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KGC인삼공사의 봄, 플레이오프에서 막내리다
- 여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7-03-22 21:53:00

[더스파이크=화성/정고은 기자] KGC인삼공사, 그들의 시즌은 여기까지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100%. 다시 말해 0%의 기적에 도전한 KGC인삼공사다.
경기에 앞서 만난 서남원 감독은 ‘즐김’을 강조했다.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해줬다. 지난 경기 풀세트까지 가서 이겨낸 건 너희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3차전도 즐기라고 했다. 다만 놀라는 개념과는 다르다. 가지고 있는 기량을 발휘하며 즐겨야 한다. 집중해야 즐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KGC인삼공사는 초반부터 알레나를 앞세워 상대를 몰아붙였다. 여기에 김진희, 한수지 등이 힘을 더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어느새 7점차까지 달아났다. 서남원 감독도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독려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의 반격도 거셌다. 리쉘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차츰차츰 뒤를 쫓더니 김하경의 서브에이스와 함꼐 20-20까지 따라붙은 것. 23-23에서 승부가 갈렸다. 최수빈의 오픈으로 한 점 앞서 나간 KGC인삼공사는 리쉘의 오픈이 아웃되며 1세트를 가져갔다.
하지만 2세트 상황이 역전됐다. 리쉘, 박정아, 김희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화력 앞에 기세가 한 풀 꺾였다. 결국 추격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16-25로 세트를 내줬다.
3세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알레나가 지쳤다. 그럴 것이 지난 경기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그였다. 1세트 38.89%였던 성공률이 2세트에는 31.25%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3세트에는 김혜원과 교체돼 벤치를 지켰다. 그 사이 상대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10점 이상으로 달아났다.
결과적으로 KGC인삼공사는 0%의 확률을 극복하지 못했다. 3-1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기록,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들의 올 시즌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이들에겐 포스트 시즌에 나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럴 것이 지난 두 시즌동안 최하위를 면치 못했던 그들이었다.
서남원 감독 역시 포스트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행복이다. 선수들에게 너무 잘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우리는 우승이나 결승 진출보다는 보너스 게임을 즐기겠다는 마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더는 KGC인삼공사의 경기를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올 시즌은 그 어떤 팀보다 뜨거웠고 찬란했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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