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K저축은행, 가득 메운 하모니 김세진X김요한
- 매거진 / 최원영 / 2017-08-22 15:46:00

이 조합, 듣기만 해도 호기심이 피어 오른다.
OK저축은행 감독 김세진(43)과 이적생 김요한(32)의 하모니. 당연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힐링캠프 초대석 주인공으로는 아주 제격이었다.

김세진 OST. PART 1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널 품기 전 알지 못 했다
내 머문 세상 이토록 찬란한 것을
작은 숨결로 닿은 사람
#그날의_술자리 #다음메뉴_장어 #자유로운_분위기
지난 6월 19일 OK저축은행이 KB손해보험에 창단 멤버였던 강영준 김홍정을 내어주고, 김요한 이효동을 데려오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틀 뒤 김요한과 이효동이 곧바로 팀에 합류했다. 많은 이들이 토종 거포 김요한과 김세진 감독 만남에 주목했다. 7월 4일 용인에 위치한 대웅경영개발원 연습 체육관에서 이들을 만났다.
Q. 내 선수, 내 감독으로 만나게 됐어요. 첫 대면은 어땠나요?
세진 > 그냥 ‘잘해~’라고 했어요. 격하게 환영한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새 팀에 왔으니 여기서 열심히 해보자고 했죠.
요한 > 아예 몰랐던 사이는 아니지만 소속 팀 감독으론 처음 뵙는 거니까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했어요. 저도 정신이 없었어요. 제가 느끼기엔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다 저희를 반갑게 맞아줬던 것 같아요.
Q. 김세진 감독께서는 특히 김요한 영입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텐데요.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진 > 김요한이라서요. 다른 이유 없어요. 김요한이니까. 본인은 부담이 컸을 수도 있어요. 요한이 꽤 괜찮은 친구거든요. 체격 좋고 배구도 할 줄 아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구상해온 배구와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있었어요.
Q. 팀 합류 후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세진 > 술을 엄청 먹였죠(웃음).
요한 > 그게 좋은 시간으로 포장이 되는 건가요….
세진 > 나쁠 거 없었잖아.
요한 > 그럼요.
세진 > 제가 코치들이랑 요한이, (이)효동이, (이)민규, (송)희채를 불렀어요. 따로 환영회 하기도 좀 그래서 나가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죠. 민규나 희채는 바로 대표팀에 들어가야 하니까 시간이 없을 듯 해서요. 숙소 근처 식당에서 백숙에 소주 마셨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눴죠. 그때 우리 팀 분위기를 많이 느꼈을 거예요. 처음엔 ‘신세계’라고 하더라고요. ‘어? 저렇게 하면 감독께 혼날 텐데’ ‘이게 이 팀 문화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대요.
적응하는 시간을 준다고는 했지만 자꾸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요. 술 마시면서 할 수 있는 말 다 해보는 거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본인 마음은 어떤지 등이요. 그런 거 터놓으라고 만든 자리예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얘기가 오갔어요.
요한 > 보통 선수들은 감독께 깍듯하게 하잖아요. 선후배 사이에도 조금 어려워하는 게 있고요. 근데 여긴 조금 달랐어요. 훈련할 땐 열심히 하고 그 외적인 시간에는 누구에게든 장난을 잘 치더라고요. 감독께도 쉽게 다가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편히 하고요. 감독께서도 잘 받아주시고 들어주시는 분위기가 나름대로 문화충격이었어요. 팀에 질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팀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두터운 것 같아요.
세진 > 놀랐을 거예요. 우리 팀 애들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다하거든요(웃음). 근데 괜찮으니까 하라는 거예요. 제가 책임진다는데 뭐 어때요. 어차피 하지 말라는 건 안 할 테니까요. 평소에도 ‘그건 아니야’라고 하면 ‘네!’ 하고 바로 안 해요. 그러니까 자유롭게 풀어주는 거죠.
Q. 술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더 듣고 싶은데요.
요한 > 감독께서 ‘나 믿고 그냥 따라와’라고 하셨어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정말 훈련 열심히 하면서 믿고 따라가는 것 말고는 없는 거 같아요. 그날 술자리 이후로 저도 많이 편해졌어요. 그런 시간을 가진 덕분에 감독께 믿음도 더 생기고 나름대로 가까워진 듯 해요.
세진 > 요한이에게 강영준 김홍정 보내면서, 내 살 깎아가면서 널 영입한 이유가 있다고 했어요. 김요한은 분명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저만의 자신감이 있었어요. 요한이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주고 싶었고요. 사실 큰소리 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요한이는 팀 합류 후 재활하느라 볼 운동을 시작 못 했거든요. 어떻게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건 시기상조고요. 개막 전까지 차츰차츰 길을 찾아 보려고요.
Q. 같이 지내면서 알게 된 서로의 새로운 점이 있나요?
세진 > 얘 의외로 순하고 착해요. 의.외.로.요.
요한 > 감독님, 제 이미지가 얼마나 안 좋았으면….
세진 > 남의 말에 귀 안 기울일 줄 알았어요. 자기 중심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다른 사람들이 가진 기준과 제 기준은 완전히 달라요. 저는 자기중심적인 선수가 좋아요. 그래야 자기 몫 챙기고 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열심히 하죠. 역발상이에요.
지적당하지 않기 위해서 완벽하게 하고, 더 신경 쓰고, 실수 안 하려 노력할 거예요. 책임감도 크고요. 그런 걸 바라는 거예요. 요한이는 지켜보려고요. 원래 생활 습관은 쉽게 못 바꾸는 건데 팀에 잘 맞추더라고요. 괜찮은 것 같아요.
요한 > 감독께서는 멋있으시잖아요. ‘남자다움’이 있으세요.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보다 확 까놓고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세요. 선수들과 소통도 거침없이 하시고요. 뭐든 안 되면 본인이 다 책임지겠다고 하세요.
세진 > 원래 감독은 그렇게 하는 거야. 아닌가?
요한 >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멋짐이 있는 것 같아요.
세진 > 너 뭐 먹고 싶어? 소주?
요한 > 아 아뇨 소주는 좀… 몸에 좋은 걸로요. 장어나 뭐….
세진 > 장어? 장어 먹으러 갈까?
요한 > 이렇게 얘기하면 진짜 사주세요.
세진 > 얘 술은 질렸을 거예요. 그날 소주 한 세 병 마시던데요?
요한 > 감독께서 너무 잘 드세요. 진짜 죽을 뻔했어요. 흐트러짐이 전혀 없으시니까.
세진 > 왜~그러지마. 그건 네 선입견이야.

김세진 OST. PART 2
임재범 ‘비상’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적응_이미_OK #포지션_변경 #지치고_힘들땐_내게기대
Q. 김요한 선수는 OK저축은행에서 훈련해보니 눈에 띄는 선수가 있던가요?
요한 > 주장 (정)성현이가 제 룸메이트예요. 형들도 많은데 책임감 있게 팀을 이끌더라고요. 선수들끼리 건의사항이 있으면 다같이 모여서 미팅을 하거든요. 선수들 잘 챙기면서 주장 역할 묵묵히 하는 걸 보면 감독께서 주장을 맡기신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방을 같이 쓰면서 궁금한 게 많아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무척 잘 알려주더라고요.
세진 > 성현이가 진짜 책임감도 강하고요, 팀을 끌고 가는 힘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뭔가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어요. 한국 나이로 27살밖에 안 됐지만 카리스마가 있어요. 저랑 꽤 오래 있어서인지 제 생각을 잘 알아요.
주장은 감독 생각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해요. 제가 없을 때 팀의 제2 리더는 주장이거든요. 코치들은 어쨌든 제 틀 안에서 하는 거고요. 제 울타리를 벗어나도 팀을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주장이에요. 제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우리 팀에서는 성현이가 제일 낫다고 판단했어요.
Q. OK저축은행은 젊은 색채가 강한 팀인데요. 김요한 선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해요.
세진 > 저 여기서 5년 차예요. 팀 문화 제가 다 만들어놨어요. 여기 선수만 열 명이 넘는데 새 선수 두 명 온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당연히 얘네가 흡수되겠죠. 감독이나 팀 시스템이 확 바뀌었다고 하면 모를까 코칭스태프, 선수들 다 그대론데요. 둘 다 잘 녹아 들고 있어요.
효동이 너무 열심히 하고 있고요. 요한이도 재활 중이지만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같이 하거든요. 힘들고 안 해봤던 운동도 나서서 하는 거 보면 고맙죠. 새로운 팀 와서 초반에 한 두 달 동안 그런 모습 보여주지 못하면 어려워지거든요.
우리 팀에 정신적 지주로 있던 두 녀석을 보냈는데 얘네가 열심히 안 해봐요. 기존 선수들은 분명 등 보이게 되어 있어요. 지금 둘 다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걱정 없어요. 잘 될 것 같아요.
Q. 감독께서 생각하시는 ‘김요한 활용법’은 무엇인가요?
세진 > 대내외적으로는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전향하겠다고 했는데요. 그건 요한이가 공을 만지기 시작하고 볼 훈련을 어느 정도 해봐야 말씀 드릴 수 있을 듯 해요. 우리 팀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아직 몰라요. 머릿속에 상상만 하고 있는 거지 실제로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요한이가 배구 경험이 꽤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되고 여러 포지션을 해봤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팀에 맞을 거라는 보장은 없죠. 어쨌든 포지션 변경은 불가피할 거예요. 요한이 때문에 우리 팀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얘한테 맞는 포지션을 찾아야죠. 미들블로커가 안되면 당연히 원래 자리에 놓고 경쟁시켜야죠. 신장도 좋고 배구도 잘했던 선수인데 포지션 못 찾아서 헤매면 아깝잖아요.
요한이가 게임 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강구하고 있어요. 다만 요한이를 위해서 (송)명근이를 오른쪽 공격수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여러 그림을 그리고 있고, 요한이도 거기에 맞춰서 저 믿고 뭐든 다 하겠다고 하니까요. 열심히 머리 굴리고 있어요.
Q. 김요한 선수 속마음은 어떤가요?
요한 > 명근이랑 경쟁한다고 하면 둘 중에 한 명은 못 뛰는 거잖아요. 같이 출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감독께서 둘 모두 뛰는 방법을 찾으시는 거 보고 제게도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저는 어떤 자리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요.
Q. 선수 김요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세진 > 단점 먼저 얘기할게요. 항상 부담에 젖어있어요. 그래서 조금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에요. 겉으론 굉장히 적극적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여려요. 도전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요. 저랑 있으면서 조금씩 바뀌어나갈 부분이죠.
장점은 김요한이에요. 누가 뭐래도 김요한이잖아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요. 얘 키를 보세요. 저보다 키 큰 선수가 별로 없어요(김세진 감독은 197cm, 김요한은 200cm다). 기본적인 신체조건이 제일 좋아요. 성격적으로도 이기적인 선수는 아니에요.
요한이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살아보질 않았어요. 그건 저에게 큰 도움이에요. 이제부터 저한테 의지하고 살면 되니까요. 나이 들어서 기댈 곳이 생기면 더 믿고 따르지 않겠어요?
요한 >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게 제일 어려운 듯 해요. 장점은 고르기 좀 힘든 것 같아요. 주변에서 객관적으로 봐주시는 게 더 정확할 텐데….
세진 > 너 당당해도 돼. 피하지마.
요한 > 장점은 신장이 좋고 파워가 있죠.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했거든요. 신체적인 조건이 배구 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단점은 너무 많아요. 잘 몰랐는데 과거에는 제가 부정적이었나 봐요. 석진욱 코치께서 저보고 승부욕이 없어 보인다고 하셨어요. 그런 지적을 다른 분께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실수를 하면 너무 인상 쓰는 것보다 어느 정도 웃으면서 해야 배구가 더 잘됐어요. 그런 모습이 주위 사람들이 보기엔 승부욕이 없다고 느껴졌나 봐요. 이제는 고치려 해요.
세진 > 그건 타고 나야 돼.
요한 > 승부근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 대학생 때는 매일 이기기만 했거든요. 2년 내내 연승을 이어간 적도 있고요. 그렇게 신나게 하다가 프로 팀 왔는데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아지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잠도 잘 못 자고 자꾸 지는 게 억울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을 놓아버렸나 봐요. 그것도 다 핑계죠. 이제 새 소속 팀에 왔으니 좀 더 의지를 가지고 해보려고요.
Q. 감독께서 김요한 선수에게 주위 말들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면서요.
요한 > 트레이드 됐을 때부터 말들이 많았죠. 인터넷을 안 보려고 하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좋은 소리보단 쓴 소리가 더 많더라고요. 감독께서 그런 걸 다 차단하라고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트레이드 직후에는 인터뷰 요청 오는 것도 다 막아주셨고요. 현명하게 대처해주셨죠.
그 당시에는 그게 맞는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 인식은 제가 인터뷰를 하든 뭘 하든 바뀌지 않아요. 시즌 때 실력으로 보여줘야만 이겨낼 수 있는 거죠. 말로 어필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거잖아요.
세진 > 여태껏 대답한 것 중에 제일 낫다. 근데 그게 과부하가 걸리면 안 돼요. 그래서 감독, 코치가 필요한 거예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본인이 받은 상처는 얼마나 크겠어요. 스스로 치유하려고 욕심 부리면 복수가 돼요. 그러면 안 되거든요.
요한이 가슴에 꽂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쨌든 제3자잖아요. 차근차근 준비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갑자기 새로운 모습 보여주려고 하면 힘들어져요. 이럴 때일수록 평정을 찾아야 해요.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는 것에 믿음을 가져야 해요. 그게 쌓이다 보면 또 다른 OK저축은행 김요한이 될 테니까요. 사람들 이야기에 휘둘리고 ‘시즌만 시작해봐 내가 다 보여줄 거야’ 이런 마음을 품는 순간 이미 틀린 거예요.

김요한 OST. PART 3
전인권 ‘걱정말아요 그대’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내면이_멋진_사람 #김세진_밴드 #매일_춤추자
Q. 김요한 선수 몸 컨디션은 좀 나아졌나요?
요한 > 처음엔 재활만 했거든요. 이제는 체력운동을 병행하기 시작했어요. 몸이 훨씬 좋아지는 느낌이에요. 시즌 끝나고 재활하느라 훈련을 못 해서 체력운동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쉬었던 기간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시간 지나면 체력적인 부분도 나아지겠죠.
Q. 두 분 서로 닮은 점이 있을까요?
세진 > 배구 면에서는 스타일이 달라서 비슷한 점이 없어요. 살아온 과정을 보면 닮은 구석이 조금은 있네요. 둘 다 멋있고 화려한 거 좋아하잖아요.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왜 운동선수는 운동선수다워야 한다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전 그런 게 제일 싫어요. 프로선수면 좀 멋있어야죠. 그래야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오죠. 주위에서 제게 화려하게 산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죠. 전 지금처럼 원래 하던 대로 하면서 살래요.
요한 > 감독께서는 제가 실력으로 비교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시죠. 닮은 점보단 닮고 싶은 점이 많아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남자다운 면이요.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는 것도 멋져요. 선수들을 다 안고 갈 수 있는 능력은 최고죠. 이런 점을 닮으면 저도 더 멋진 선배가 되지 않을까요?
세진 > 아우 얘 큰 그림 그리고 있네. 야 네 거나 잘해(웃음).
요한 > 보통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을 돌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것부터 챙기는 게 대단하세요.
세진 > 선배는 무조건 예우 받아야 한다는 편견을 깨야 해요. 오히려 선배가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거고, 후배라도 잘하면 치켜세워줘야죠. 강압적으로 무조건 끌고 간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점점 가치관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존중해줄수록, 존중 받아요.
요한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 자리에서 처음 하는 말인데요. 요한아 팀원들이 다 네 편은 아니야. 선수들이 다 네 편일 거 같아? 아니거든. 누구도 내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없어. 그러니까 더 묵묵히 동료들을 위해야 해. 그럼 나중에 결과로 너에게 돌아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해. 대신 보상심리는 갖지마. ‘내가 잘해줬으니까 너도 당연히 나한테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네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야. 어렵겠지만 이게 선배가 되는 길이고 과정이야.
Q. 감독께서는 평소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시나 봐요.
세진 > 감독은 코트 안에서만 엄격하면 돼요. 그 외에는 편하게 지내려 해요. 우리 애들은 시끄러워 죽겠어요. 시간만 나면 여럿이 모여서 카페 가서 수다 떨고 앉아있어요. PC방도 안 가요. 왜 게임하러 가는지 이해를 못 하겠대요.
소셜 미디어로도 자주 소통해요. 자기들끼리 어울려 있는 사진 올리면 제가 ‘와 너네 나 배신 때렸네’라고 댓글을 달아요. 그럼 애들은 ‘지금 오시든가요’하고 받아 쳐요. 피해야 되는데 ‘빨리 오세요. 왜 안 오세요?’라는 식이에요. 저도 안 지죠. ‘갈 수 있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벌써 갔지’라고 해요.
대신 기본은 지키라고 해요. 현충일에 술 먹고 노는 거 올린다거나 얼굴 반쪽 찍어서 올려놓고 ‘운동 너무 힘들다. 내 삶의 길이 이런 걸까’ 이러면 바로 지적하죠. 저한테 죽죠. 선수들하고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이사하면서 집에 드럼을 사놨거든요. 그거 살 때도 민규랑 영상통화 하면서 어떤 게 나을지 상의했어요. 민규가 기타도 치고 워낙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요. 근데 드럼은 모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냥 제 마음에 드는 거 샀어요.
나중에 애들이랑 공연 한 번 하고 싶어요. 성현이가 노래를 진짜 잘해요. 민규가 기타치고 제가 드럼 치면서 밴드를 결성하는 거예요. 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신 팀 성적이 좋아야겠죠.
요한 > 대단하시네요. 저는 울렁증이 심해서요.
세진 > 요한이가 무척 숫기가 없어요. 저희 홈 경기 이기면 단체로 춤추는 게 제 아이디어거든요. 선수들이 처음엔 쭈뼛쭈뼛 하다가 나중엔 자기들이 알아서 모자 달라고 하고, 셔츠 풀고 난리더라고요. 요한이도 그렇게 물들겠죠.
Q. 비시즌 남자부는 선수 이동이 그리 크지 않았어요. 제일 경계하는 팀은 어디인가요?
세진 > 그걸 얘기하기가 좀 그래요. 작년에 꼴찌 했는데 어느 팀은 경계하고 어느 팀은 괜찮고 그럴 수 없죠. 모든 팀이 다 두려움 대상이고 이겨내야 할 상대예요. 팀들이 다 만만치 않아요. 근데 저희 이제 꼴찌 안 해요.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삼고는 있는데 시작을 어떻게 끊느냐가 중요해요. 항상 보면 초반에 처진 팀들이 끝까지 가더라고요. 저희는 천천히 단계별로 올라가는 건 못 해요. 1라운드부터 치고 나가야 해요. 9월 초부터는 시즌 분위기에 몰입할 거예요. 승부수를 띄워야죠. 과정은 힘들어도 서로 등지지 않고 계속 믿고 가려고요.
Q. 다가오는 시즌에는 어떤 배구를 하고 싶으신가요?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텐데요.
세진 > 우리 팀 창단된 지 얼마나 됐다고 예전 모습을 찾아요. 하던 대로 똑같이 해야죠. 지난 시즌엔 외국인 선수도 삐걱거리고 주전 선수들도 아파서 다들 힘들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최하위였죠. 그것도 다 감독 책임이에요. 선수 관리 잘 못 한 거죠. 원래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감독 책임인 거예요.
이번 시즌 제 1 목표는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자기 자리에서 웃으면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고개만 돌리면 그 자리에 그 선수들이 딱 뛰고 있고, 신나게 즐기면서 배구하는 모습이요. 그럼 결과도 자연스레 따라오겠죠.
Q. 김요한 선수 각오 한 마디로 인터뷰 마무리 할게요.
요한 > 새 팀에 왔으니 바뀐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OK저축은행에서, 김세진 감독께서 저를 믿고 데려오셨으니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습니다.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요. 안산 홈 경기에서 이기면 춤추잖아요. 그 춤, 원 없이 추는 게 다음 시즌 목표입니다.

글/ 최원영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이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