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순수하게, 밝게, 자신있게! 조선대 득점왕 이태봉

매거진 / 최원영 / 2017-07-10 0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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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선수 아버지와 농구선수 어머니가 만나 배구선수 아들이 태어났다. 그는 부모님 유전자를 쏙 빼닮아 운동신경은 물론 매력적인 성격까지 갖췄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달의 주인공, 이태봉이다.



사기충천 에이스 이태봉
“‘키는 큰데 배구를 못하네’보다 ‘키는 작은데 점프력 좋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잖아요!”



지난 5월 31일 인하대와 원정 경기를 앞둔 조선대 윙스파이커 이태봉을 만났다. 그는 입고 온 샛노란 트레이닝 복처럼 초지일관 밝고 씩씩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20세, 대학교 2학년생이다. 신장은 187cm로 공격수치고 작은 편이나 자신감만큼은 하늘을 뚫었다.



이태봉은 지난해 루키로 등장해 공격 점유율 39.10%, 성공률 51.73%로 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총 201점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부문 전체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8경기 30세트에서 서브 9개, 블로킹 6개를 포함해 벌써 193득점을 터트렸다. 공격 점유율 43.65%에 성공률은 무려 58.17%다(이상 6월 23일 기준). 작년보다 확실히 성장한 모습이다.

“대학 첫 해에는 부담감이 컸다. 범실도 많았고,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했다. 그래도 공을 많이 때려서인지 시야가 넓어졌다. 지금은 작년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내 가능성을 다 보여주지 못 한 것 같다. 공격 수비 모두 더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리그 초반 조선대는 5할대 승률을 유지하며 6강을 내다봤다. 전반기 예선 11경기 중 8경기를 치러 8위(3승 5패 승점 9점)로 순위가 다소 떨어졌으나 6강 진출 꿈은 유효하다. “강 팀을 잡아야 한다는 욕심에 무작정 달려들었다. 의욕만 넘치니 경기가 안 풀렸다. 그럴 때 나라도 잘해야 하는데 나까지 안 되니 무너졌다. 올해는 잘하던 팀들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잃을 게 없으니 자신감을 갖고 하려 한다. 6강에 올라가고 싶다.”



내친 김에 ‘조선대는 이태봉 원맨 팀이다’라는 말에 대한 해명 혹은 속내가 듣고 싶었다. “혼자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내가 공격을 잘하려면 옆에서 수비해주고, 공을 올려주는 동료들이 있어야 한다. 팀이 있기에 모든 게 가능하다. 내가 이끈다기 보다는 형들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 동기들에게도 의지한다. 김상곤 박종안 정재훈까지 다같이 경기를 뛴다. 다들 경상도 출신이라 말도 잘 통한다. 동료들과 팀을 위해 재미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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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사랑 받는 막내 봉이
배구 동호회를 하던 아버지와 삼촌을 따라다니다 중학교에 입학해 배구를 시작한 이태봉. 비교적 단신임에도 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포지션은 계속 윙스파이커였다.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했는데 나는 조금 늦었다. 어머니도 ‘일찍 시킬 걸’ 하고 아쉬워하셨다. 부모님께서 키에 대한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하셨다. 차라리 점프력 키우는 게 더 빠를 것 같다고 말이다(웃음).”



그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키는 작지만 점프로 극복하려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하체 운동에 집중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몇 배로 더 열심히 했다. 수비력이 부족한 편이지만 잘할 수 있다. 리시브는 실력보다도 자신감이다. (조선대 박성필) 감독께 리시브하면서 공격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체력 때문에 걱정하셨지만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 드렸다. 사실 공격할 때도 리시브를 안 하고 움직이면 상대 블로커들이 더 견제한다. 그래서 몇몇 선수들은 받고 때리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태봉은 자연스레 가족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는 운동 집안이다. 부모님께서는 고등학생 때까지 엘리트 선수셨다. 아버지는 복싱, 어머니는 농구다. 그래서 부모님께 한 대 맞으면 무척 아프다(웃음). 아버지는 지금도 운동을 좋아하신다. 내게 하체운동을 가르쳐주시곤 했다. 한양대 윙스파이커 (김)대민이 형과도 사촌관계다. 나는 부모님 영향을 받아 밝고 쾌활하게 자랐다. 두 분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크다.”



그는 신이 난 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아버지께서 흥이나 장난기가 많으시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노래자랑도 나가셨다. 집안은 항상 즐겁다. 홈 경기 때는 누나와 형이 부모님을 모시고 울산에서 광주까지 온다. 왕복 8시간 거리라 오지 마시라고 말려도 막내 보고 싶다고 오신다. 우리 가족은 다른 집보다 더 돈독하다. 솔직히 가족들이 오면 힘이 훨씬 많이 난다. 더 잘하고 싶어진다.”



체육학과 학생인 이태봉은 수업도 열심히 듣는다. 그를 포함한 조선대 선수들은 매일 저녁 단체로 도서관에 간다. 정해진 시간까지 공부를 마친 후 인증 사진을 찍어 박성필 감독에게 보내는 것이 일상이다. “스포츠사회학, 현대사회와 스포츠, 인체해부학 등을 수강했다. 솔직히 난 공부에는 희망이 없다. 실기 수업으로는 배구뿐 아니라 핸드볼 하키 스키 골프 볼링 등 여러 종목을 체험했다.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고등학생 때와 다를 바 없다. 밥 먹고 운동하고 수업 듣는 게 전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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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승부욕, 얕볼 수 없는 팀


이태봉은 롤모델로 특이하게 리베로와 공격수를 뽑았다. “성균관대 4학년 리베로 이상욱 형은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지난해 국제대학초청 배구대회 때 상욱이 형과 같이 뛰었다. 운동을 정말 즐겁게 한다. 말도 잘하고 웃는 것도 매력적이다. 형은 리시브 자세가 예쁘다. 내게도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근데 형은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지 잘 모를 거다.


배구 시작할 때는 문성민(현대캐피탈) 선수가 너무 멋있었다. 중학생 때 성민이 형 경기 영상을 보고 따라 하다 선생님들한테 혼나고 그랬다. 요즘도 플레이가 잘 안 되면 현대캐피탈 경기 영상을 찾아본다. 성민이 형처럼 되려고 연습하고 있다.”



올해 꼭 이기고 싶은 팀으로는 경희대를 골랐다. 조선대는 지난 4월 12일 경희대와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25-23, 27-29, 14-25, 25-17, 10-15)으로 석패했다. 이날 이태봉은 경기 최다인 41득점을 홀로 책임졌다. 공격 점유율 50%, 성공률 59%로 고군분투했다. “비시즌에 경희대로 전지훈련을 자주 다녔다. 매번 힘 한 번 못 써보고 졌다. 심지어 한 세트도 못 이겼다. 리그에서는 너무 아쉽게 졌다.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봤으니 올해 경희대를 한 번 꺾어보고 싶다.”



가장 고마운 팀원을 묻자 4학년 세터 조철희 이름을 들려줬다. “지금까지 맞춰본 세터 중에 제일 잘 맞는다. 형은 다 좋다. 인기도 많다. 내가 때리고 싶은 코스로 공을 척척 올려준다. 난 후위공격을 잘한다. 형이 일정하게 세트플레이를 만들어준다.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서로 얘기하면서 맞춰간다. 철희 형이 곧 졸업한다. 룸메이트라 매일 보고 있으니 아쉬울 것 같진 않다(웃음).”



그의 배구인생 터닝포인트는 2014 아시아 유스남자선수권(U-20)대회와 조선대 입학이었다. “U-20 대회 때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 한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는 항상 주전으로 뛰었다. 벤치에, 웜업존에 있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후 첫 슬럼프가 찾아왔다. 대회 다녀왔는데 갑자기 어깨가 아프고 운동도 잘 안 되더라. 욕심만 컸던 것 같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힘든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알아서 이겨내려 했다. 고등학생 때 나는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대학교 와서 바뀌었다. 여기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잘 되고 있는 듯 해 무척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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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봉은 ‘조선대’라는 팀에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승부욕이 별로 없었는데 대학 오고 나서 지는 게 너무 싫었다. ‘조선대는 지방대잖아’ ‘조선대가 당연히 지겠네’라는 소리를 들으며 이를 갈았다. 항상 이기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되니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조선대가 선수층이 얇고 평균 신장은 작아도 발전해나가는 팀이다. 선수들 모두 틈만 나면 개인 운동을 하는 등 정말 최선을 다한다. 지방대라고 무조건 얕잡아보지 않길 바란다.”



그가 올 한 해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아버지께서 득점왕을 바라신다. 리그 끝날 때까지 득점 1위를 유지하고 싶다. 또, 아버지께서 경기 이길 때마다 어머니 모르게 15만 원씩 준다고 하셨다. 기사 나가면 바로 들통난다. 그래도 괜찮다. 어머니도 아셔야 할 것 같다(웃음).”



마지막으로 그는 ‘이태봉 다운’ 각오를 전했다. “아직 부족하고 배울 점이 많기 때문에 앞서가려 하지 않겠다. 더 활기찬 배구선수 이태봉이 되겠다.”




글/ 최원영 기자


사진/ 한필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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