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양대 '홍상혁X구자혁'이 쏘아올린 혁혁한 공

매거진 / 최원영 / 2017-08-24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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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에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보아하니 따로 묻지 않아도 1학년임이 분명하다. 이들은 긴장한 듯 하면서도 종횡무진 코트를 뛰어다녔다. 유니폼에 새겨진 이름은 홍상혁과 구자혁.
앞으로 몇 년간 한양대 한 축을 담당할 루키들이다.
대학 1차대회를 마친 7월 5일, 한양대 체육관에서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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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낯선 얼굴, 날 선 플레이
한양대는 올해 대학리그 예선 전반기를 12개 팀 중 10위(2승 6패, 승점 8점)로 마쳤다. 저조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1, 2차대회에는 6강에 오르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공격 면에서는 여러 선수가 활약했다. 리그 예선 때는 홍상혁, 1차대회(6/23~30 제천)에는 류성주, 2차대회(7/11~18 해남)에는 문종혁이 팀 내 최다 득점으로 선봉에 섰다. 수비에서는 구자혁이 활약했다. 점차 향상된 기량을 선보였다.

홍상혁은 리그에서 공격 점유율이 28.21%로 팀 내 최고였다. 총 115득점(공격 성공률 44.21%)으로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리시브에서도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했다. 세트당 평균 2.29개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리시브를 제일 많이 담당한 것은 홍상혁이었으나 성공 기록은 구자혁이 조금 더 높았다. 세트당 평균 2.42개였다. 구자혁은 디그 부문에서 모든 팀 선수를 통틀어 6위(세트당 평균 2.19개)를 차지했다.

이후 1차대회에서는 2.20개(전체 6위), 2차대회에서는 2.63개(전체 3위)로 수치를 끌어올렸다. 팀 성적을 떠나 두 루키가 보여준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배구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두 분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자혁 > 안녕하세요, 수원 영생고 졸업 후 한양대에 입학한 리베로 구자혁입니다.
상혁 > 화성 송산고 출신 윙스파이커 홍상혁입니다.

배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자혁 > 아버지께서 배구선수셨어요. 구준회(미들블로커, 전 LG화재) 선수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배구하시는 걸 봤는데 너무 멋있어서 저도 하겠다고 했어요.
상혁 >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여자배구부가 있었어요. 남양초 남자배구부가 전지훈련을 왔는데 감독께서 저를 스카우트하셔서 초등학교 4학년 때 남양초로 전학 갔어요. 그때부터 배구를 하게 됐어요.

두 선수 다 원래 포지션이 따로 있었다면서요?
상혁 > 중학생 때까지는 미들블로커였어요. 고등학생 때는 여러 포지션을 했어요. 2학년 때는 오른쪽, 중앙 공격수를 오갔어요. 지난해 제18회 아시아청소년남자(U20)선수권대회에는 미들블로커로 뽑혔고요. 한양대 입학 후에 윙스파이커로 자리를 굳혔어요. 개인적으론 미들블로커를 좋아하지만 키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서 윙스파이커에 집중하려고요.
자혁 > 고등학생 때까지 쭉 왼쪽 공격수였어요. 화려하고 큰 공격보다는 기교를 이용한 공격을 자주 활용했어요. 상대편에서 얄밉다고 느낄만한 플레이죠. 손 기술이 괜찮았던 것 같아요. 한양대 와서 리베로로 전향했어요. 공격에 대한 미련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죠. 하지만 키가 작으니 욕심 버리고 리베로 훈련에 매진하려고요.

신입생인데 곧바로 주전을 꿰찼어요. 좋으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질 듯 해요.
상혁 >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어요. 형들에게 기대기보다는 둘이 서로 의지했어요. 한 명이 실수하면 다른 한 명이 옆에서 긴장하지 않게 격려해주고요. 그렇게 풀어나갔어요.
자혁 > 일학년 두 명이 리시브를 전담하게 된 거잖아요. 저희가 안 되면 팀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많아서 부담이 컸죠. 서로 도우면서 힘을 냈어요.

두 선수가 본 한양대는 어떤 팀인가요?
자혁 > 서브와 블로킹이 좋은 팀이요. 분위기를 타면 가장 무서운 팀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직력은 더 보완해야 할 듯 해요.
상혁 > 공감해요. 저희는 어느 팀을 만나든 1세트는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아요. 쭉 유지해야 하는데 긴장이 풀리나 봐요. 그래도 다른 팀 선수들보다 신체조건은 좋은 편이에요.


올해 리그 초반 6연패에 빠졌잖아요. 당시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듯 해요.
자혁 > 자꾸 지니까 분위기가 안 좋았죠. ‘다음 경기를 위해 다시 해보자’ ‘힘내보자’ 하면서 준비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연패를 끊는 게 쉽지 않았어요. 아무리 힘을 내보려 해도 처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 힘들었어요.

리그 예선 전반기를 6연패 후 2연승으로 마쳤어요. 이어진 1, 2차대회에서는 6강에 진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이었는데요.
상혁 > 전반기에 C제로룰(직전 두 학기 평균 학점이 C0 미만인 선수는 리그 출전 불가) 때문에 뛰지 못 했던 선수들(박태환 이지석 김지승)이 합류해서 좋아졌어요. 형들이 있으니 선수 교체를 다양하게 할 수 있었거든요. 특히 주장 태환이 형이 들어오며 팀 분위기가 훨씬 나아졌어요. 형은 저희가 실수를 해도 자상하게 다독여주는 성격이에요. 팀 내 존재감이 커요.
자혁 > 1차대회 끝나고 열흘 만에 2차대회가 열렸잖아요.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지만 잘하고 싶었어요. 항상 아쉽게 지니까 한양대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임했어요.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

꼭 이겨보고 싶은 팀이 있었나요?
상혁 > 홍익대나 인하대요. 두 팀이 가장 잘하는 팀이니까요.
자혁 > 저도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중요한 순간에 범실로 승리를 놓쳤어요. 실수를 줄였다면 괜찮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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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반갑다 친구야
코트 밖에선 의외로 다소곳하던 두 사람.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서로의 주량이 몇 병인지 귀여운 말다툼을 벌이다가도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훈훈해졌다. 참고로 홍상혁은 송지효, 구자혁은 이유비 팬이라고 한다.

둘은 서로 얼마나 친해요? 비밀 한 가지씩 폭로해주세요.
자혁 > 엄청 친하죠. 초등학교(남양초), 중학교(송산중)를 함께 다녔거든요.
태환 > 인터뷰 구경하다 말고 끼어들며) 상혁이는 눈물이 많아요. 방울토마토 사건이 있었어요.
상혁 > 태환이 형이 중학교 선밴데 저를 엄청 괴롭혔어요(웃음). 하루는 형이 제 라면에 방울토마토를 넣은 거예요. 그때 진짜 엉엉 울었어요. (일동 폭소)
자혁 > 아, 상혁이는 인기가 장난 아니에요.
상혁 > 자혁인 중학생 때부터 매직을 안 하면 머리 스타일이 정말 이상했어요. 머리카락이 너무 곱슬거려서요. 철권에 나오는 폴 피닉스를 닮았어요.

평소 성격은 어떤가요?
자혁 > 경기할 땐 활발해요. 코트 안에서만큼은 시끄러워야 하거든요. 평소에는 조용한 편이에요. 물론 가끔은 소위 말하는 돌+아이 같아요. 조용하게 이상한….
상혁 > 저도 조용한 편이에요.
자혁 > 조용한데 어떻게 인기가 넘치지?
상혁 > 제 매력은 얼굴? 아, 아니요… 사실 네. 맞습니다.
태환 > 상혁이 하면 눈물이죠.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 상혁아 그렇게 째려볼 거까진 없잖아~
자혁 > 근데 상혁이가 팬이 많아요.
상혁 > 한양대에서 인기로는 (홍)민기, 태환이 형이 최고죠.

생일이 열흘 차이(구자혁 7월 10일, 홍상혁 20일)예요. 서로 생일선물로 주고 싶은, 혹은 받고 싶은 게 있나요?
상혁 > 너 먼저 말해.
자혁 > 싫어.
상혁 > 그래 알았어. 자혁이한테 러닝화 좀 사주고 싶어요. 신발이 없는지 매일 배구화만 신고 다녀요.
자혁 > 그럼 저는 반대로 배구화 사줄래요. 얘는 맨날 다 뜯어진 거, 발에 안 맞는 작은 신발을 신어요.
상혁 > 이거 새 거야.
자혁 > 팀에서 맞춰준 거잖아.
상혁 > 자혁이가 사준다면 뭐든 다 좋아요.
자혁 > 아 근데 저희 방만 와이파이가 잘 안 돼요. 그래서 공유기를 받고 싶어요. (문)종혁, (김)대민이 형이랑 같이 쓰거든요. 저만 통신사가 달라서 와이파이를 못 쓰나 봐요.
상혁 > 참고로 저는 (류)성주, (이)병준이 형과 룸메이트예요. 저희 방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배구선수로서 바라본 서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자혁 > 상혁이는 타점이 좋고, 공격 각도 굉장히 커요. 다양한 각을 낼 수 있어요. 신장에 비해 기본기도 좋고요. 단점은 저랑 비슷한데요. 플레이가 한 번 안 풀리기 시작하면 극복하기 힘들어요. 표정에서도 흔들리는 게 드러나고요.
상혁 > 맞아요. 저희 둘 다 멘탈이 썩 좋지는 않은 듯 해요. 자혁이는 기본기가 좋고 날렵해요. 그래서 수비를 잘해요. 경기할 때도 제 위치까지 넓게 커버해줘요. 덕분에 편하죠. 다만 기복이 조금 커요. 잘할 때와 못할 때 차이가 있어요. 함께 보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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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오늘은 내일을 위한 밑거름
라이벌을 한 명 고르고, 내가 그 선수보다 나은 점 한 가지를 찾아볼까요?
상혁 > 홍익대 1학년 정성규요. 포지션이 같고 주전으로 뛰고 있어서요. 제가 성규보다 공격은 좀 부족한데 기본기 면에서는 더 나은 듯 해요. 경기력 기복도 덜 하다고 생각해요.
자혁 > 홍익대 신입생 조성찬이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부터 선의의 경쟁을 했어요. 덕분에 둘 다 실력이 꽤 늘었어요. 성찬이도 저처럼 원래 공격수였다가 대학 와서 리베로를 시작한 거라서요. 성찬이는 워낙 잘해서 배울 점이 많아요. 그래도 코트 안에서 팀원들과 소통하는 건 제가 더 잘하는 듯 해요.

당연히 롤모델도 있겠죠?
상혁 > 송희채(OK저축은행) 선수요. 기본기가 좋아 보여요. 공격도 화려하진 않더라도 꾸준히 잘하시더라고요. 닮고 싶어요.
자혁 > 여오현(현대캐피탈) 선수요. 리베로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수보다 파이팅이 넘쳐요. 뒤에 서있으면 누가 봐도 든든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잖아요.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뛰어나시고요. 그래서 항상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배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나요?
상혁 > 중학교 2학년 때요. 무릎 통증이 심했어요. 다친 건 아닌데 너무 아파서 1, 2학년 때 계속 운동을 쉬었어요. 한의원만 다녔어요. 선수들과 숙소 생활은 같이 하는데 훈련을 못 하니 불안했어요. 2년이나 지속됐으니까요. 근데 그게 성장통이었나 봐요. 그때 키가 8cm정도 컸어요. 이후 무릎 통증도 없어졌고요.
자혁 >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할 때요. 키가 클 줄 알았는데 안 크니까 걱정됐어요. 대학교는 갈 수 있을지, 이 키로 배구해봤자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그래서 의욕도 없고 그만둬야 하나 싶었어요. 그래도 참았죠. 대신 키 크는 데 좋다는 것들은 다 해봤어요. 물론 키는 안 컸지만요(웃음).

나만의 멘탈 관리 법이 있다면?
상혁 > 어떤 경기든 즐겁게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요. 제가 실수를 해도 자혁이나 다른 동료들이 옆에서 도와주거든요. 그래서 괜찮은 것 같아요.
자혁 > 일부러 루틴을 만들어요. 경기 전에 꼭 무언가를 하게끔 만드는 거예요. 그대로 하고 들어가야 마음이 안정돼요. 승리했을 때 했던 루틴을 쭉 지키는 편이에요.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뭘까요?
상혁 > 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는 인하대를 이겨보고 싶어요.
자혁 > 리그 후반기에도 제가 뛰게 된다면 리시브 기록을 높이고 싶어요. 그리고 저도 인하대를 꼭 이기고 싶어요. 대학리그 최강이고 실력 있는 팀이잖아요. 그 자신감을 꺾고 싶어요.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세요.
상혁 > 지금까지 가르쳐주신 감독, 코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해요. 운동 시간에 저를 붙잡고 차근차근 더 알려주셔서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단단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혁 > 부모님이요. 아버지께서 배구선수셨잖아요.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흔들릴 때는 옆에서 잡아주셨고, 나태해졌을 때는 쓴소리도 해주셨어요. 긴장 풀리지 않게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배구를 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각오를 당차게 밝힌다면?
상혁 > 후반기에는 저희가 치고 올라갈 거니까 다들 조심..하세요..(작아지는 목소리)
자혁 > 이제는 저희 리그 전반기 때 한양대가 아니에요. 예전의 약했던 한양대를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더 나은, 달라진 한양대가 됐으니 남은 경기 다 이겨서 올 한 해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Behind Story
인터뷰 도중 신인상 이야기가 나왔다. 누가 받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구자혁이 먼저 “리베로는 좀 힘들겠죠? 전 상혁이가 받았으면 해요”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박태환이 “홍익대 정성규가 있다. 미안하다”라며 웃었다. 홍상혁은 그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7월 18일, 2차대회 종료 후 신인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주인공은 이들 예상대로 홍익대 윙스파이커 정성규였다.

인터뷰 내내 티격태격하던 둘. 문득 핸드폰에 서로를 뭐라고 저장해놨는지 궁금해졌다. 우선 홍상혁은 구자혁을 ‘잘생겼지만 나보다 쪼금 모자란 자뽕이’라고 입력해뒀다. 구자혁은 홍상혁을 ‘잘생기고 착한 돌아이 상혁이’라고 새겼다. 기자가 표현을 많이 순화했다는 것은 비밀이다.

선수 프로필
홍상혁
포지션 : 윙스파이커
학년 : 한양대 1학년
신장 : 194cm
생년월일 : 1998. 07. 20
출신고 : 송산고

구자혁
포지션 : 리베로
학년 : 한양대 1학년
신장 : 181cm
생년월일 : 1998. 07. 10
출신고 : 영생고

글/ 최원영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이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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