부분이죠. 팀에 다양한 변화가 있었던 만큼 이것도 꼭 고치고 싶어요.
황 기복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대가 현대건설을 만났을 때 껄끄럽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Q.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겠죠?
황 그럼요. 개인적으로는 전 경기를 다 뛰는 것이 목표입니다. 꼭 어디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려서 몇 경기 못 뛰곤 했어요. 이번에는 그러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감독께서 ‘플레이오프만 가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차근차근 가벼운 마음으로 한 단계씩 올라가면 더 잘 될 것이라 믿어요.
양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양효진은 8년 연속 블로킹 왕에 올랐다.) 팀이 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러면 모든 선수가 좋아질 테니까요. 팀 성적은 안 좋은데 내 성적만 좋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우승’을 위해 달려가겠습니다.
20대 후반,
그들의 배구 인생
#4
풋풋한 외모와는 달리 두 선수 모두 벌써 20대 후반이 됐다. 운동선수들이 가장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나이임과 동시에 미래를 생각해야 할 나이다. 현대건설은 유독 선·후배 간 나이 차이가 큰 팀. 두 선수는 그 중간에서 선배와 후배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Q. 이제 두 선수 모두 이십대 후반이네요.
양 전 어릴 때부터 이 나이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땐 참 막막했거든요. 과연 내가 배구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가득 찼죠. 배울 건 왜 그렇게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뭐가 그리 많던지. 그래서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어요. 그 땐 ‘서른 되면 파티 해야지!’라고 생각했죠.
황 (놀란 듯)정말요? 전 완전 반대예요. 배구만 하다가 30대가 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요. 나이 먹는 게 너무 싫어요.(ㅠㅠ)
양 실제로 꿈에 그리던 나이에 다 왔어요. 그런데 아직도 배울 게 많아요. 다만 어릴 때 막연히 들었던 불안함, 막막함은 좀 줄어든 것 같아요. 뭐 걱정은 여전히 많지만요. 걱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고 달라질 뿐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파티는 서른 다섯에 하는 걸로 미뤘어요.
Q.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하고 싶으신가요?
양 저는 그렇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진 않아요. 어린 시절부터 너무 빡빡한 삶을 살아서 그런가 봐요. 1년 스케줄을 보면 365일 쉴 틈이 없으니까요. 개인적인 생활도 없고요. 그렇게 힘들지만 ‘배구’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게 두려웠어요. 이 일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갈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계속 배구를 할 거예요. 속으로 생각하는 목표치까지 이루는 것이 꿈입니다.
황 제가 이만큼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키도 작고 제 포지션에 잘 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요. 처음 목표로 잡았던 건 5년이었는데 그건 다 채웠네요. 앞으로 3~4년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또 다른 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이번 시즌입니다. 여기서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돼요. 아, 시즌 시작하면 한 살 더 먹으니까 그건 좀 마음 아프지만요.
Q. 인생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양 딱 하나예요. 행복하게 사는 것. 어머니께서도 ‘배구 못해도 되니 하루하루 행복해라’라고 늘 강조하세요. 어떤 날이라도 하루하루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인생이면 살 만 하지 않을까요?
황 음…. 저는 아직 인생 목표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선수로서 목표는 있어요. 누군가 ‘키 작아도 자기 할 일 잘하는 황민경이 내 롤 모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거죠. 열심히 하면 그런 선수가 될 거라 믿어요.
Q. 같은 팀에서 한 배를 타게 됐어요. 서로 한 마디씩 해줄까요?
양 민경아,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우리가 현대건설에서 딱 중간 나이잖아. 언니들과 동생들 사이에서 든든히 팀을 이끄는 허리가 되자. 내가 주장이잖아. 옆에서 잘 도와줘. 부탁할게(웃음).
황 언니, 그건 제가 할 말이죠. 새로 왔으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어느 부분에서든지 꼭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게요!
Q.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양 이번 시즌은 달라진 모습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팀에서 냈던 좋은 성적 소속팀에서도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황 올 시즌 새로 왔어요. 부디 경계하지 마시고 팬 여러분 예쁘게 봐주세요. 시즌 때 함께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양 예쁘게 안 보려고 해도 민경이 외모가 워낙 예쁘니까요. 팬들이 현대건설로 많이 넘어오겠죠?(웃음)
Episode
부상 이야기
양효진에게 부상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급성 요추 염좌’ 진단을 받은 양효진은 4주 동안 휴식과 재활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 그는 “다치는 순간은 일어나지 못해 당황했는데 다행히 트레이너들이 잘 관리해줘 많이 좋아졌다”라고 현 상태를 밝혔다. 걷는 데는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장시간 앉아있거나 급하게 무리를 주면 또 통증이 찾아온다고. 한국의 보물, 부디 아프지 말고 시즌 때 만날 수 있길!
서로 칭찬하기
양 민경이는 남자 팬들이 그렇~게 이쁘다고 난리들입니다. 배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제일 예쁜 것 같다고들 하더라고요.
황 언니도 인기 좋잖아요. 새삼스럽게~
양 (부끄러워하며) 고마워. 다들 하얗구나. 난 하얀 사람이 좋은데.
황 언니도 하얘요.
양 난 약간 누렇게 하얀 스타일….
양효진 황민경. 그리고 황연주 이다영 한유미에 새로 들어온 엘리자베스까지.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그야말로 ‘비주얼 군단’이다.
신중한 옷 선택
약속시간에 맞춰 나온 두 사람. 센스 있게 서로 흰 상의와 청바지로 맞춰 입고 나왔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옷차림에 양효진은 “이렇게 무난하게 입어야 나중에 다시 사진을 봐도 부끄럽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스타의 노련함이 묻어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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