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S칼텍스 캠프를 찾아, 우리는 에너지 넘치는 소녀들!
- 매거진 / 정고은 / 2017-07-27 09:30:00
4월 3일을 끝으로 비시즌에 접어든 V-리그. 꿀 맛 같은 휴식을 보내고 선수들은 각자의 팀으로 복귀했다. GS칼텍스 역시 마찬가지. 다른 팀과 다르게 일주일 운동, 일주일 휴가를 반복했지만 달디 달았던 휴가를 마치고 정상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GS칼텍스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강남대를 찾아갔다.
GS칼텍스 구단은 현재 전용 체육관과 숙소를 마련하기 전까지 임시로 강남대 체육관과 기숙사를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다. 취재를 약속한 오전 10시 강남대 목양관. GS칼텍스 선수들이 내뱉는 신음소리가 웨이트장을 뒤덮었다. 그와는 상관없이 트레이너들의 호각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한 쪽 벽면에는 지난 체력훈련 결과가 고스란히 적혀있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흐르는 땀방울과는 별개로 선수단 분위기는 밝았다. 세터 정지윤은 은퇴를, 황민경 한송이 시은미는 각각 FA와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그 자리는 문명화와 김진희 김유리가 새로이 채웠다. 언니들이 떠나면서 연령층이 젊어졌다. 분위기도 달라졌다.
차상현 감독도 “현정이가 90년생인데 팀 내 최선참이다. 그 전과 비교해 평균연령이 많이 내려갔다. 굉장히 젊어졌다”라고 말했다.
나현정 역시 “어린 선수들이 잘 따라준다. 신입생부터 ‘운동 할 맛이 난다’라고 한다. 후배들이 먼저 파이팅 있게 하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밝아졌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변화된 분위기 속에 GS칼텍스 선수들은 훈련을 이어갔다.
지나간 날은 모두 뒤로
다가올 날을 향해 할로
지난해 12월 3일은 모두에게 갑작스러웠다. 당시 이선구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했다.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이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선수들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딸들 놔두고 아버지 어디 가셨느냐?”라고 묻기도 했다고.
그리고 12월 8일,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차상현 감독과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석코치로서 3시즌 간 팀을 맡아왔던 차 감독은 2012~2013시즌 준우승 및 2013~2014시즌 우승까지, GS칼텍스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아 팀을 이끈다는 건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차상현 감독은 18경기에서 8승 10패라는 성적표를 남기며 최종 순위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중간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변화를 줘보려 노력했다. 그런데 마무리가 잘 안 돼 아쉬움이 있다”라고 돌아봤다.
비시즌 동안 팀에 변화를 줬다. IBK기업은행 김유리와 KGC인삼공사 문명화가 합류하며 미들블로커진을 강화했다. 지난 시즌 팀 블로킹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던 GS칼텍스다. 세트 당 1.546개에 머물렀다.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세트 당 2.769개이다.
“지난 시즌 블로킹 부문에서 최하위였다. 그뿐 아니라 중앙속공수의 공격점유율이나 득점 모두 적었다. (김)유리와 (문)명화가 보충되면서 그 부분이 해결될 것 같아 다행이다.”
여기에 KGC인삼공사에서 쏠쏠히 활약했던 김진희까지 합류했다. 차상현 감독은 “진희는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 언제든지 팀이 어려울 때 소방수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새로 들어온 선수 모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개봉박두 차상현표 배구
2017~2018시즌 ‘차상현 표 배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난 빠른 배구를 추구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부터 시도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나연 강소휘 등 선수들 부상이 잇따르면서 시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면이 있었다. 선수들한테도 ‘빨라지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뒀다. 빠른 플레이를 준비 중에 있다. 그래야만 우리 팀 강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로 파토우 듀크(세네갈)를 선발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배구를 가장 장 소화해낼 것으로 기대한 것이 지명 이유. 그러나 드래프트 당시엔 차 감독의 선택에 모두가 술렁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럴 것이 파토유 듀크는 빠른 발과 점프력을 가졌지만 183cm 작은 신장과 32살 나이가 걸렸다. “배구 센스나 움직임을 높게 평가했다. 스피드 배구를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키는 비록 작지만 순발력이나 점프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체력적인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서도 더 나이 많은 선수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멘탈이 강하다면 체력은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어 “듀크가 수비가 되는 선수는 맞다. 이번 클럽선수권대회에서 MVP를 받았는데 기록에 따르면 수비는 확실히 되는 선수다. 다만 리시브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리시브까지 가능하면 활용도가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상현 감독이 리시브를 꺼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스피드 배구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리시브가 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 팀 숙제다. 스피드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리시브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현정이하고 (이)소영이, (강)소휘가 해줘야 한다.”
그리고 세터 이나연과 안혜진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나연이하고 혜진이가 스피드 배구를 이해해야 한다. 계속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두 선수가 키포인트이다”라고 전했다.
때론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깐 휴식 시간 후 시계가 오후 2시 30분을 가리키자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체육관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후 훈련은 볼 운동. 간단히 몸을 푼 선수들은 이내 연습에 돌입했다. 다만 이나연과 문명화 김현정은 재활을 위해 웨이트장에서 훈련을 대신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선수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숨소리도 이내 거칠어졌다. 그럼에도 훈련은 계속됐다. 차 감독도, 코치들도 봐주는 법은 없었다. 연신 볼을 때려냈다. 선수들은 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코트 바닥에 몸을 던졌다.
한 선수는 인터뷰를 핑계(?)로 “조금만 쉬게 인터뷰 하는 척 좀 해주세요”라고 간청하는 듯 했다. 문득 차상현 감독 별명이 ‘저승사자’라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차 감독에게 슬며시 “훈련할 때 그렇게 엄하다면서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훈련할 때는 엄하게 할 수밖에 없다. 내가 풀어지면 선수들도 장난 치려고 한다. 그러면 부상 위험도 크다. 훈련할 때만큼은 무섭고 진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차상현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집중력과도 연관된 부분. “오후 볼 만지는 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 된다. 그 시간 동안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연습을 통해 습관이 되면 경기에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하라고 계속 이야기한다.”
선수들도 “감독님이 운동할 만큼은 진짜 무섭다”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풀어줄 때는 또 엄청 풀어준다고. 운동 외 시간에는 아빠같이 편하게 해준단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차상현 감독은 “아빠가 잘 안 해주나 보다”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리고 이내 “되도록이면 훈련 시간 외에는 선수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고 분위기를 잡아가려고 하는데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차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잠깐이지만 취재진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선수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다소 엽기적인(?) 포즈도 마다하지 않고 나서자 “내가 없어야 더 잘 찍겠지?”라며 자리를 피해주는 센스도 발휘했다.
할 때는 집중력 있게 그렇지 않을 때는 편안하게. 차상현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수들과 교감하고 있었다.

쉽지 않은 팀을 꿈꾸며
2013~2014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5위, 4위, 5위를 기록하며 좀처럼 봄 배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GS칼텍스. 그렇기에 포스트 시즌에 대한 간절함은 더 커졌다.
그러나 그에 앞서 선수들 그리고 차상현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팀 최선참인 나현정은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그런데 큰 꿈보다는 하나하나씩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 팀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 감독님을 믿고 선수들이 잘 따른다면 성적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차 감독도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도 목표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봄 배구에 나서지 못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첫 번째 목표는 일단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쉽지 않은 팀을 만들고 싶다. 어떤 팀이든 우리를 만나면 ‘껄끄럽다’ ‘상대하기 힘들다’라는 느낌을 받도록 하겠다.”
지난 시즌 중간에 지휘봉을 잡아 이제 비로소 온전히 새 시즌을 맞이하는 차 감독은 스스로도 기대감에 차있다. “어떻게 보면 감독으로서 평가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시즌이라고 봐야죠.” 차상현 감독과 GS칼텍스 선수들이 그려나갈 2017~2018시즌이 기대된다.
글/ 정고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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