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눈앞에 닥친 2020 도쿄올림픽, 벼랑에 선 한국배구의 해결과제는?

매거진 / 이정수 / 2017-09-01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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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배구는 월드리그(남)와 그랑프리(여),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해 대표팀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받았다. 이는 보다 나은 내일의 성적을 위한 준비과정 일환이었다. 한국 남녀 배구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가 남아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야 할 때다. 그래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2020도쿄올림픽을 준비해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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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가면 손해?


가고 싶게 만들어야



가뜩이나 선수 층도 두텁지 않은데 정상급 선수들은 대표팀 차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미 자리잡았다. 선수 처지에서는 시즌 사이 휴식을 취하면서 몸 상태를 관리할 시기에 대표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프로구단으로서는 몸값 비싼 선수가 부상을 입거나 피로가 쌓인 채 팀에 돌아오는 것이 불만스럽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선수들이나 구단이 선수차출에 협조하도록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나 실리가 희박하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국가대표팀의 선수차출 문제다. 한국을 대표할만한 선수들을 대표팀에 차출하기 수월하도록 실질적인 혜택을 마련하거나, 협조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 남자 경기력 향상이사를 맡고 있는 최천식 인하대 감독은 “대표팀이 정예선수로 꾸려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고 싶도록 만들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대표팀 차출 시 수당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고생을 감수하는 만큼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에 더해 최천식 이사는 “협회와 한국배구연맹 및 프로구단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대표팀 경력이 선수 연봉고과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오한남 배구협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이익을 내고 이를 대표팀에 재투자하는 방안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 선수들 경우 올림픽 등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병역혜택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프로구단 및 선수들을 설득할 명분은 그나마 조금 있다. 이에 견줘 여자 선수들 경우에는 이렇다 할 실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당 현실화 등 대책에 더해 보다 세심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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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선수 인재풀이 얇다…


대학선수 차출 난제 해결해야



남자부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대학선수들의 학업성적이 중요해지면서 대표팀의 미래자원이 될 대학선수들을 점검해볼 수 없게 됐다.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에 유망주들을 모아 합숙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대표팀에 불러들여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등 관련 정부기관들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대안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문제기도 하다.



남자선수들 경우 군입대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대학에 적을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학을 생략하고 프로에 직행하더라도 대학에 등록을 하는 형편인데 프로선수여도 학점을 얻어야 하는 실정이다.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은 학점 취득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출석을 인정해주거나 과제물, 시험 등 방식으로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프로팀에 소속된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하면 프로구단들 부담이 막중하게 된다. 또 20대 중반 선수들이 대표팀 ‘막내’가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으로 나이 어린 선수들이 일찌감치 대표팀 구성원으로서 국제무대 경험을 쌓게 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구상하기 어렵다. 선수의 수효가 적고 대학 팀이 없는 여자대표팀 경우 어린 유망주를 국가대표팀으로 불러들이기 어렵다.



아시아 경쟁국들이 국가대표팀을 1군과 2군으로 나눠 대회 중요도에 따라 별도로 운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대표팀 2군을 따로 구성할 정도로 충분한 선수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서 대표팀이 참가하는 대회 일정이 미리 나와있는 만큼 중요도가 높은 대회는 정예멤버로 나서고 그렇지 않은 대회에는 프로 연차가 낮은 새 얼굴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대표팀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하는 동기부여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선수를 발굴할 수도 있다. 기존 선수들에겐 그 사이 휴식을 취하면서 몸 상태를 갖출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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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 전임제 시행해야



이숙자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태국팀은 내가 주니어시절부터 봐왔던 회장과 감독이 아직도 활동 중이다.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하더니, 태국 배구가 위협적으로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남녀대표팀 감독 임기는 채 1년도 되지 않는 계약직이다. 국제대회가 있으면 그 때 그 때 선임해 대표팀을 구성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3년 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눈앞에 닥친 성적에 급급해 최고 선수 구성만을 고집해, 특정선수가 애국심이라는 미명 아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혹사를 당하는 형편이다.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대표팀 구성과 관리 시스템이 절실하다.



감독이 연속성을 갖고 팀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이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감독이 바뀌면 똑 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표팀 감독이 단기 계약직인 상황에서 발전은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임제를 도입해 대표팀 감독이 팀을 꾸려나갈 시간을 길게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대표팀 감독에게 중장기적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길 시간을 허락한다면 이에 동반되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기대된다. 유망주를 포함해 여러 선수들을 직접 점검해보고 팀 컬러에 맞는 선수들을 발굴, 성장시킬 수 있다. 대표팀의 향후 운영방안을 프로구단에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명분이 생긴다. 성적중심에서 벗어나 대표팀 1, 2군 체제를 마련하면 주요선수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부상도 막을 수 있다.



글/ 이정수 스포츠서울 기자
사진/ FIVB, 아시아배구연맹

(이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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