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2017~2018시즌 행선지는 어디로, 해외 이적시장 블루칩 김연경
- 매거진 / 정고은 / 2017-05-08 13:19:00
지난 7년 동안 터키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김연경을 둘러싼 상황이 그렇다. 김연경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끝난다. 다시 한 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여자배구 해외이적 시장은 지난달(4월) 초반부터 들썩이고 있다. 각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많은 윙스파이커 중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김연경이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페네르바체와 재계약 가능성도 있다.
김연경은 갈라타사라이와 챔피언결정전에 앞서 에작시바시와 치른 터키리그 4강 플레이오프에서 진가를 유감 없이 보였다.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해당 경기 풀영상과 하이라이트 장면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에작시바시와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명승부로 남았다.
페네르바체는 당초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어려워 보였다.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했기 때문에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페네르바체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얻기 위해서는 2차전에서 에작시바시를 3-0이나 3-1로 이긴 뒤 바로 치러지는 골든세트를 따내야 했다.
2차전 1세트를 먼저 내준 페네르바체는 2~4세트 힘을 내며 3-1로 이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골든세트에서 에작시바시에게 8-13까지 끌려갔다. 에작시바시의 챔피언결정전행이 거의 굳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페네르바체는 믿겨지지 않는 추격을 시작했다. 주연은 미들블로커 에다 에르뎀이었고 김연경이 조연을 맡았다. 에다는 연속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을 가로막았다. 김연경도 가로막기 한 개를 보탰다. 10-14까지만 해도 ‘설마 골든세트를 따낼까?’라는 예상이 많았다. 페네르바체가 서브나 공격 범실을 하는 순간 경기는 에작시바시의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끝나기 때문이다.
페네르바체는 기어코 상대를 따라 잡았다. 14-14 듀스를 만들었고 김연경은 때맞춰 해결사로 나섰다. 페네르바체의 챔피언결정전행을 확정하는 마지막 두 점을 연달아 자신 손으로 올렸다. 16-14 페네르바체 승리로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벤치도 관중석도 코트 안 선수들도 모두 펄쩍 펄쩍 뛰며 승리 기쁨을 만끽했다.
라이벌팀들, 김연경에게 러브콜
마지막 점수를 책임진 김연경 주가는 한층 더 올라갔다. 어깨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코트에서 보인 투혼과 집중력은 몸값 상승에 촉매제가 됐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김연경에게 제대로 당했던 에작시바시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터키 현지 매체와 해외배구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월드 오브 발리’는 터키리그 4강 플레이오프 일정이 끝난 지난달 중순 ‘에작시바시가 김연경 영입을 위해 최대 3백만 달러(약 34억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김연경은 소속팀과 에이전시를 맡고 있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연봉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유럽리그를 포함해 각국 리그를 통틀어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 연봉이 150만 달러(약 17억원)라는 것이 정설이다. 에작시바시는 그 기준에 맞춰 최대 2배 이상을 부른다는 얘기다.
에작시바시가 김연경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터키리그뿐 아니라 유럽 클럽대항전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 시즌까지 뛰었던 주전 선수들의 이적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김연경 영입전에 뛰어 들었다.
에작시바시에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고 있는 조던 라르손(미국)과 타티아나 코셀레바(러시아)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끝난다. 둘 중 코셀레바가 이적 가능성이 더 높다. 에작시바시도 집토끼 단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산토끼인 김연경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터키리그 다른 팀들과 견줘 두툼한 지갑을 갖고 있다는 점도 에작시바시가 김연경 영입전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바키방크 역시 김연경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바키방크는 올 시즌 터키리그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갈라타사라이에게 발목을 잡혔다. 리그 최강팀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팀 전력 강화를 위해 김연경은 필수 조건이다.
바키방크에는 ‘포스트 김연경’ 선두 주자로 꼽히는 주팅(중국)이 뛰고 있다. 그런데 주팅과 함께 나설 선수 찾기가 고민이다. 올 시즌은 킴벌리 힐(미국)을 비롯해 키르다르 괴즈데, 세틴 칸수(이상 터키)가 팀 로스터에 있었다. 주팅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 거취는 유동적이다.
바키방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오반니 구아데티 감독이 한국 선수들, 특히 김연경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외국 지도자 중 한 명이라는 점은 김연경 영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바키방크는 먼저 신경 써야 할 과제를 손에 쥘 수도 있다. 주전 세터 나즈 아에데미르가 다음 시즌 코트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나즈가 임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중국 출신 선수 영입 소문이 먼저 나왔다.
주인공은 1995년생으로 중국여자배구대표팀과 중국리그 장쑤에서 뛰고 있는 장창닝이다. 신장은 178cm로 큰 편이 아니지만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로 꼽힌다. 중국배구협회는 최근 장창닝 해외리그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는 주팅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장창닝이 바키방크로 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바키방크는 김연경 영입전에서 한 발 뺄 수 있다.
페네르바체, 김연경 이적 이후도 준비
김연경을 둘러싼 이적 소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팀은 페네르바체다. 몸값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페네르바체는 예전 시절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페네르바체는 김연경을 임대로 영입했던 지난 2011~2012시즌까지만 해도 에작시바시, 바키방크 등과 견줘 선수 영입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팀 재정 상황이 예전만 못하다. 전보다 얇아진 지갑 때문에 이적 시장에서 대어급 FA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편이다.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이어지는 오프시즌에서는 당장 집토끼인 김연경 지키기가 최우선 순위다. 김연경과 함께 올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든든하게 지켰던 나탈리아(브라질)도 이적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페네르바체로서는 김연경과 재계약이 최선이다. 그러나 김연경 이적 이후를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분명히 있다. 폴렌 우슬리팔리반의 뒤를 받칠 수 있거나 아니면 그를 대신해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뛸 수 있는 선수를 찾는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해외 에이전트 사이에서는 김연경 몸값이 3백만 달러 가깝게 올라갈 경우 페네르바체가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페네르바체가 김연경을 대신해 젊고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 사만다 브리시오(멕시코) 영입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브리시오는 1994년생으로 신장은 188cm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이탈리아리그로 건너가 올 시즌 이모코 볼리 콜리글리아노 소속으로 뛰었다. 중국리그를 포함해 일본 V프리미어리그 소속팀에서도 러브콜이 있다. 그는 멕시코여자청소년대표팀 소속으로 처음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미국으로 배구 유학을 떠난 뒤 기량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대학 재학 시절 쟁쟁한 미국 출신 선수들을 제치고 ‘ESPY 어워드 최우수 여자 대학 운동선수’에 뽑힌 경력도 있다.
한편 페네르바체는 주전 세터 눗사라 톰콤(태국)과 함께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춘 아차라폰 콩욧 영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아차라폰은 신장 180cm로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로 모두 활용이 가능하다.
중국·일본리그도 움직임 예의 주시
배구 이적 시장에서 최근 들어 가장 큰손 역할을 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리그는 지난 2015~2016시즌이 끝난 뒤에도 김연경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프로축구팀을 함께 운영하며 선수 영입에 큰 돈을 쓰는 광둥 에버그란데가 대표적이다. 광둥은 김연경 측에게 당시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둥은 이번에도 김연경 영입을 위해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리그도 김연경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기량뿐 아니라 스타성과 상품성에서 그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여자배구의 아이콘이던 기무라 사오리가 은퇴한 도레이 애로우즈팀은 몸값을 떠나 김연경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하다.
김연경에게 일본리그는 낯선 곳이 아니다. 그는 페네르바체에 입단하기에 앞서 지난 2009~2010, 2010~2011시즌 JT 마블러스 소속으로 V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다. 일본에서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JT 마블러스도 김연경 영입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JT 마블러스는 김연경이 터키로 건너간 뒤 부침이 심했다. 챌린지리그(2부리그)로 강등됐다가 올 시즌 다시 1부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정규리그 4위까지 차지했다.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이 김연경 재영입에 많은 관심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V-리그 유턴 가능성은 얼마나
김연경이 해외리그가 아닌 V-리그로 돌아올 수 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행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FA 자격을 얻은 김연경이 V-리그로 돌아오기로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한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김연경은 프로 입단 후 2008~2009시즌까지 뛰었던 흥국생명으로 복귀해야 한다. 지난 2012~2013시즌 종료 후 김연경 자격 신분에 대한 공방이 일어났다. 임대에서 FA로 선수 자격이 바뀔 때 원 소속팀이 어디냐는 논란이었다. FA 자격을 얻기 위해 흥국생명에서 선수로 활동한 기간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쟁점이었다.
김연경은 스포츠중재재판소와 국제배구연맹(FIVB) 유권 해석에 따라 FA 자격을 얻었고 페네르바체와 새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국내 복귀 시 다시 논란이 생길 수 있었다. KOVO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김연경이 V-리그로 올 때 원소속팀인 흥국생명에 합류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김연경 몸값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팀 전력상 김연경 합류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구단 관계자는 “김연경의 연봉은 20억원 정도라고 봐야 맞다”라며 “V-리그에서 한 선수에게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몸값 때문이라도 아직 국내 복귀는 시기 상조라는 의미다.
V-리그 여자부에서 역대 최고 몸값은 외국인선수 자유 선발 때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폴리(아제르바이잔)로 알려졌다. 폴리가 2014~2015시즌 비공식적으로 받은 금액은 90만 달러(약 10억원)로 알려졌다. 이 액수를 두 배 이상 뛰어 넘는다. 남자부로 눈을 돌려도 김연경은 OK저축은행에서 뛰었던 시몬을 비롯해 2012~2013시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뛴 까메호, 대한항공에서 세 시즌을 뛴 마이클 산체스(이상 쿠바)보다 많은 액수다.
김연경의 행선지는 오롯이 자신 선택에 달려있다. 페네르바체와 재계약부터 터키리그 다른 팀으로 이적 또는 V-리그 복귀를 포함한 다른 리그로의 진출까지 꼼꼼하게 비교해보고 따져봐야 할 사항은 많다. 소속팀 선택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FIV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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