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선수권 조준, 남자대표팀 김호철 감독 ‘자나깨나 배구뿐’

국제대회 / 최원영 / 2017-07-13 0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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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김호철 감독은 온통 배구 생각뿐이었다.


지난 6월 수많은 물음표를 떠안고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출전했던 김호철 호. 1995년 이후 22년 만에 5승(4패 승점 12점)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동시에 2그룹 12개 팀 중 최종 순위 6위를 거머쥐었다. 남자대표팀을 지휘한 김호철 감독 이름 앞에는 자연스레 ‘명장’이란 수식어가 달렸다.


월드리그를 마친 뒤 김 감독은 곧바로 아시아선수권대회(7/24~8/1, 인도네시아)를 준비했다. 휴식 차 가족들을 보러 갔던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럽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본인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빠르고 강한 서브를 어떻게 연습하는지 등 훈련 방법에 대해 물었다.


“유럽의 선진 시스템을 가져와 우리 방식에 맞게 적용하려 한다. 선수들이 본인의 플레이가 어떤지, 얼마나 정확한지 등을 확실한 데이터를 보며 이해해야 한다. 신장의 열세는 어쩔 수 없다. 대신 변형된, 조직적인 플레이로 빠르게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라며 설명을 들려줬다.


그는 미리 그려놓은 청사진을 바탕으로 아시아선수권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꾸렸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선수만 6명(노재욱 김재휘 문성민 이시우 신영석 박주형)이 포함된 것도 고민의 흔적이었다. “내가 덕이 없는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진 김 감독은 “선수를 차출해주기 힘든 각 구단 사정도 이해한다. 더 좋은 선수들을 데려가고 싶은 내 욕심이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에게 팀 구성이 잘 안 된다고 했더니 데려갈 수 있는 선수는 다 데려가라고 하더라. 한 두 명보다는 여럿을 보내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하고 실전 감각을 기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선수들도 최 감독 결정을 믿고 따랐다. 현대 외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을 보내준 팀들에게 모두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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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볼 것이다. 월드리그를 치르며 선수들이 많은 깨달음을 얻은 듯 하다. 그게 성적보다 더 큰 소득이다. 예를 들면 이제는 사소한 실수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팀에게, 동료들에게 미안해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더라. 이런 모습에서 가능성을 봤다.”


김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 관해서도 살짝 들려줬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이강원(KB손해보험)이 맡을 것이다. 최홍석(우리카드)과 문성민이 좌우 공격수를 오갈 예정이다. 왼쪽에서 공격을 강화하면서 강원이 뒤도 받쳐주려 한다. 상대에 따라 과감하게 선수를 기용하겠다. 우리가 리시브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 앞서 언급한 세 명이 모두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는다. 윙스파이커 박주형(현대캐피탈) 정지석(대한항공) 송희채(OK저축은행) 등이 안정감을 더할 것이다.”


당장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나면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8/10~14, 이란)이 기다리고 있다. 멀리 내다보면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 목표다. 김호철 감독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이미 기본적인 준비들을 마치고 올림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걸음도 떼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여러 조건들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그때가 되면 선수들도 대표팀에 자발적으로 들어오고 싶어할 것이다. 점점 나아지길 바라본다”라고 전했다. 대표팀을 뒷받침해주는 환경이 체계적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김호철 감독.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남자배구 미래를 위해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가려 한다.


사진/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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